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구글 경쟁자로 뜬 퍼플렉시티, 드미트리 쉬벨렌코 CBO
“우리는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10개의 파란색 링크가 아니라 답을 준다.”
드미트리 쉬벨렌코 퍼플렉시티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의 말이다. 사실 퍼플렉시티에 대한 설명은 이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다. 퍼플렉시티의 철학과 차별점, 미래가 담겨 있어서다.
퍼플렉시티는 2022년 8월 설립됐다. 오픈AI 출신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4명의 AI 기술자가 창업자다. 주력 제품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대화형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다. 설립 당시 구글의 글로벌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은 92%(스탯카운터). 이미 구글 천하가 된 시장에 겁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선 감히 구글에 도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드미트리 쉬벨렌코 퍼플렉시티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퍼플렉시티는 최근 SKT와 투자협력을 맺고, 국내 SKT 사용자들에게 퍼플렉시티 프로 버전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김경록 기자
그러나 2년이 채 안 된 지금, 퍼플렉시티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힙한 AI 회사로 떠올랐다.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텔레콤(SKT) 등 한국 회사들까지 줄줄이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소프트뱅크가 책정한 퍼플렉시티의 기업가치는 30억 달러(약 4조1500억원). 출시 당시 220만여 명이었던 월 방문자는 8500만여 명(지난 5월, 시밀러웹)으로 크게 늘었다. 물론 지표상 ‘구글 제국’에 균열도 내지 못할 수준이지만, 시장과 언론은 퍼플렉시티에 이미 ‘구글의 대항마’란 수식을 붙이길 주저하지 않는다. 퍼플렉시티는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증명할 수 있을까. 구글 천하에 균열을 낼 AI검색의 미래는.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SKT 본사에서 쉬벨렌코 CBO를 만나 물었다.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우버 등에서 일한 그는 지난해 퍼플렉시티에 합류했다.
💬목차
1. 구글이랑 뭐가 다른데?
2. 한국에도 마법 같은 답변
3. AI 검색의 미래는
박다은 디자이너
1. 구글이랑 뭐가 다른데?
먼저 ‘퍼플렉시티는 어떤 회사인지’ 물었다. 돌아온 답은 “구글이나 오픈AI와는 차별화된 AI 기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였다.
구글의 새로운 경쟁자로 알려졌다. 실제 경쟁이 가능한가.
구글은 기존 사업 영역이 있으며, 그 사업은 사람들이 링크를 클릭하게 만드는 것에 기반을 둔 사업들이다. 광고나 검색 엔진 최적화 서비스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전 세대 인터넷 사업자들처럼 지켜야할 기존 사업 모델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더 정확한 답변을 더 빠르게 제공할 수 있다. 그것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이다. 지금까지 성과를 낸 것 역시 서비스 제공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퍼플렉시티 로고. 연합뉴스
구글과의 차별점은.
근본적인 차이는 퍼플렉시티가 사람들에게 링크 대신 답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구글에 질문하면 10개의 파란색 링크를 받아볼 수 있다. 하지만 퍼플렉시티는 답을 주고, 그 답을 생성하는 데 사용된 출처 역시 제공한다. 정확하고 간결한 답을 받게 되면 그만큼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신생 회사인데 거물 투자자가 많다.
투자자들이 퍼플렉시티를 사랑하는 이유는, 실제로 제품을 써봤기 때문이다. 벤처 투자자들은 새로운 주제와 회사,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조사하고 연구한다. 그만큼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제품의 이상적인 사용자다. 퍼플렉시티는 이런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투자자들이 우리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을 거고, 동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제품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도 깨달았을 것이다. 더 궁극적인 이유는, 매일 더 좋아지는 것을 직접 봐서다. 우린 ‘매일 1% 더 나아지자’는 철학을 갖고 있고, 실제 매일 새로운 버전을 배포한다. 개선 속도를 보면 다들 흥미로워한다.
성장 지표를 공개할 수 있나.
한 달에 2억 건 이상의 검색 요청(쿼리)이 처리된다. 회사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일일, 주간, 월간 쿼리다. 사업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최고의 지표이자, 외부에 공유할 수 있는 지표다. 내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공개하지 않지만 분명하게 증가했고, 수익 성장도 함께 이뤘다. 핵심 지표에서 고속 성장이 이뤄진 것이다.
김주원 기자
기본 이용료는 무료지만 프로 버전 구독료는 월 20달러다. 검색은 무료란 인식이 강한데, 확장성이 있나.
구독 모델은 유지할 거지만, 광고를 도입해 보완할 계획도 있다. 콘텐트 공급자와 수익 공유를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검색은 정확성이 생명 아닌가.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퍼플렉시티는 LLM을 지식의 출처로 사용하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생겨나는 인터넷상 고품질 지식이 답변의 원천이며, LLM은 답을 주기 위해 지식을 종합·요약하는 데만 사용한다. 즉, AI의 지식 생성이 아닌 검색에 기반을 둔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것은 도전이다. 물론 합성 단계에서도 일부 환각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LLM을 지식 저장소로 사용하는 경우보다 빈도가 훨씬 적다.
회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속도와 정확성, 가독성이다. 회사의 영원한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사용자들이 항상 신경 쓸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우선순위는 서비스 개선 속도다. 세계는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제품을 개선해서 배포해야 한다.
2. 한국에도 마법 같은 답변
퍼플렉시티는 최근 S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글로벌 동맹군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SKT와 손을 잡았다. SKT는 퍼플렉시티에 1000만 달러(약 137억원)를 투자하고, 퍼플렉시티도 지난해 SKT가 실리콘밸리에 세운 ‘글로벌 AI 플랫폼 코퍼레이션(GAP Co.)’에 투자하기로 했다.
SKT는 지난 2월 29일 MWC 24에서 차세대 AI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퍼플렉시티와 개인형 AI 비서 사업 고도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유영상 SKT 대표(오른쪽 넷째)와 드미트리 쉬벨렌코 퍼플렉시티 CBO(왼쪽 넷째)가 MOU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연합뉴스
SKT와 협력은 어떤 의미인가.
SKT에는 2500만 명의 가입자가 있다. 이들 모두에게 AI가 제공하는 마법같은 답변을 전달해 줄 것이다. 가장 기대하는 건 한국 이용자들이 질문에 대해 더 빨리 답변을 받고, 더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최고의 파트너와 함께 사업하며 한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구체적으로 뭘 하나.
첫 번째는 SKT의 모든 가입자들에게 퍼플렉시티 프로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는 것. 연간 200달러의 가치가 있다. 두 번째는 ‘에이닷’(A.)과 같은 SKT의 기존 AI 서비스가 퍼플렉시티의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엔 퍼플렉시티의 LLM도 포함된다. 세 번째, SKT는 엄청난 야망을 갖고 글로벌 시장 대상으로 AI 에이전트(비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 기술력을 통해 SKT가 새 유형의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한국의 다른 기업과도 협력할 수 있나.
우선은 SKT와 할 일이 너무 많다. 당장은 전력을 다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 작은 회사다. 직원이 80여 명밖에 안 된다. 다만 다른 기회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으로 확신한다. 거기에도 열려 있다. 통신부문 파트너는 SKT가 유일하겠지만, K팝 스타들이 퍼플렉시티 홍보대사가 되는 것에도 흥미가 있다. 창작자들과 예술가들이 퍼플렉시티를 사용하고, 그들의 팬들과 공유하길 원한다. 기업 간 협력은 아니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퍼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인식은.
SKT는 분명 선구자이자 혁신가다. 최고의 AI 제품을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AI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 경험상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이 매우 진보적이다. 협력해 본 모든 곳이 그랬다.
한국 시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퍼플렉시티는 이용자들이 지인들에게 사용 경험을 얘기해 주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이번 협력을 통해 한국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제품을 써 보고, 자연스럽게 주변에 공유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미국 및 다른 시장에서 성장한 과정처럼 한국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걸로 기대한다.
한국 이용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질문을 생각해 보고, 퍼플렉시티에 물어봐 줬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가 뭘할 수 있는지 봐달라.
3. AI 검색의 미래는
이미 구글로 찾지 못하는 정보가 거의 없는 시대. 그럼에도 검색 서비스는 더 나아질 수 있을까. AI가 더해진 검색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퍼플렉시티의 대답은 단순했다. 첫째, 얼마의 시간이 흐르든 결국 검색 이용자들이 원하는 건 정확하고 빠른 답변이라는 것. 그리고 검색 서비스는 링크에서 답변으로, 이어서 검색하는 사람의 행동을 돕는 데까지 진화한다는 것.
지난달 14일, SKT와의 투자협력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드미트리 쉬벨렌코 퍼플렉시티 CBO. 김경록 기자
AI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빅테크가 일제히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엔비디아. 모든 AI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엔비디아에 수표를 보내고 있다. 지금 시점에선 그들이 승리자다. 물론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그들 모두 퍼플렉시티의 투자자이기도 하다.
하드웨어 판매로 돈을 버는 것 말고, AI 기술 개발 및 서비스의 승자는?
퍼플렉시티가 승자가 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 집중과 속도, 두 가지가 승리를 위한 올바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다.
AI 서비스로 투자금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
지금 AI 관련 회사들이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성공한 많은 IT 회사들이 과거 몇 년 동안 성장을 위해 투자했고, 그 뒤에 수익성을 얻는 좋은 사례들을 제시했다. 아마존·페이스북·우버·구글 등이 그랬다. 커다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성장 우선 전략을 취하는 것이 결국 가장 좋은 승리의 길일 수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다. 내일 당장 꼭 수익을 내고 싶다
면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성장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여러 LLM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 독자적인 LLM 개발 필요성은 못 느끼나.
라마3와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웹상 콘텐츠를 종합하고 요약하기 위해 조정을 거친 자체 LLM도 가지고 있다. ‘소나(Sonar 8B)’다. 핵심 사업은 아니지만, 1만50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이걸 쓰고 있다. 다만 AI 시장에선 너무 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더 나은 LLM이 계속 나온다. 우리 제품이 최고의 기술을 가진 모든 LLM에 접근할 수 있길 원한다. 여러 LLM을 사용하면 다양한 질문에 대해 더 나은 답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멀티모델 전략을 고수한다.
지난 4월 1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단기적, 장기적 목표는?
우선은 사용자들이 더 많은 질문을 하게 하고, 제품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 오늘 퍼플렉시티를 통해 5개의 질문을 했다면, 2년 후엔 50개를 하길 원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여러 방법이 있다. 우선 더 잘 답변해서 신뢰도를 높이는 것. 그리고 사용자를 더 잘 이해해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른 방식의 질문을 유도하는 것이다. 사실 AI를 이용한 제품 자체에 집중하는 회사가 드물다. 오픈AI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품을 구축하고 AI를 잘 적용하는 일에 집중한다. 기초 모델을 개발하지 않지만, 최신 AI 기술을 조정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게 구현하는 데 있어서는 최고인 것이다. 그 때문에 AI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앱을 만들 기회가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 목표다.
검색 서비스의 미래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리 투자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미래를 생각할 때, 변하지 않을 것들을 묻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존은 사람들이 언제나 더 빠른 배송, 더 저렴한 가격, 그리고 더 많은 선택지를 원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색 서비스에 이 질문을 대입하면, 사람들은 미래에도 항상 더 빠른 답변, 더 정확한 답변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은 출처를 원하며, 정보를 잘 종합해 더 읽기 쉽게 만든 답변을 받고 싶어할 것이다. 그게 검색의 미래다. 물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더 나아져야 하고, 의도도 더 잘 이해해야 한다. 사고 싶은 물건을 검색하면 정보뿐 아니라 상품을 구입하는 행동에도 도움을 주고, 여행에 대해 검색할 땐 여행상품을 예약하는 일까지 도와주는 것이다. 결국 링크에서 답변으로, 그리고 사용자의 행동으로 이동하는 게 자연스러운 검색 서비스의 진화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AI 기술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사실 AI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인간이 가진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질문을 갖고 있으며,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답을 주는 것이 AI인지, 인간인지가 아니다. 단지 질문에 대한 답을 원할 뿐이다. 퍼플렉시티가 그것을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지금은 AI라는 단어에 너무 많이 집중하고 있다. 항상 뒤로 돌아가서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의 문제 해결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퍼플렉시티의 성공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떤 LLM,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람들은 단지 좋은 경험을 원한다. 질문에 대해 정확한 답을 받는 좋은 경험.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윤정민 기자 2024.07.18 [출처: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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