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이야기]
먹잇감 빠르게 채가야 하는 사냥
과거 男의 일… 결정속도 빨라져
진화론적으로 여성은 머리가 크고 좋은 아이를 낳기 위해 골반이 상대적으로 커졌습니다. 여성의 좁은 어깨에서 내려온 팔은 골반에서 밖으로 휘게 됩니다. 반면 남성은 어깨가 넓고 상대적으로 골반이 좁아 팔이 일직선으로 떨어집니다. 칼이나 창을 이용해 사냥할 때 여성의 휜 팔은 남성의 쭉 뻗은 팔보다 불리합니다. 골반이 커서 무게중심이 낮으면 빨리 달리지 못합니다.
이런 탓에 수십만 년 동안 남자는 사냥에 전념하고, 여자는 집 주위에 있는 과일, 나물, 버섯을 채취하며 살아왔습니다. 우리는 그 일을 잘하여 생존한 조상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남자 대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은 자동차이며, 여자 대학생들은 핸드백이었습니다. 남자의 사냥에 대한 유전 본능이 운송 기구인 자동차로, 여자의 채취 본능이 과일과 채소를 담을 수 있는 핸드백으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여자들이 물건을 살 때는 대부분 오래 걸립니다. 한참 고르고, 다른 곳에 가서도 봅니다. 샀더라도 다음 날 무를지 모릅니다. 채취를 할 때는 과일, 나물 등이 잘 익어서 영양이 충분한지, 벌레 먹은 것은 없는지 확인합니다. 독버섯처럼 위험한 성분이 있는지도 봅니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들이 물건을 고를 때와 너무도 비슷합니다.
반면 남자가 물건을 고를 때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결정합니다. 사냥하는 동물은 종류에 상관없이 움직이면 먹어도 됩니다. 사냥감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기에 사냥 여부를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남성이 물건 구매하는 패턴은 사냥 본능에서 온 듯합니다. 남녀가 이 내용을 이해하면 장 보러 가서 서로 다툴 일이 없겠지요.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조선일보 입력 202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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