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영의 '내 몸속 시계' 되돌리는 법]
근육밀도·단백질·수면의 질
‘근육이 많은 게 정말 노년기 건강에 절대적으로 유리한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체격이 건장하고 근육량도 충분해 보이는데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일찍 찾아왔고, 의외로 기운도 없다는 분들이 있다. 반면 겉보기에는 마르고 왜소해 보여도 나름 활력 있게 생활하며 90세 넘어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분들도 자주 본다. 100세까지 사신 어르신 중 근육질 어르신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접하면, 일반인들은 더욱 의아할 것이다.
과거 선대들과 현대인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단백질 공급이 풍부하지 않았고 절대적인 근육 부피도 작았다. 하지만 그들은 가사 노동이나 농사일, 먼 거리를 걷는 행위 등 일상에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였다. 덕분에 근육 사이에 지방이 끼는 현상이 적었고, 세포 내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 효율도 좋았다.
반면 현대인들은 영양 상태가 좋아 체격은 커졌지만 근육 밀도는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근육 세포 사이에 지방이 끼어 마치 마블링이 잘된 소고기와 같은 형태다. 이 경우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즉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근섬유가 오히려 옛 사람들보다 적다. 그래서 근육량에 비해 정작 힘을 쓰지 못하고 대사 질환에도 취약해지는 것이다.
물론 근육량이 많은 것이 건강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노년기로 갈수록,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근육을 갖춘 후에는 근육의 양보다 질이 주는 이점이 훨씬 크다. 근육은 힘을 내는 것 이상으로 대사에 깊게 관여하고 호르몬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년 이후부터는 모자란 근육량을 보완하는 것보다 그 근육이 제 역할을 해내도록 근육의 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근육은 벽돌이 아니라 ‘톱니 바퀴’다
근육은 어느 정도 만들어두면 유지되는 돌담과 같다고들 생각한다. 움직이면 생기고, 운동량이 적으면 빠진다고 여긴다. 하지만 근육은 매시간 변화를 겪는다. 단백질이 근육에 저장되는 합성 과정과, 에너지원이 부족하거나 노후한 조직을 치울 때 근육이 사라지는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지점은 동화 저항성이다. 젊을 때는 조금만 먹고 움직여도 근육 합성 신호가 즉각 켜지지만, 나이가 들면 세포가 무뎌진다. 똑같은 양 고기를 먹고 똑같은 시간을 걸어도 노년의 몸은 근육을 만들라는 신호에 잘 응답하지 않는다. 결국 근육을 지키는 싸움은 새는 구멍인 분해를 막고, 좁아진 입구인 합성을 강제로 넓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40대 이후 바꿔야 하는 세 가지 ‘스위치’
근육 합성을 부르는 스위치는 크게 세 가지다. 기계적 자극, 영양적 자극, 그리고 대사적 환경이다. 이 세 가지를 자극하는 방법은 나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나이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세 가지 자극기계적 자극(운동)유산소 운동만으로도합성이 잘 일어남근력 운동 비중 확대, 속근을깨우는 수축/균형 운동 필요젊은 층(높은 민감도)중년 이후(동화 저항성 극복)1영양적 자극(단백질)적은 양을 자주 먹거나몰아 먹어도 반응함가능한 끼니당 임계치 이상의단백질 섭취(25~30g)2대사적 환경(수면)회복력이 좋아 수면습관에 덜 예민함성장호르몬 극대화를 위한공복 수면 및 수면 장애 치료필수3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①기계적 자극: 운동법을 바꿔야 한다
젊어서는 합성 능력이 좋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근육 생성 신호로 연결된다. 그래서 젊을수록 근육 합성과 대사적 이점 모두를 노릴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적극 권한다. 그러나 40대 이후 노화 과정에서는 점점 생성을 위한 시그널 역치 수준이 올라간다. 갈수록 낮은 강도 자극에서는 근육 생성 스위치가 제대로 켜지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오래 걷기보다는 근력 운동 비율을 높여야 한다. 흔히 근력 운동은 유산소 운동 기능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근력 운동 과정에서도 충분한 심폐 자극과 대사 개선이 일어난다. 특히 노화 과정에서 우리 근육이 가장 먼저 잃어버리는 것은 순발력을 담당하는 속근(速筋·Fast Muscle)이다. 속근이 줄어들면 낙상 위험이 커지고 신체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때 핵심은 무작정 무거운 무게를 드는 것이 아니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밀 때는 조금 빠르게 힘을 주고, 제자리로 돌아올 때는 천천히 근육 긴장을 느끼며 버티는 동작이 중요하다. 이러한 폭발적인 움직임과 균형을 잡는 훈련이 병행되어야만 나이가 들어도 실제로 기능하는 근육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근육을 쓰는 세밀한 동작보다는 등, 엉덩이, 허벅지 등 다소 큰 근육이 포함된 다관절 대근육 운동을 우선적으로 권한다. 관절 질환이나 여건상 여의치 않다면 의자를 짚고 하는 발목 운동이나 균형 운동도 큰 도움이 된다. 단, 단순한 동작이라도 반복해야 한다.
② 영양적 자극: 영양 섭취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
근육은 운동 외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혈중 아미노산, 특히 ‘루신’ 농도가 확인될 때 비로소 합성 스위치가 켜진다. 젊을 때는 식사량이 많고, 소량 단백질 섭취만으로도 이 스위치가 켜진다. 몸속에 아미노산을 저장해두는 창고(아미노산 풀) 유지가 쉽고, 앞서 설명한 기계적 자극도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사 과잉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라면 필요한 단백질 양을 한 번에 몰아먹더라도 대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젊은 층에서 간헐적 단식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혈액 중 아미노산 농도가 낮으면 근육 합성 스위치는 좀처럼 켜지지 않는다. 운동 시 더 큰 기계적 자극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양에서도 더 높은 농도의 자극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동화 저항성을 방치하면 근육 손실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근육이 분해되는 속도는 일정하지만, 근육이 합성되는 시간과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근육의 대사 기능도 떨어지고 전체 근육량도 급감한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혈중 아미노산 농도를 한 번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즉, 근육 합성 신호를 강제로 켤 수 있는 임계치 이상 양을 한 번에 넣어주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한 번 식사할 때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이득이 압도적으로 커진다.
안타깝게도 많은 어르신이 젊을 때와 정반대로 식사하는 경향이 있다. 끼니때마다 어설픈 양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아예 안 먹는 것보다는 낫지만, 중년 이후 몸에 이 정도 양은 영양 공급 수준에 불과하다. 근육 합성 스위치를 켜지는 못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매 식사 때마다 단백질을 한 끼에 최소 25g에서 30g 이상 섭취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
이때 동물성 단백질이냐 식물성 단백질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대개 큰 의미가 없다. 전체 식사량이 과하지 않다면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종류가 다양한 동물성 단백질이 효율 면에서는 훨씬 우수하다. 만약 평소 식물성 단백질에 잘 적응되어 있고 섭취량 또한 충분하다면 식물성으로 채워도 무방하다. 중요한 것은 ‘절대량’이다.
③ 대사적 환경: 잠을 잘 자야 성장 호르몬이 유지된다
기계적 자극과 영양 섭취라는 두 가지 스위치는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직접 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입력된 자극을 실제 근육으로 빚어내는 나머지 과정은 대개 성장 호르몬의 몫이다. 흔히 성장 호르몬은 성장기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라 오해하기 쉽다. 이 호르몬은 성장기 이후에도 평생 분비되며 죽기 직전까지 몸 구석구석 노후 조직을 고쳐 쓰는 ‘재생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특히 근육 건강에는 성장 호르몬이 결정적이다. 낮 동안 운동으로 미세하게 상처 입은 근육 섬유를 다시 이어 붙이고, 섭취한 아미노산을 근육 단백질로 합성하도록 지시하는 사령관이다.
성장 호르몬은 대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밤 시간에 집중적으로 분비된다. 수면과 휴식이 단순히 피로를 푸는 시간을 넘어, 근육의 실질적인 ‘공사 시간’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녁 식사 때 반주를 곁들이거나,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며 뇌를 각성시키는 건 피해야 한다. 저녁 식사 후 습관적 간식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혈당이 높고 인슐린이 분비되는 상태에서는 성장 호르몬이 제 힘을 쓰지 못한다. 둘은 생리적 상충 관계다.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치고 공복 상태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 근육에는 보약이다. 낮은 인슐린 수치가 유지되어야 성장 호르몬이 근육 수선에만 온전히 집중한다.
만약 야간뇨나 불면증으로 잠을 설친다면 이를 단순히 노화 현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는 근육 합성 골든타임을 놓치는 셈이다. 수면 환경을 개선해 보고, 안되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 자는 동안 성장 호르몬이 원활히 분비되엉 근육과 신체 전반의 회복력이 근본적으로 높아진다.
근육 스위치를 켜면 나이를 넘어설 수 있다
선조들이 영양은 부족했어도 질적으로 탄탄한 몸을 유지했던 비결은 단순하다. 낮에는 부지런히 움직여 근육에 끊임없이 생존 신호를 보냈고, 밤에는 야식이나 자극 없이 깊은 휴식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붙지 않은 건 나이 탓보다는 근육이 알아듣는 ‘스위치’를 켜는 법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많은 연구가 증명한다. 노화된 몸이라도 문법에 맞춰 자극과 영양, 휴식 언어를 바꿔주면 몸은 반드시 반응한다고.
성균관대 삼성융합과학원 겸임교수: 장일영 조선일보 입력 2026.02.24
'건강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 불 안 끄면 암·치매 걸린다… 손마디 뻣뻣할 땐 항염 4총사 (0) | 2026.02.23 |
|---|---|
| 노인 기억력 226% 좋아졌다, 6개월간 맡은 ‘이 냄새’ 뭐길래 (0) | 2026.02.22 |
| "수억 원대 암 치료, 이제 주사 한 방이면 끝?"... 빅파마들이 찜한 '이 기술' (0) | 2026.02.21 |
| 혈액검사 한 번으로 알츠하이머 증상 '시작 시점' 예측한다 (0) | 2026.02.20 |
| 허리 디스크·협착증이 있을 때 하면 안 되는 세 가지 행동 (0) | 2026.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