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80대 남성이 아픈 아내를 살해한 뒤 스스로 총을 쏴 생을 마감하는 일이 발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령화 사회에서 간병 부담으로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하는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고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리처드 호일(89)과 엘렌 호일(85)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인스빌에 거주하는 조용한 노부부였다. 엘렌은 오랜 기간 투병해 왔으며 남편인 리처드가 돌봤다고 한다. 이들 부부에는 딸이 있었으나 이웃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며 리처드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고 부부는 서로에게 의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웃에게 집 정원 관리와 목욕, 환복 등을 부탁할 정도였다. 이 기간 리처드는 아내와 함께 보호 시설로 들어가 남은 생을 보낼지에 대해 고민했고 “몸이 아프다” “예전처럼 골프를 치지 못한다”며 노년을 한탄하는 말을 종종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리처드는 작년 4월 26일 오전 11시쯤 아픈 아내를 총으로 쏴 살해하고 911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신고했다. 당시 리처드와 911 대원 사이에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살해 후 자살 사건이 일어났어요.” (리처드)
“그런 일이 일어난 걸 어떻게 아십니까?” (911)
“제가 자살할 사람이니까요.” (리처드)
“네? 자살할 사람이 당신인가요?” (911)
‘뚝’
신고를 받고 경찰과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땐 리처드와 엘렌은 숨진 채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탁자에는 유언장과 ‘내 죽음을 알릴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적힌 부고장을 보낼 명단이 놓여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엘렌의 동의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호일 부부의 사례처럼 미국에선 최근 간병 부담으로 인한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늘고 있다. 2021년 살해 후 자살 사건의 10%는 65세 이상에서 발생했는데, 이는 2019년 8.9%에서 증가한 수치다.
55세 이상에서 발생한 살해 후 자살은 10만 명당 0.62명으로 나타났다. 55세 미만의 0.34명보다 거의 두 배나 높다. 이 연구를 진행한 도나 코헨 정신과 교수는 5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살해 후 자살’ 사건의 경우 대부분 남편이 아내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질병에 대한 부담, 치료 비용 증가, 고립감, 절망감 등으로 남편이 부인을 먼저 총으로 쏜 뒤 자살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코헨은 “이건 사랑이나 이타주의 행위가 아니라 우울증과 절망의 행위”라고 했다.
최혜승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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