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위스키라고 하면 소수 애호가 집단을 위한 고급술로 인식하곤 한다. 이는 분명한 오해다. 여느 술과 마찬가지로 위스키도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즐기는 주류의 하나다. 나에게 맞는 위스키를 찾고 그 맛을 이해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위스키를 둘러보고 나면 어렵기만 하던 위스키가 한결 친숙하게 다가올지도. 이 겨울, 위스키 한잔으로 환상적인 시간을 경험하고 싶은 초보 드링커를 위해 위스키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풀어봤다.
Q. 위스키는 어떤 재료로 만들까?
위스키의 풍미는 한 가지로 표현할 수 없다. 버번은 코코넛향이 나기도 하며, 아이리시 위스키는 과실향이 느껴진다. 캐나디안 위스키는 볶은 견과류와 알싸한 매콤함이 지배적으로 느껴지며, 재패니즈 위스키는 훈제 자두향이 난다. 그 밖에도 딸기, 땅콩, 페퍼민트, 바비큐 등 다채로운 향을 위스키 한잔에서 느낄 수 있다. 맛과 향은 각양각색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위스키에 사용되는 재료는 물과 맥아(보리 또는 곡물류), 효모가 전부다.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이런 마법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까? 위스키는 발효된 곡물로 만든 술을 증류하고 오크통에 넣어 숙성한 증류수다.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단계마다 맛과 향이 형성되거나 제거되는데, 모든 단계가 위스키의 맛과 향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Q. 위스키 스펠링 ‘Whisky’와 ‘Whiskey’, 둘 중 무엇이 맞을까?
스코틀랜드, 일본,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Whisky로,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Whiskey로 쓴다. 18~19세기 초 스카치위스키는 품질이 고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일랜드 사람들은 자신들의 위스키를 차별화하기 위해 ‘e’를 추가해 Whiskey로 표시했다. 그 외 다른 나라의 소규모 제조업체들은 제각각 선호하는 철자를 사용한다.
Q. 상황에 어울리는 위스키 선택법은?
언제 어디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어울리는 위스키 종류도 다르다. 클럽과 같이 시끌벅적한 장소에서는 목을 축일 정도의 위스키면 족하다. 음악과 사람들의 소음으로 인해 유리잔 안의 아로마에 신경 쓸 겨를이 없기 때문. 캐주얼한 버번 위스키나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칵테일로 마실 때는 위스키 스타일에 좀 더 집중하자. 이탄향이 강한 위스키는 다른 재료의 풍미를 가리고 반대로 너무 약한 위스키는 칵테일의 밸런스를 무너트린다. 스코틀랜드나 일본 위스키, 미국 메이커스마크의 버번위스키 등을 추천한다. 반면 퇴근 후 홀로 위스키를 즐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버번이나 스카치 싱글몰트 등 각 지역에서 난 좋은 위스키 한잔을 고르자.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로마를 즐길 수 있는 위스키가 제격이다.
Q. 비싸다고 좋은 위스키일까?
위스키 가격의 방정식은 단순하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품질과 희귀성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위스키가 적을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니 무조건 숙성 연도가 오래됐다고 비싼 건 아니다. 30년 숙성 된 위스키보다 10년 숙성된 위스키 중에도 현재 더 이상 유통되지 않는 것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Q. 위스키 보관은 어떻게?
위스키를 와인처럼 눕혀서 보관하면 낭패를 본다. 반드시 세워서 코르크 마개와 접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와인과 다르게 위스키는 온도 등 환경에 따른 맛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따로 저장고가 필요 없다. 상온 보관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풍미와 색깔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진열장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마개를 열지 않은 상태에서는 10년 정도 충분히 보관할 수 있으며, 마개를 딴 경우에는 코르크가 말라 부스러져 위스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 수시로 교환하는 것이 좋다. 개봉 후에는 공기가 병 안으로 들어가 위스키와 접촉해 산화가 일어나며 풍미가 변한다. 병에 위스키가 1/3 이하로 남았다면 그해에 다 마시거나 작은 병에 옮겨 담는 것이 좋다.
참조 《위스키는 어렵지 않아》 《위스키 마스터 클래스》 《초보 드링커를 위한 위스키 안내서》
위스키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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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Peat)
땅에서 파낸 토탄. 맥아를 건조할 때 연료로 사용하면 맥아에 이탄향이 밴다.
바디
위스키를 마셨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 무게감을 말한다. 바디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알코올 도수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점성이 올라가고 입안에서 무겁게 느껴진다. 라이트, 미디엄, 풀바디로 구분한다.
위스키의 눈물
위스키가 담긴 잔을 흔든 다음 가만히 두면 잔 표면에 얇은 막이 생겨서 눈물처럼 천천히 흘러내린다. 이것을 위스키의 눈물이라 부른다.
페를라주(Perlage)
병을 흔들어 기포를 만드는 기술. 기포가 오래갈수록 알코올 도수가 높다.
마스터 디스틸러(Master distiller)
증류 책임자로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증류소 핵심 인물이자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또 블렌딩을 담당하는 마스터 블렌더가 있다. 둘의 업무는 상호보완적이다.
슬란지바(Slainte Mhath)
‘건배’라는 뜻. 스코틀랜드 토착어인 게일어로 ‘좋은 건강’이라는 말이다.
위스키 글라스 고르기
ⓒ gettyimage
위스키를 잘 고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글라스 선택이다. 글라스는 위스키를 마시기 위한 도구지만 코로 향을 맡을 때도 사용한다. 때문에 어떤 잔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위스키 풍미가 달라진다. 위스키의 향이 잘 퍼지도록 충분한 공간이 있는 잔이 좋고, 입구가 좁아야 코에서 복합적인 아로마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손으로 느끼는 촉감도 풍미에 영향을 미친다. 잔을 잡고 있는 손도 코와 동시에 뇌에 신호를 보내기 때문. 무늬가 있는 잔에 마시는 위스키와 매끈한 잔에 마시는 위스키의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색깔 있는 잔은 피하는 것이 좋다. 위스키는 시각적으로 즐기는 맛도 있으니 투명하고 깨끗한 잔을 골라보자.
텀블러(Tumbler) : 향을 음미하기보다 얼음을 넣은 칵테일을 즐기기에 좋은 잔이다. 얼음이 잔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부드럽고 좋다.
코피타(Copita) : 와인잔으로 오해받는 튤립 모양의 잔. 향을 잡아두기 좋고 다리(스템)가 있어 손으로 잔을 잡았을 때 위스키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카타비노(Catavino)’라고도 불린다.
글렌캐런(Glencairn) : 위스키 향을 맡고 맛을 보는 용도로 특별히 설계된 위스키 전용 잔으로 바닥이 두툼하고 낮다. 베이스 부분은 넓어서 아로마가 잘 퍼지고 입구는 좁아서 아로마를 모아준다.
올드 패션드 글라스(Old Fashioned Glass) : 올드 패션드 칵테일에서 따온 이름. 주로 크리스털 재질이며, 코냑, 소다, 얼음을 섞어 만드는 올드 패션드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1840년대에 제작한 잔이다.
위스키에 어울리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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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레드와인에는 육류, 화이트와인에는 생선류가 어울린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위스키는 어떨까? 위스키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증류소의 기후에 따라 맛이 다른 데다 두 증류소에서 전혀 다른 위스키를 생산하기 때문. 먼저 가벼운 치즈나 초콜릿 등을 준비해두고 하나씩 매칭하며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가면 좋다. 다만 지나치게 짜거나 단 음식, 향이 강한 음식은 위스키와 어울리지 않는다. 음식이 너무 달면 알코올이 부각돼 위스키 맛이 강하게 느껴지며, 음식이 너무 짜면 위스키가 떫게 느껴진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오래전부터 전통요리와 함께 위스키를 즐겼다. 아일랜드는 훈제연어와 위스키, 스코틀랜드에서는 양 위에 내장을 채워서 찌는 전통요리인 ‘하기스’와 함께 즐겼다.
톱클래스 2023년 02월호 정리 서경리 기자 조선일보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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