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인지 담당하는 원뿔세포에 장애
기능 저하는 색약-기능 못하면 색맹… X염색체로 전달돼 남성에게 더 많아
색약인, 신호등 구분은 할 수 있지만, 조종사 등 일부 직업 선택에 제약
색의 구분 이상 여부를 알기 위해 정밀 색각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김안과병원 제공
“넌 모르잖아, 알록달록한 세상.”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이 색약을 앓고 있는 가해자 전재준(박성훈)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은 사실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색약도 어느 정도 색을 구분하는 게 가능하다.
양희경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와 김대희 김안과병원 안과 전문의의 도움으로 특정 색의 구분이 어려운 색약에 대해 알아봤다.
●약하면 색약, 심하면 색맹
색약인이 보는 색 예시. 가장 일반적인 색약인 ‘적록색약’은 적색과 녹색의 구분에 어려움을 느낀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우리 눈에서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에는 적색, 녹색, 청색을 관장하는 3종류의 원뿔세포가 있다. 원뿔세포는 들어오는 빛의 파장에 따라 반응이 활성화되는데 이 정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인지한다. TV 화면을 확대해 보면 적색 녹색 청색이 다양하게 합쳐져 색을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색약은 3종류의 원뿔세포가 모두 존재하지만, 그중 하나의 기능이 저하된 경우다. 보통 특정 색만 구분이 어렵다. 특히 적색 또는 녹색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적록색약이 가장 흔하다. 반면 색맹은 한 종류의 원뿔세포가 기능을 거의 못 한다. 색약보다 정도가 심해 아예 채도와 명도가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색약, 색맹은 대개 유전으로 타고나는 경우가 많다. 후천적인 원인으로는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혈관 질환, 노화에 의한 황반변성, 녹내장, 시신경 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시력 저하나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다.
●아빠가 색약이면 딸은 색약 될 가능성 절반
드라마에서 전재준의 딸로 암시되는 하예솔(오지율)은 색약으로 등장한다. 아빠가 색약이면 딸도 반드시 색약일까. 색약 유전자는 부모로부터 받은 성염색체인 X염색체를 통해 전달된다.
XX 염색체를 지닌 딸은 부모로부터 각각 받은 두 X염색체 모두 이상이 있어야 색약이 나타난다. 즉, 하예솔은 엄마와 아빠 모두로부터 색약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다. 엄마가 색약이 아닌 것은 두 X염색체 가운데 하나만 색약 유전자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XY 염색체를 지닌 아들은 엄마로부터 X염색체, 아빠로부터 Y염색체를 받는다. 엄마에게 받은 하나뿐인 X염색체에 색약 유전자가 있으면 무조건 증상이 나타난다. 색약이 여자보다 남자에게 흔한 이유다.
●색약인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