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식

이 불 안 끄면 암·치매 걸린다… 손마디 뻣뻣할 땐 항염 4총사

해암도 2026. 2. 23. 07:03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가 뻣뻣하고, 오후엔 이유 없이 몸이 무겁다. 건강검진에서는 ‘정상’ 판정이 났는데 몸이 개운하지 않다. 이럴 때 사람들은 몸속 염증을 의심한다.

그렇다. 염증일 수 있다. 다만 알아둬야 할 건, 염증 자체는 죄가 없다. 염증은 원래 몸을 회복시키는 생존 반응이다. 상처가 나면 붓고 열이 나는 건 ‘좋은 염증’이다.

문제는 염증의 불이 꺼져야 할 때에도 꺼지지 않는 ‘만성 염증’이다. 이 불은 혈관벽에 찌꺼기를 달라붙게 하고, 내장지방·지방간·당뇨로 이어진다. 잔불이 꺼지지 않고 타오르다 보면 결국 암과 치매가 찾아온다.


과학적으로 근거가 탄탄한 항염 보충제는 무엇일까. Gemini 생성 이미지.



그래서 시장엔 ‘항염’을 앞세운 보충제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염증은 스위치를 끄듯 단번에 진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람에 따라, 조건에 따라 보충해야 할 건 조금씩 다르다.

몸속 염증의 실체와 이를 조절하는 생활습관은 무엇일까. 그리고 과학이 찾아낸 최고의 항염 보충제는 어떤 것일까. 프랭크 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함께 꼼꼼히 따져봤다.

📋목차

① 염증은 꼭 나쁜 것일까
② 과학적으로 ‘쓸 만한’ 항염 보충제 4종
③ 보충제보다 먼저 해야 할 것
④ 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요약

❤️‍🔥염증은 꼭 나쁜 것일까
염증은 악당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염증은 본디 회복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상처로 세균이 들어오면 선천면역 세포가 먼저 달려가고, 신호물질로 지원군을 부른다. 뒤이어 후천면역이 남은 적을 정리하고 기억세포가 다음 전투를 준비한다. 이렇게 며칠 안에 수습되는 짧은 면역 반응이 ‘급성 염증’이다.

문제는 끝나지 않고 계속 지속되는 염증이다. 위협이 제거되지 않거나, 신호가 꺼지지 않거나, 적이 없는데도 내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이 생기면 염증은 몸을 회복시키는 게 아니라 손상시키기 시작한다. 이를 만성 저강도 염증이라 부른다.

혈관에서 이런 만성 염증이 들끓으면 심혈관질환, 당뇨, 치매와 같은 큰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프랭크 후 교수는 “만성 염증은 수많은 만성 질환의 공통적인 배경으로, 이를 흔히 공통 토양 가설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복부에 껴 있는 내장지방은 염증 신호를 끊임없이 찍어내는 공장이다. Gemini 생성 이미지.



문제는 만성 염증은 어딘가 아픈 느낌이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쉽게 속는다. 안 아프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프랭크 후 교수는 “만성 염증에 특이적인 증상이나 징후는 없다”며 “하지만 장기적인 만성 염증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복부 비만, 피로, 수면 장애, 뻣뻣한 관절, 고혈압이나 고혈당 같은 대사 문제를 보인다”고 말했다.

혈액 속 CRP(C 반응성 단백질)는 염증 위험 신호를 가늠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만성 염증의 전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동반 질환과 생활습관을 함께 봐야 염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항염은 통증을 없애는 게 아니다. 통증은 신경의 언어이고, 염증은 면역의 언어다. 둘이 겹칠 때도 있지만 항상 같은 건 아니다. 목표는 통증을 없애는 게 아니라 불이 꺼져야 하는데도 안 꺼지는 상태를 고치는 것이다. 사실 시작은 보충제를 추가하는 것에 앞서 생활습관을 가다듬는 데 있다.

프랭크 후 교수는 기본 전략으로 생선·채소 중심의 좋은 식단,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체중 관리를 강조했다. 정제 탄수화물이나 당류를 끊고 매일 적어도 30분은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우선이란 말이다. 그는 “비만, 인슐린 저항성, 좌식 생활, 만성 스트레스,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부터 교정하는 게 항염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보충제는 그 다음이다. 결핍이 있거나, 특정 위험군이거나, 식사로 채우기 어려울 때 의미가 생긴다.

🫚과학적으로 ‘쓸 만한’ 항염 보충제 4종
세상에 ‘항염’이라는 배지를 단 수많은 성분 중 과학적 근거가 비교적 탄탄한 것들은 따로 있다.

첫번째는 오메가3다. 항염 보충제 중 가장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다.


프랭크 후 교수는 “현재로서 만성 염증과 만성질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산화제나 폴리페놀 보충제를 권장할 만한 강력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메가3 보충제, 특히 피시 오일 보충제는 기존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과 고위험군에서 염증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유익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그래픽 박지은.



오메가3인 EPA와 DHA는 몸 안에서 염증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지질 신호의 재료가 된다. 동시에 염증을 키우는 쪽으로 가던 흐름을 뒤바꾼다. 계속해서 싸우기보다 정리하고 철수하는 신호를 높여준다. 특히 류머티스 관절염에서 오메가3 보충이 통증과 관절 불편을 줄였다는 연구가 많다.


생선 기름에 함유된 오메가3는 여러 항염 보충제 중 가장 많은 데이터가 쌓여 있다.



프랭크 후 교수는 “가능하면 보충제보다 생선 섭취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웠다. 등푸른 생선을 주 2~4회 먹을 수 있다면 그게 오메가3를 보충하는 가장 깔끔한 방식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충제가 의미 있는 경우는 있다.

입맛에 맞지 않거나 알레르기가 있어 생선을 거의 못 먹는 사람이나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은 의료진과 상의해 오메가3 보충제를 고려할 수 있다.

연구들에선 EPA와 DHA를 합해 하루 1g 이상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류머티스 연구에선 하루 2~3g을 먹기도 했다. 프랭크 후 교수는 “중성지방 감소 측면에서 EPA가 가장 강력한 효능을 보인다”며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오메가3 보충제는 추가적 이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벨을 꼼꼼히 읽는 게 좋다. 시중 제품 중 ‘피시오일 1000㎎’이라고 써 있어도 실제 그 안에 든 EPA와 DHA의 양은 그만큼이 안 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조합이 정확히 얼마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IFOS, NSF, USP와 같은 품질검증 마크가 있는 걸 선택하는 게 좋다. 특히 업계에선 IFOS 별 다섯 개를 받은 제품을 최상급으로 본다.

주의할 점도 분명 있다. 하루 1g 수준에서 출혈 위험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항응고제 복용자나 하루 4g 이상의 고용량, 수술 전후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서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는 비타민 D다.

비타민 D는 항염 보충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몸속 비타민 D가 충분한 사람이 더 먹는다고 얻는 추가적 이득은 없다. 결핍됐을 때에만 면역을 약화시킬 수 있으므로 보충제를 고려하는 게 좋다.

대규모 무작위 시험에서는 결핍된 비타민 D를 보충하면 자가면역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나 있다. 프랭크 후 교수는 “유제품과 생선, 버섯에 상대적으로 높은 양의 비타민 D가 함유돼 있다”며 “이런 식품이나 햇빛 노출로 비타민 D 합성을 유도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몸을 햇빛에 노출하는 것만으로 비타민 D 합성을 유도할 수 있다. 유리창을 통과한 빛보다는 직접 햇빛에 노출하는 것이 좋으며 팔·다리에 10~20분 정도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비타민 D를 먹는다고 염증이 완전히 꺼지는 건 아니다. 결핍이 있다면 채우는 건 합리적이지만, 결핍이 없는데 고용량을 장기간 복용하는 건 고칼슘혈증과 같은 부작용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지용성 비타민이라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쌓여 독성이 생길 위험도 있다.

만약 혈중 농도가 낮다면 하루 800~2000IU를 먹는 게 좋다. 하루 4000IU를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일단 먹고 보는 게 아니라 혈중 농도부터 확인하고 맞춰가는 게 좋다.

세 번째는 커큐민이다. 카레에 들어가는 향신료인 강황의 추출물이다.


강황에서 추출한 커큐민도 항염 효과가 있지만, 흡수율이 낮은 게 단점이다.



커큐민은 염증을 활성화하는 경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 보충제에 붙어 있는 때가 많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낮은 흡수율이 문제다.

메타분석들에선 커큐민 보충이 CRP·IL-6·TNF-α 등의 염증 표지자를 평균적으로 낮추는 경향이 보고된다. 예컨대 2024년 메타 분석은 무작위 통제 시험을 종합해 커큐민이 염증 표지자를 유의하게 낮췄다고 정리했다. 단, 제형·용량·대상이 제각각이라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연구에서 흔히 사용된 용량은 하루 500~1000㎎ 수준. 하지만 흡수가 낮아 생체이용률 강화 제품이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고용량을 먹으면 항응고제와의 약물 상호작용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흡수를 높이려면 기름과 함께 먹을 때 조금 유리하다. 검은후추(피페린)는 흡수를 확 올릴 수 있지만, 대신 약물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여러 약을 먹는 사람이라면 조심하는 게 안전하다.

또한 강황 가루와 커큐민 보충제는 완전히 별개의 제품이다. 강황 가루로 커큐민의 효능을 기대하긴 힘들다. 일부 저가 강황 원료에서 납 오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어 시험성적서와 제3자 검사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네 번째는 마그네슘이다.

염증을 끄는 소화기라기보다 불이 잘 안 붙도록 하는 내연재에 가깝다. 대사·수면·근육 기능처럼 염증을 줄이는 요소들에 도움을 준다.

보통 하루 200~350㎎을 복용하는 게 권장되고, 상한선은 하루 350㎎이다. 하지만 신장이 나쁘다면 고용량은 피하는 게 안전하다. 또 설사를 유발하는 게 보충제의 흔한 부작용이다.

🫃🏻보충제보다 먼저 해야 할 것
항염 보충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다른 약과의 충돌이다. 항응고제·항혈소판제·당뇨약·면역억제제 등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보충제에 든 성분 하나만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염은 건강상 안전과 맞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항염의 목표는 좁아야 한다. 전신 항염을 다 책임지는 보충제는 없다. 관절이 불편하다면 오메가3나 커큐민이 좋고, 비타민 D와 마그네슘이 결핍이 있다면 보충하는 게 좋다.

가장 중요한 건 보충제는 수면과 식단, 운동을 대신해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잠이 부족하면 염증 신호가 올라간다. 항염은 밤에 시작된다. 규칙적이고 충분한 수면 시간이 필수다. 특히 취침 2~3시간 전부터는 아예 뭔가를 먹지 않는 게 밤의 염증 불씨를 줄인다. 주말에 수면 리듬이 깨지면 염증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다.

초가공식품을 줄여야 한다. 항염 식단의 핵심은 특정 수퍼푸드가 아니라 초가공식품, 과당, 정제 탄수화물, 트랜스지방을 덜 먹는 것이다. 프랭크 후 교수는 “설탕과 첨가 당류, 정제 탄수화물, 붉은 육류와 가공육, 포화 지방과 트랜스 지방은 염증을 높인다”며 “통곡물, 과일과 채소, 콩류, 견과류 등 건강한 식물성 식품과 생선은 만성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초가공식품은 몸 속 염증 물질을 대거 방출시키는 연료다.



복부에 낀 지방은 염증 신호를 방출하는 공장이다. 과체중 혹은 비만이라면 체중을 5~10%만 줄여도 항염 효과가 크다.

잇몸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치주염은 전신 염증에 불씨를 준다. 앙치와 치실, 치간칫솔, 스케일링을 생활화해야 한다.

3️⃣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요약

① 염증은 원래 좋은 반응이다. 문제는 끝이 안 나는 만성 염증이다.

② 근거가 비교적 탄탄한 후보는 오메가3(특정 염증성 질환 보조), 비타민 D(결핍 교정), 커큐민(관절염), 마그네슘(CRP 개선) 정도다.

③ 수면·운동과 복부지방·잇몸 관리, 초가공식품 줄이기가 보충제보다 강력한 항염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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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정봉     정수경  중앙일보     발행 일시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