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뉴욕 최고 레스토랑 '포시즌스' 지배인 겸 공동소유주 줄리안 니콜리니(Niccolini·60)]

해암도 2013. 12. 2. 06:37

 

"나는 레스토랑의 권력자… 힐러리도 아무데나 못 앉죠"

TV조선 글로벌 리더스 포럼 참석

매일 69개 예약석 배치가 主업무… 오프라 윈프리·랠프 로런도 단골
아무리 저명해도 탐내는 자리 안줘… 나쁜 자리 줬더니 즐거워하던데요
포시즌스(The Four Seasons)는 '뉴욕 최고 레스토랑'이란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빌·힐러리 클린턴 부부와 조지 부시 부자, 헨리 키신저, 오프라 윈프리, 워런 버핏,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랠프 로런, 마사 스튜어트, 바버라 월터스, 엘턴 존, 안나 윈투어, 산티아고 칼라트라바 등 뉴욕과 세계를 움직이는 명사들이 1959년 문을 연 이 식당의 단골이다. 이곳에서 식사한다는 건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고, 특히 가장 좋은 테이블에 앉는다는 건 '최고 중 최고'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뉴욕타임스는 "포시즌스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어느 자리에 앉느냐가 더 중요한 식당"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포시즌스 지배인 겸 공동 소유주인 줄리안 니콜리니(Niccolini·60)는 어느 손님이 어느 자리에 앉느냐를 결정하는 '권력자'이다. 지난 29일 TV조선이 주최한 '글로벌 리더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니콜리니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지난 29일 롯데호텔서울 클럽라운지에서 만난 줄리안 니콜리니.
지난 29일 롯데호텔서울 클럽라운지에서 만난 줄리안 니콜리니. 레스토랑 지배인으로 수십 년에 걸쳐 몸에 밴 서비스 정신과 유머가 촬영할 때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김지호 객원기자
니콜리니는 "매일 오전 11시 예약 명단을 확인하고서 손님들을 69개 테이블에 배정한다"고 했다. "포시즌스에는 '그릴룸(Grill Room)'과 '풀룸(Pool Room)'이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대부분 32개 테이블이 있는 그릴룸에서 식사하고 싶어하죠. 특히 그릴룸 중앙 5개 부스(booth ·칸막이한 테이블)는 누구나 탐냅니다.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자리죠."

손님을 테이블에 배정하는 제1원칙은 '얼마나 충성스러운 단골이냐'이다. 하지만 "아무리 단골이 요구하더라도 늘 같은 자리를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뭐든 원하는 대로 된다면 인생이 무슨 재미겠어요? 우리 손님들은 세상일을 뜻대로 할 만한 영향력을 가진 최상류층이죠. 그런 분들에게 원치 않았던 나쁜 자리를 드리면 오히려 즐거워합니다. 한 단골에게 같은 자리를 계속 주면 지정석이 돼요. 그러면 다른 단골들이 불평해 골치 아파집니다."

제2원칙으로 '손님이 요즘 얼마나 잘 나가느냐'를 고려한다. "최고의 화제 인물에게 제일 좋은 자리를 드립니다. 다른 손님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거죠."

헤어진 명사 남녀가 우연히 같은 날 예약을 하면 일부러 서로 마주 보는 테이블에 배정하고, 신인 여배우가 오면 영화 제작자 옆 테이블에 앉혀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손님이 기분 나빠 할 정도로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그러려면 손님과 친구처럼 친하고 잘 알아야 하죠."

니콜리니는 손님을 격의 없이 대하는 것을 넘어 짓궂은 농담과 장난까지 치는 것으로 '악명' 높다. "손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매일 신문과 잡지, 블로그 등 온갖 매체를 확인합니다. 특히 스캔들 등 안 좋은 일을 유심히 파악하지요. 그걸로 손님에게 농담을 해요. 그런다고 발길 끊은 분은 거의 없어요."

유명 인사들이 포시즌스를 찾는 이유에 대해 니콜리니는 "연속성"이라고 답했다. "식당 내부는 20세기 최고 건축가인 필립 존슨과 미스 반데어로에가 54년 전 디자인한 그대로입니다. 피카소가 만든 태피스트리 작품이 54년 전과 마찬가지로 벽을 장식하고 있고요.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 요리한 최상의 음식, 손님의 기호를 속속들이 파악한 세심한 서비스도 빼놓을 수 없죠."

니콜리니는 "동시에 포시즌스는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고 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메뉴를 새로 짰어요. 값비싼 식재료 대신 맛은 훌륭하지만 비싸지 않은 것으로 대체하는 등 음식값을 낮췄어요. 2000년대 초 닷컴 열풍 때는 수트·넥타이 드레스코드를 없앴죠. IT로 돈을 번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죠. 명성에 안주하면 안 됩니다, 특히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에 있다면요. 수십년 걸쳐 찾아주는 손님들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진화해온 분들입니다."

                                                             김성윤 기자 조선 : 2013.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