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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넘어지는 2륜 전기車 개발 "자동차의 아이폰"

해암도 2014. 4. 24. 12:56

[재미교포 2세 대니얼 김 '릿 모터스' 대표]
"자이로스코프로 균형 잡아… 트럭으로 당겨도 안 넘어져

전기차에 오토바이 장점 구현… 에어백 등 안전장치 장착
대량 생산땐 가격도 쌀 것


"스마트폰 같은 자동차를 만들겠다."
대니얼 김(35) 미국 릿 모터스(Lit Motors) 대표는 회사의 목표를 간단히 정의했다. 릿 모터스는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벤처 회사다. 자동차처럼 생겼지만 바퀴는 앞뒤로 2개뿐인 특이한 모양의 '2륜(輪)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미국의 경영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사례 연구를 통해 "릿 모터스는 자동차 산업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삼성전자·삼성SDI·LG화학 등과 업무 협의차 방한한 김 대표를 23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났다. 교포 2세인 김 대표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기능을 모두 갖춘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오토바이와 자동차의 특성을 모두 갖춘 2륜 전기차로 자동차를 확 바꿔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장점 합친 '2륜 전기차'

2륜 전기차 구상은 어떻게 나왔을까. 그는 "미국 도로를 다니는 차의 78%가 운전자 혼자 타고 있는 차"라며 "오토바이처럼 작으면서 자동차처럼 안전한 운송 수단을 만들면 자동차를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니얼 김‘릿 모터스’대표가 2륜 전기차 시제품‘C1’을 테스트하고 있다
대니얼 김‘릿 모터스’대표가 2륜 전기차 시제품‘C1’을 테스트하고 있다. 김 대표는“연말 출시 예정인 이 전기차는 바퀴가 2개지만 정차 시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고 속력은 시속 160㎞이고, 한 번 충전하면 최대 320㎞를 주행할 수 있다. /릿 모터스 제공
아이디어는 간단했지만 실현은 어려웠다. 오토바이 같은 2륜차는 쓰러지기 쉽다. 정차 시에는 운전자가 바닥을 발로 딛고 서야 한다. 운전자가 바깥에 그대로 노출돼 외부 충격에도 약하다. 그렇다고 자동차처럼 4륜으로 만들면 차체의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김 대표가 찾아낸 해법은 '자이로스코프(gyroscope·회전의)'였다. 자이로스코프는 배나 로켓에서 사용하는 자동 균형 유지 장치다. 팽이가 빠르게 도는 동안에는 쓰러지지 않는 원리를 응용한 부품이다. 이 회사가 2010년 발표한 콘셉트 모델 'C1'은 차체 바닥에 지름 40㎝짜리 자이로스코프를 2개 장착했다.

"C1은 제자리에 멈춰서도 자이로스코프 내부의 팽이 같은 부품이 계속 돌고 있기 때문에 옆으로 쓰러지지 않아요. 줄로 묶어서 트럭으로 끌어당겨도 넘어지지 않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더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믿더군요."

차를 움직이는 에너지는 휘발유나 경유(디젤) 대신 전기를 택했다. 소형화를 하기에는 내연기관보다 전기모터를 장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넥슨·징가 창업자들도 투자

김 대표는 매년 'C1'을 개량한 시제품을 발표했으며, 올해 안에 정식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회사는 시제품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싸고, 안전하고,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전기차'라는 김 대표의 꿈에 유명 벤처기업가와 벤처캐피털이 속속 투자를 결정했다. 게임업체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회장, 미국 최대 소셜 게임업체인 징가 창업자 마크 핀커스 등이 회사 설립 초기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빅베이신캐피털 등 벤처캐피털도 자금을 넣었다.

김 대표는 대학교를 3곳이나 다녔다. 첫째는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가 다닌 것으로 유명한 오리건주에 있는 리드(Reed)대학교. 물리학을 공부하다 자퇴했다. 둘째는 실리콘밸리의 명문 대학인 UC버클리. 건축을 배우다 그만뒀다. 마지막으로 미국 산업디자인 분야 1위로 꼽히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 입학해 산업디자인 학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을 자퇴한 틈틈이 그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다. 1년간 28개국을 돌아다니며 배낭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이 전기 자동차라는 융합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릿 모터스는 올해 말 대당 2만4000달러(약 2500만원)로 정식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시판되는 주요 전기차 중 가장 싼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의 '아이미브'와 비슷한 수준.

김 대표는 "생산 초기라서 부품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높은 편"이라며 "부품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독일 BMW를 비롯한 여러 회사와 협업 중인데 생산량이 늘면 가격이 빠르게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이인묵 기자 입력 :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