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AI 바둑 약점 찾았다” 美 아마 기사 15전 14승

해암도 2023. 2. 20. 06:42

美 아마 기사 “귀퉁이에 두는 등 변칙수법으로 AI를 당황하게 해”
이세돌 1승 이후 7년 만에 압승

 
 

때는 바야흐로 인공지능 전성시대. 매일 아침 눈뜨면 AI의 위력에 놀라고 감탄하는 기사들로 넘친다. 하지만 인간이 인공지능을 압도했다는 뉴스가 모처럼 날아들었다.

AI의 약점을 파고드는 수법으로 인공지능 상대 전적 15전 14승 1패를 기록한 미국 아마추어 바둑기사.

미국 유력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 자에 미국 아마추어 기사 켈린 펠린이 인공지능 대국 프로그램인 카타고와 15판 승부를 벌여 그중 14판을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알파고에 1승(4패)을 거둬 인간이 AI를 호선(互先·맞바둑)으로 꺾은 지 7년 만이다. 이세돌은 은퇴했고, 알파고도 이세돌전을 치른 뒤 ‘퇴역’했다.

카타고는 알파고 이후 중국 절예(絶藝) 등과 함께 세계 최강 중 하나로 꼽히는 AI다. 바둑에 특화된 신경망을 장착한 것이 알파고와의 차별점이다. 4~5년째 국내 프로 기사들이 가장 애용하는 AI로, 최정상권 프로 기사도 2점 전후를 접어주는 막강한 실력을 갖췄다.

아마추어 기사 펠린이 카타고를 꺾은 비결은 전략에 있다. 기존의 전통적 정공법을 피해 귀퉁이에 두는 등 변칙 수법을 들고나온 것이다. AI는 익숙하지 않은 상대 전법에 당황, 형세 판단과 수읽기 등에 차질을 빚다가 무너져내렸다.

뉴스1
 

펠린이 이 같은 수법을 들고나오기까지엔 주변 연구자들의 도움이 컸다. 프로그램 설계자인 캘리포니아주 소재 FAR AI연구소 애덤 글리브 최고 경영자는 “AI 약점을 파고드는 작업은 놀라울 만큼 쉬웠다”고 했다. 글리브가 파악한 카타고의 맹점을 표적으로 펠린은 100만 판이 넘는 실전 훈련을 거쳐 카타고전에 임했다.

 

정공법은 아니지만 무소불위의 능력을 뽐내는 AI의 허점을 찾아냈다는 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UC버클리 컴퓨터과학과 스튜어드 러셀 교수는 “인공지능은 과거 데이터 중 특수한 상황만 이해한다. 인간에게 일반화된 상식을 모두 숙지하고 있다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것은 인간의 이 같은 수법이 20여 년 전에도 시도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인공지능 수준이 낮을 때였다. 최강 AI ‘고메이트’를 상대로 9점 접바둑을 두게 된 서봉수 9단은 AI 성능 테스트도 할 겸 첫수를 ‘2의 二’에 착점했다. 좀체 두지 않는 수에 고메이트는 갈팡질팡하다가 대패했다. AI의 취약점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에도 미국 기술업체 ‘아르스 테크니카’가 카타고를 한 차례 골려준 사례가 있었다. 카타고의 사각(死角)지대를 파고드는 적대적 전략(adversarial policy)으로 승리한 뒤 이를 논문으로 정리, 아카이브에 올렸다. 인간이 놓은 돌들의 위치에 따라 집 계산에 착오를 일으키도록 유도했다는 설명이 따랐다.

 

바둑과 AI를 둘러싸고 현지 언론과 업계 종사자, 팬들이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버클리대 러셀 박사는 “가장 앞선 바둑 AI 중에서 일부 결함이 발견된 것은 오늘날의 가장 진보된 인공지능 기반인 딥러닝 체제의 근본적 문제점을 말해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