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차량

100가지 기술로 1리터에 100km 가는 차

해암도 2014. 10. 11. 09:13


르노, 파리 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이오랩’ 선봬
차 무게 400㎏ 줄이고 공기역학 이용해 공기저항 30% 낮춰

르노의 소형 콘셉트카 `이오랩‘. 르노 제공

모터쇼는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기술 경연장이다. 대개 큰 시장을 끼고 있는 곳에서 열리기 때문에 자동차업체들은 모터쇼가 열리는 지역의 시장 특성에 맞춰 다양한 자동차 신기술을 선보인다. 지난 2일부터 ‘2014 파리 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유럽은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중에서 소형차가 주류인 지역이다. 환경 기준도 엄격하다. 그래서인지 어느해보다 친환경성을 강조한 차들이 많이 나왔다.

자동차의 친환경성을 판별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연비다. 연비가 높으면 연료를 적게 쓰니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주최국인 프랑스의 르노와 푸조, 시트로엥이 앞장서 연비높은 차를 개발해 선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단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1리터당 100㎞의 연비(유럽 기준)를 구현한 르노의 ‘이오랩’(EOLAB)이다.이에오랩은 그리스 신화에서 ‘바람의 신’으로 나오는 에우로스(Aeolous)와 연구소를 뜻하는 러버러토리(Laboratory)를 합친 말이다.


이오랩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콘셉트카로 현대 엑센트급의 소형차이다. 콘셉트카는 미래에 양산할 것을 목표로 개발한 시제품 단계의 차를 말한다. 이오랩은 프랑스 정부가 자동차업체들한테 요구하는 ‘2020년 2ℓ당 100㎞ 연비’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다. 푸조와 시트로엥은 정부 기준에 맞춰 2L에 100㎞를 달리는 차를 내놨다. 차체 중량을 10kg 줄이면 1g/km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오랩은 최고 연비로 주행할 경우 ㎞당 22g의 이산화탄소만을 배출한다.

리터당 연비가 100㎞를 넘는 차가 이오랩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폭스바겐은 지난해부터 리터당 연비 110㎞인 XL1을 시판하고 있다. 하지만 수제작인데다 차량 가격이 무려 1억6천만원대에 이르러 일반인들이 찾는 승용차와는 거리가 멀다. 르노의 이오랩은 양산을 염두에 둔 대중용 콘셉트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이오랩에는 어떤 과학기술이 들어가 있길래 이런 연비 구현이 가능한 것일까.

차 문을 3도어로 한 것도 경량화를 위해서다.

강철 무게 절반인 마그네슘 지붕, 포스코가 개발해 공급

르노는 최고의 연비를 구현하기 위해 거의 100가지에 이르는 기술을 동원했다고 밝힌다. 그 기술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차체 경량화 기술, 공기역학 기술, 그리고 하이브리드 동력 기술이다.  

무엇보다도 최고 연비의 일등공신은 차체 경량화 기술이다. 르노는 경량화를 위해 차체에 가벼운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를 쓰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도어 재배치를 비롯해 차의 주요 부분들을 새로 작업했다. 도어는 3 도어 시스템을 적용해, 운전석 쪽에 1개, 조수석 쪽에 2개를 배치했다. 이렇게 해서 차 무게를 12㎏, 차 길이를 30㎜ 줄였다. 차 지붕은 마그네슘으로 만들었다. 4.5㎏에 불과한 마그네슘 지붕의 무게는 강철 지붕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르노는 설명한다. 마그네슘은 가벼운 대신 쉽게 부식하는 것이 흠인데, 이번에 포스코가 부식에 강한 마그네슘 강판을 개발해 공급해줬다.

차체는 강철, 알루미늄,마그네슘,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했다.

창은 합판유리 대신 강화유리로 대체했고, 유도관은 발포폴리프로필렌 소재를 썼다. 차 앞유리 두께는 3mm에 불과하다. 차 내부도 마찬가지다. 작고, 대수롭잖게 보이는 플라스틱부품조차도 경량화를 위해 다시 작업했다. 예컨대 단단한 플라스틱을 썼던 것을 가벼운 발포성 재료로 대체해 무게를 25% 줄였다. 시트 두께도 얇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이오랩의 총 무게는 145kg짜리 하이브리드 장치를 달았음에도 비슷한 크기의 클리오(Clio)에 비해 400㎏이나 가볍다고 한다. 이오랩 프로젝트 책임자인 로랑 토팽(Laurent Taupin)은 “돈을 들이면 무게를 쉽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르노의 철학에 맞지 않는다. 우리의 전략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이는 고객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고 말한다.

경량화를 위해 시트 두께도 얇게 했다. 시트 크기도 줄여 내부 공간을 더 확보했다.

여기에서부터 르노가 자랑하는 ‘경량화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무게가 가벼워지면 차가 움직이는 데 힘이 덜 든다. 이는 동력전달장치, 기어 같은 하드웨어를 더 작게 만들어도 된다는 뜻이다. 이오랩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75마력의 3기통 가솔린 엔진(배기량 1000cc)과 40kW 출력의 소형 모터, 리튬이온 배터리(6.7kWh)로 구성돼 있다.

전기만으로 최고 시속 120㎞의 속도로 60㎞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변속장치는 일반적으로 쓰는 5단이 아닌 3단 클러치리스 변속이다. 엔진은 3단 기어와, 전기모터는 1·2단 기어와 연결돼 있다.

이오랩은 또 연료 절약을 위해 평일 주행 모드와 주말 주행 모드,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평일 주행 모드는 전기모터 주행을 우선한다. 이 방식을 선택하면 처음 출발해 시속 64㎞까지는 1단으로, 시속 65㎞부터 120㎞까지는 2단으로 주행하고, 이 속도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3단으로 전환돼 엔진의 힘으로 주행한다. 주말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좀더 낮은 속도에서도 엔진이 작동한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타이어의 폭도 좁혔다.

속도 높일수록 차 지붕 낮아져…10년 안 대량생산 나서

세번째 기술은 공기역학 기술이다. 르노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차 뒷부분을 좁게 만들고 차 지붕을 낮췄다. 특히 차의 주행 상태에 따라 차의 지붕 높이가 변하는 액티브 에어로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에 따라 이오랩은 주차해 있을 때 지붕 높이가 가장 높다. 사람이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차량 속도가 시속 5~70㎞ 사이에 있을 땐 지붕 높이가 25mm 낮아진다.

속도가 시속 70㎞를 넘어가면 차 지붕이 25mm 더 낮아진다. 타이어에도 공기역학을 적용해, 타이어의 폭을 145mm로 좁혔다. 또 시속 70㎞ 이상의 속도로 달릴 때 차체가 뜨지 않도록 해주는 액티브 스포일러를 차 앞범퍼와 뒷범퍼에 각각 붙였다. 이런 식으로 차의 공기 저항을 30% 줄임으로써 공기저항계수를 0.235로 낮췄다. 이는 승용차(0.35~0.45)는 물론 스포츠카(0.3)에 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높은 연비를 유지한 채 달릴 수 있도록, 차의 주행 상태를 상세히 알려주는 태블릿을 운전석 옆에 설치했다.

새로 개발한 HMI(Human Machine Interfaces) 장치도 연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GPS 정보와 함께 경제적인 주행 요령을 알려주는 운전석 옆의 11인치 태블릿이 바로 이 장치다. 이 태블릿은 주행 모드, 공기저항, 날씨, 경사도 등 차량 주행과 관련한 외부환경과 장비 작동 상태뿐 아니라, 현재 조건에서 가장 경제적인 주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르노의 이오랩은 당장 양산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다음 10년 안에 대량생산에 들어갈 소형차를 겨냥해 만든 시제품이다. 르노는 에오랩에 적용된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해갈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적어도 2020년까지는 프랑스 정부가 요구하는 리터당 50㎞를 달리는 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등록 : 2014.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