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410/04/htm_20141004295150105011.jpg)
지난달 28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주변에서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닌 또 하나의 메달 경쟁이 펼쳐졌다. 정해진 거리를 가장 짧은 시간에 주파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경기는 아니었다. 주경기장 광장을 출발해 주변 도로 18㎞를 가장 적은 기름으로 달린 선수가 승리하는 ‘자동차 연비왕 선발대회’가 열린 것이다.
30명의 참가자는 대회 주최 측이 제공한 2012년식 아반떼를 운전했다. 빈 도로를 달리되 코스에 있는 20여 개의 신호등을 지키는 게 규칙이었다. 실생활과 비슷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운전을 하는 능력을 겨루기 위해서다. 자동차 경주대회지만 웅장한 엔진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대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설치된 실시간 연비 표시장치의 수치가 오르내리며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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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연비 고수들이 모인 대회답게 우승의 영광은 작은 차이로 결정됐다. 경북 상주에 사는 김태현(34)씨가 20.60㎞/L의 기록을 올려
2위(19.94㎞/L)를 근소하게 따돌리고 국토교통부장관상을 받았다. 보통의 운전자에겐 차량에 표시된 공인 연비보다 실제 연비가 낮은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김씨를 비롯한 상위권 참가자들은 대회용 차량의 공인 연비(16.5㎞/L)보다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김씨 기록이라면
서울 광화문에서 천안까지 약 100㎞ 거리를 기름값 9000원(L당 1800원 기준)에 갈 수 있다. 이번 대회 최하위
기록(12.61㎞/L)으로 갈 때(1만4200원)보다 기름값이 36.6% 절약된다.
경북 상주에 있는 교통안전공단 교육센터에서 우승자 김씨를 만났다. 비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모두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기름 절약 방법을 몸소 실천하는 게 비법 아닌 비법”이라고 답했다. “급가속·급제동 안 하기, 핸들 부드럽게 돌리기와 같은 기본기만 잘 지켜도 기름값 지출이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와 함께 대회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차를 타봤다.
“우선 엔진에서 ‘웅’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밟아볼게요.”
출발지점으로 서서히 차를 몰던 김씨가 약 3초만에 시속 60㎞까지 속도를 높였다. 연비 측정기의 숫자는 3㎞/L 안팎에 머물렀다.
“이제 제가 대회에 다시 출전했다 생각하고 운전해 보죠.”
김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의 소음과 흔들림이 사라지면서 연비 수치는 40㎞/L까지 올라갔다. 가속 페달을 살살 밟으면서 속도를 올리는 것만으로 연비를 10배 넘게 끌어올린 것이다.
김씨의 이 같은 연료 절약 습관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는 자동차 관련 국가기술자격증을 4개 갖고 있다.
“사실 저는 상주교도소에서 주로 호송차를 운전하는 공무원이에요. 안전행정부나 환경부 같은 데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잖아요. 그런 협조공문을 받아서 읽다 보니 실제 내가 관심 있는 자동차로 해볼 만한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연비에 신경을 쓰다가 이렇게 연비왕까지 됐네요.”
그는 호송차를 운전할 때도 자주 다니는 길의 특성을 기억해 연료비를 줄인다. 교도소와 검찰청(상주지청)을 오고 가는 경로의 신호체계를 파악해 속도를 미리 조절하고 브레이크 밟는 횟수를 최소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는 ‘10% 기법’이란 것도 소개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전 10%쯤 더 가속을 합니다. 그러면 그 탄력으로 차가 무리 없이 올라가면서 본래 속도까지 서서히 느려집니다. 그리고 내리막길 구간이 시작될 땐 가속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세요. 그러면 본래 속도의 90% 수준까지 내려가게 되고, 그때 다시 페달을 밟아 제 속도까지 올리면 아주 효율적으로 연료를 쓸 수 있습니다.”
보통 운전자들은 주로 속도계를 보면서 차를 몬다. 그런데 김씨는 엔진회전수(rpm) 계기판도 함께 보라고 권했다.
“1500~2500rpm에서 가장 효율이 높다고 보시면 돼요. rpm을 이 구간으로 유지하면서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를 살짝 밟았다 뗐다 하면서 속도를 내면 효율성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아예 제 차 rpm계기판엔 1500이랑 2500 지점에 점을 찍어놓고 다녀요.”
김씨가 연비왕 된 비결은 운전습관뿐이 아니었다. 주유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보통사람과 달랐다.
“주유소 가면 ‘5만원’ ‘7만원’ 이런 식으로 기름을 넣잖아요. 저는 리터(L) 단위로 주문해요. 그래야 연비 계산을 하기가 쉽거든요. 예를 들어 지난주엔 L당 20㎞를 달렸는데 이번 주엔 21㎞를 달렸다면 이런 식으로 기록을 깨는 재미가 있어요. ”
끝으로 “그래도 가끔씩 스피드를 내면서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가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왜 없겠어요. 속도 내고 싶을 땐 자동차 경주장 태백서킷을 이용해요. 그곳에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거든요. 거기서 가끔씩 한껏 달려보는 거죠. 요즘은 자주 못 가지만. 일반 도로에선 안전·효율 운전하고, 한껏 달리고 싶을 땐 공식 경기장을 가는 게 제 원칙입니다. 올곧은 공무원으로 느껴지시나요. 하하.”
상주=최선욱 기자
[S BOX] 연비왕처럼 운전하면, 하루 평균 38㎞ 주행 때 연 77만원 절약
‘연비왕’ 김태현씨처럼 차를 몬다면 실제 기름값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까.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전국 자동차 607만 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 한 대당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8.1㎞다. 이번 ‘연비왕 선발대회’의 최하위 기록인 연비 12.61㎞/L로 운전하면 하루에 3.02L의 기름을 쓰게 되는데 휘발유 1L 가격을 1800원으로 계산하면 매일 기름값 5436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연간 유류비 지출액은 198만4140원이 된다.
하지만 연비왕의 기록인 20.6㎞/L로 차를 몰면 하루 기름값은 3330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사용액은 121만5450원이다. 주유비로만 1년에 약 77만원을 절약하게 되는 것이다. 김준년 교통안전공단 교육개발처 교수는 “효율성 높은 운전을 뜻하는 ‘에코 드라이빙’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절감을 위해 우리 공단에 시내 버스 운전기사 교육 연수를 보내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에 있는 교통안전공단 교육센터에서 우승자 김씨를 만났다. 비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모두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기름 절약 방법을 몸소 실천하는 게 비법 아닌 비법”이라고 답했다. “급가속·급제동 안 하기, 핸들 부드럽게 돌리기와 같은 기본기만 잘 지켜도 기름값 지출이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씨와 함께 대회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차를 타봤다.
“우선 엔진에서 ‘웅’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밟아볼게요.”
출발지점으로 서서히 차를 몰던 김씨가 약 3초만에 시속 60㎞까지 속도를 높였다. 연비 측정기의 숫자는 3㎞/L 안팎에 머물렀다.
“이제 제가 대회에 다시 출전했다 생각하고 운전해 보죠.”
김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의 소음과 흔들림이 사라지면서 연비 수치는 40㎞/L까지 올라갔다. 가속 페달을 살살 밟으면서 속도를 올리는 것만으로 연비를 10배 넘게 끌어올린 것이다.
김씨의 이 같은 연료 절약 습관은 자동차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는 자동차 관련 국가기술자격증을 4개 갖고 있다.
“사실 저는 상주교도소에서 주로 호송차를 운전하는 공무원이에요. 안전행정부나 환경부 같은 데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잖아요. 그런 협조공문을 받아서 읽다 보니 실제 내가 관심 있는 자동차로 해볼 만한 걸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연비에 신경을 쓰다가 이렇게 연비왕까지 됐네요.”
그는 호송차를 운전할 때도 자주 다니는 길의 특성을 기억해 연료비를 줄인다. 교도소와 검찰청(상주지청)을 오고 가는 경로의 신호체계를 파악해 속도를 미리 조절하고 브레이크 밟는 횟수를 최소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그는 ‘10% 기법’이란 것도 소개했다.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전 10%쯤 더 가속을 합니다. 그러면 그 탄력으로 차가 무리 없이 올라가면서 본래 속도까지 서서히 느려집니다. 그리고 내리막길 구간이 시작될 땐 가속페달에서 발을 완전히 떼세요. 그러면 본래 속도의 90% 수준까지 내려가게 되고, 그때 다시 페달을 밟아 제 속도까지 올리면 아주 효율적으로 연료를 쓸 수 있습니다.”
보통 운전자들은 주로 속도계를 보면서 차를 몬다. 그런데 김씨는 엔진회전수(rpm) 계기판도 함께 보라고 권했다.
“1500~2500rpm에서 가장 효율이 높다고 보시면 돼요. rpm을 이 구간으로 유지하면서 액셀러레이터(가속페달)를 살짝 밟았다 뗐다 하면서 속도를 내면 효율성이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아예 제 차 rpm계기판엔 1500이랑 2500 지점에 점을 찍어놓고 다녀요.”
김씨가 연비왕 된 비결은 운전습관뿐이 아니었다. 주유소를 이용하는 방법도 보통사람과 달랐다.
“주유소 가면 ‘5만원’ ‘7만원’ 이런 식으로 기름을 넣잖아요. 저는 리터(L) 단위로 주문해요. 그래야 연비 계산을 하기가 쉽거든요. 예를 들어 지난주엔 L당 20㎞를 달렸는데 이번 주엔 21㎞를 달렸다면 이런 식으로 기록을 깨는 재미가 있어요. ”
끝으로 “그래도 가끔씩 스피드를 내면서 스트레스 풀고 싶을 때가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왜 없겠어요. 속도 내고 싶을 땐 자동차 경주장 태백서킷을 이용해요. 그곳에서 운전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거든요. 거기서 가끔씩 한껏 달려보는 거죠. 요즘은 자주 못 가지만. 일반 도로에선 안전·효율 운전하고, 한껏 달리고 싶을 땐 공식 경기장을 가는 게 제 원칙입니다. 올곧은 공무원으로 느껴지시나요. 하하.”
상주=최선욱 기자
[S BOX] 연비왕처럼 운전하면, 하루 평균 38㎞ 주행 때 연 77만원 절약
‘연비왕’ 김태현씨처럼 차를 몬다면 실제 기름값을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까.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전국 자동차 607만 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 한 대당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8.1㎞다. 이번 ‘연비왕 선발대회’의 최하위 기록인 연비 12.61㎞/L로 운전하면 하루에 3.02L의 기름을 쓰게 되는데 휘발유 1L 가격을 1800원으로 계산하면 매일 기름값 5436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연간 유류비 지출액은 198만4140원이 된다.
하지만 연비왕의 기록인 20.6㎞/L로 차를 몰면 하루 기름값은 3330원으로 줄어든다. 연간 사용액은 121만5450원이다. 주유비로만 1년에 약 77만원을 절약하게 되는 것이다. 김준년 교통안전공단 교육개발처 교수는 “효율성 높은 운전을 뜻하는 ‘에코 드라이빙’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절감을 위해 우리 공단에 시내 버스 운전기사 교육 연수를 보내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