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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식량난 구원투수 ‘K-라이스벨트’…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핵심 의제로

해암도 2024. 6. 5. 08:28

[K-농업외교]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4일 개막
아프리카 핵심 MOU 된 ‘K-라이스벨트’
2027년까지 3000만명 먹을 쌀 생산 목표
지난해 종자 첫 수확… 목표치 14% 상회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아프리카 48개국이 참여하는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4일 개막한다. ‘동반성장, 지속가능성 그리고 연대’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아프리카연합(AU) 소속 국가 55개 나라 중 48개 나라가 참석한다. 정상회의는 4일 개막이지만 양자 정상회담 일정으로 이미 막이 올랐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 경험을 주목한다. 특히 기아 문제에 직면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해 한국의 K-라이스벨트 사업의 확대를 바라고 있다.

 

줄리어스 마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한-시에라리온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K-라이스벨트 사업’ 확대를 요청했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시에라리온의 농업 생산성 향상과 식량안보 강화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합의를 토대로 한국 정부는 다수확 쌀 품종 개량, 종자 보급, 기술 교육 등 선진 농업 기술을 전수할 예정이다.

 

◇ 사하라 이남서 출발한 K-라이스벨트, 첫 수확까지 ‘순항’

K-라이스벨트 사업은 사하라 사막 이남 7개국을 시작으로 한국의 쌀 자급 달성 경험을 전수하는 대규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아프리카의 쌀 생산성을 향상해 기아 문제 해소 등 식량 상황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벼 종자 생산단지를 확보하는 등 생산 인프라를 조성해 우수한 벼 종자를 농가에 보급하고 재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K-라이스벨트 사업은 세네갈과 감비아, 기니, 가나, 카메룬, 우간다, 케냐 등 7개 나라에서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는 상대국 정부의 농업 발전 의지, 협력 기반 여부, 쌀 수급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 추진 국가를 선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사하라 이남 지역의 대부분 국가는 쌀이 첫 번째 주식이지만 식량 부족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감비아와 케냐의 경우 2021년 기준 자급률이 20%선을 오르락내리락한다”고 말했다.

 

사업 시행 초기지만 입소문을 타고, 참여 희망 의사를 밝히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기니비사우와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는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앙골라와 잠비아, 탄자니아, 짐바브웨, 말라위, 마다가스카르 등은 MOU 체결을 요청하고 있다.

K-라이스벨트 사업 참여 현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K-라이스벨트는 농식품부와 농촌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가 각각 역할을 나눠 임무를 수행 중이다. 농식품부는 국가별 종자 생산·보급, 단지 조성계획 수립, 성과 관리 등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농진청은 현지 코피아센터(KOPIA, 농진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를 중심으로 적합 종자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코피아센터는 현재 다수확 벼 종자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2027년까지 벼 종자 1만톤을 농가에 보급해 3000만명이 먹을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1차 목표다. 지난해에는 코피아센터에서 개발한 고품질 다수확 벼 종자를 2321톤 수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당초 목표 2040톤보다 14% 많은 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지 연구청과의 긴밀한 협력과 농가 계약 재배 방식으로 생산 목표를 초과 달성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현재는 현지 파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종자 생산 관리와 농민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는 경지 정리와 용배수로, 양수장 등 인프라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관개시설 개선 분야에서 톡톡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14년부터 탄자니아에서 실시한 잔지바르 관개시설 건설사업은 1315ha 경지 개발과 저수지 3개, 관정 49개를 건설해 현지 농업 생산성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말라위에선 2018년부터 쉬레강 인근 4만3400ha 농경지에 관개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 식량 증산에 기여했다.

 

◇ ‘우호의 상징’,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도 담길 듯

한국이 개발한 벼 품종은 뭐가 다를까.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생산성이다. 아프리카에서 재배되던 토착 품종은 1헥타르(ha)에 1.5~3톤(t)이 생산되는 반면, 한국이 개발해 보급한 ‘이스리(ISRIZ)’ 품종은 1ha에 최대 7t이 생산된다.

 

이스리 품종은 자포니카’ 계열인 통일벼와 ‘인디카’(안남미) 계열인 현지 쌀을 자연 교배해 확보한 다수확성 품종이다. 자포니카 특유의 윤기와 찰진 식감으로 현지에선 영양가가 더 많은 쌀로 통한다고 한다. 시장 가격도 토착 품종 보다 15% 가량 더 비싸다.

 

이 외에도 야생벼를 활용해 품종을 개량한 ‘우카파치(Ukafaci)’와 풍토병 저항성이 강한 ‘카파치’(Kafaci) 등이 있다. 현재 한국의 기술로 아프리카 기후에 맞게 개발한 벼 품종은 8개국에 총 26개 품종이 등록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환영만찬에서 아프리카 정상들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농업 ODA 프로젝트인 K-라이스벨트 사업은 한국 농업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쌀 생산에 필요한 농약과 비료, 농기계 등 한국산 농기자재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면서 “현재 세네갈에선 농기계 지원 및 수리센터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이는 한국 농기계를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처음 열리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의 공동선언문에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공동선언문 명시는 K-라이스벨트를 한국과 아프리카 우호의 상징으로 공식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짐바브웨, 앙골라 등 4개 나라와 라이스벨트 MOU를 체결할 것”이라며 “K-라이스벨트가 사하라 이남에서 아프리카 남부 국가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벼종자 개선 프로젝트로 시작한 K-라이스벨트는 농자재와 쌀 유통 역량 강화 등 식량 전반의 가치사슬 발전 프로젝트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며 “농가 정주 여건 개선, 농촌 연계망 강화 등 아프리카 농촌 개발까지 아우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