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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로 통하는 테슬라S … "차가 아니라 스마트폰 같다"

해암도 2014. 10. 16. 06:49

시장분석회사, 나사까지 해체
17인치 스크린, 길 찾고 온도 조절
계기판 제품은 아이폰6와 같아
국산 부품은 SK하이닉스 1곳뿐
"한국기업 새 성장동력 발판 될 것"

“이건 자동차가 아니잖아.” 세계적 시장분석회사인 IHS가 미국 전기차 제조회사인 테슬라가 만든 ‘테슬라S’를 낱낱이 뜯어봤다. 1억1000만원이 넘는 차를 마지막 나사까지 다 풀어 헤쳐 본 이 팀이 내린 결론은 ‘차가 아니다’였다. 앤드루 라스와일러 IHS 상무는 “마치 애플의 아이패드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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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내놓은 보고서는 전자부품의 양에서 테슬라S가 기존 차와 완전히 다른 차라고 말한다. 뇌에 해당하는 헤드유닛에 쓰인 부품 수만 5000개다. 보통 차는 많아야 1000개다. 상징적인 장치는 전면부 중앙의 디스플레이다. 이 기기로 길도 찾고, 온도도 조절하고, 인터넷 검색도 한다. 스마트폰처럼 손으로 눌러서 쓰는 터치스크린 방식이고, 화면 크기(17인치)는 일반 차의 두 배가 넘는다.

 크기만 한 것은 아니다. IHS는 화면 속으로 사라져버린 에어컨 조절기 같은 각종 버튼에 주목한다. 초창기 휴대전화의 각종 버튼이 스마트폰에선 모두 화면 안으로 사라진 것과 같은 이치다. 라스와일러 상무는 “테슬라가 의도적으로 모바일 기기와 유사한 환경을 만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기는 곧 기술이기도 하다. 큰 놈을 돌리려면 그만큼 머리도 좋아야 한다. 뇌를 움직이는 반도체 칩은 엔비디아의 ‘테그라 3’ 1.4GHz 쿼드 코어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아이폰 5S와 동급이라고 보면 된다. 화면 해상도는 1920X1200으로, 미국에서 파는 신형 갤럭시 S5(SM-G900S)와 같은 수준이다.

 운전석 바로 앞의 가상 계기판도 남다르다. 언뜻 봐선 바늘이 속도, 엔진 회전수 등의 눈금을 가리킨다. 하지만 실제 바늘이 아니다. 모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그래픽이다. 재팬디스플레이 제품이 사용됐다. 아이폰6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부품만 애플을 닮은 게 아니다. 만드는 방식도 전자회사다. 자동차업체는 오디오 등의 제어시스템을 보통 파나소닉 같은 전문업체에 맡긴다. 그런데 테슬라는 이걸 직접 했다. 애플이 아이폰 디자인과 설계는 직접 하고 조립은 폭스콘 같은 업체에 맡기는 방식 그대로다.

 비용 면에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면도 있다. IHS 분석팀은 “계기판 등에 실제 활용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연산 능력을 가진 칩을 적용했다”고 분석했다. 답은 현재보다 미래에 있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큰 화면과 대용량 칩은 사용자 맞춤형 자동차를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예컨대 운전석 정중앙에 있는 속도계 위치를 사용자가 원하는 위치로 마음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첫 번째는 터치스크린의 짧은 수명이다. 자꾸 눌러대기 때문인데, 휴대전화야 2~3년에 한 번 바꾸지만 차는 10년도 탄다. 두 번째는 사고 위험이다. 다양한 기능을 쓰려다 보면 운전자의 시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테슬라는 이에 대한 답을 지난 10일 발표한 4륜 구동 전기차인 모델 D를 통해 내놨다. 이 차에는 자율주행기능이 추가됐다. 충돌 위기에 스스로 감속을 하고, 방향지시등만 켜면 차가 알아서 차선을 바꾸는 식이다. ‘전기차+무인차’를 향한 걸음이다.

 차가 점점 전자제품화되고 있지만 정보기술(IT) 강국 한국 업체는 뒤처져 있다. IHS는 보고서에서 전장 분야 17개 주요 납품업체를 공개했는데, 한국업체는 SK하이닉스 한 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필요한 비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약한 분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기술적으로 앞선 배터리까지 감안하면 전기차는 새로운 시장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각종 전기차 특허를 무료로 전면 공개하는 전략을 통해 시장의 크기를 키우고 있다”며 “LG화학·삼성SDI 등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훈 기자   [중앙일보] 입력 2014.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