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의 첫 밤
치바현 치바시 이나게구 이나가와
낯선 다다미방에 누운
마른 풀잎의 빗소리를 듣는다
천 잎(千葉)으로 갈라진
전생 따라
죽지 않을 자는 죽게 하고
진즉 죽어야 할 자는 죽지 않게 한
폭우에 납짝 엎드린 소방서 옆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총합연구소
그래서 오늘 나는 죽어서 왔다
여러 겹 포개진 꽃대의 천 잎,
탄소이온의 천 잎,
앞면은 너희 삶
뒷면은 낯선 죽음
구급차보다 느린 빗소리를
읽고 나를 쓴다
천 번 쓰러지고 천 번 일어난
치바의 명자命者로, 살아가는 자로!
천잎(千葉)은 천 번 살았다는 것
천 잎(千葉)으로 갈라진/전생 따라/죽지 않을 자는 죽게 하고/진즉 죽어야 할 자는 죽지 않게 한/폭우에 납짝 엎드린 소방서 옆/일본 국립방사선의학총합연구소/그래서 오늘 나는 죽어서 왔다
치료를 위해 일본 치바(千葉)에 당도했습니다. 치바현 치바시 이나게구 이나가와 2-3-23 파라츠오 이나게 아파트가 제 주거지였습니다. 15평쯤 되어 보이는 그곳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치바 대학이 있고, 중입자 치료 병원도 있었습니다.
도착하는 날부터 태풍이 왔습니다. 밤새도록 싸이렌과 비바람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10년만의 강풍이라고, 방송에서 기상 캐스터가 놀라며 말했습니다. 오후에 중입자 치료가 시작되는데 이런 날씨가 불운을 가져오지나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창밖을 보니, 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다 바닥에 수북하게 쌓이고 있었습니다. 어수선한 아파트에 짐을 푸느라 아내는 분주했습니다
치바현 치바시 이나게구 이나가와
낯선 다다미방에 누운
마른 풀잎의 빗소리를 듣는다
천 잎(千葉)으로 갈라진
전생 따라
죽지 않을 자는 죽게 하고
진즉 죽어야 할 자는 죽지 않게 한
폭우에 납짝 엎드린 소방서 옆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총합연구소
그래서 오늘 나는 죽어서 왔다
여러 겹 포개진 꽃대의 천 잎,
탄소이온의 천 잎,
앞면은 너희 삶
뒷면은 낯선 죽음
구급차보다 느린 빗소리를
읽고 나를 쓴다
천 번 쓰러지고 천 번 일어난
치바의 명자命者로, 살아가는 자로!
천잎(千葉)은 천 번 살았다는 것
천 잎(千葉)으로 갈라진/전생 따라/죽지 않을 자는 죽게 하고/진즉 죽어야 할 자는 죽지 않게 한/폭우에 납짝 엎드린 소방서 옆/일본 국립방사선의학총합연구소/그래서 오늘 나는 죽어서 왔다
치료를 위해 일본 치바(千葉)에 당도했습니다. 치바현 치바시 이나게구 이나가와 2-3-23 파라츠오 이나게 아파트가 제 주거지였습니다. 15평쯤 되어 보이는 그곳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치바 대학이 있고, 중입자 치료 병원도 있었습니다.
도착하는 날부터 태풍이 왔습니다. 밤새도록 싸이렌과 비바람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10년만의 강풍이라고, 방송에서 기상 캐스터가 놀라며 말했습니다. 오후에 중입자 치료가 시작되는데 이런 날씨가 불운을 가져오지나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창밖을 보니, 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다 바닥에 수북하게 쌓이고 있었습니다. 어수선한 아파트에 짐을 푸느라 아내는 분주했습니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오후 2시에 병원에 도착해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B호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밖에서 신호가 오면 평상시처럼 숨만 쉬면 된다고 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첨단 과학 중입자 치료, 그 탄소이온 중입자의 강한 빛이 몸속에 짧게 들어오는 것을 느끼려고 눈을 감고 집중했습니다.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에 있는 그 순간을 느껴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후 치료가 끝났다고 했습니다. 고통도 불쾌감도 없었습니다.
다시 환하게 불이 들어오고 흰 가운을 입은 키 작은 남자와 여자 두 명이 캡슐 아래로 편하게 저를 내려주었습니다. 밖에서 책을 보며 기다렸던 아내가 치료 과정에 대해 물었지만, 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아내도 저도 그것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 이것은 어쩌면 인간의 욕심일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탄소이온처럼 순간에 터졌다가 사라지는 삶은, 그 순간에 즐기지 않으면 결국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기도 전에 바람에 떠밀려 사라져 버립니다. 다다미방에 누워 구급차보다 느린 빗소리를 들었던 그 시간들. 흩날리는 천 개의 잎들이 우리가 천 번 살았다는 증거라고, 살고 죽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고 아내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천 개 잎인 치바에는, 천 개의 빗방울이 생의 순간처럼 맺혀 반짝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