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해진 인공 우유 개발
최근 친환경 식자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실제 우유와 똑같은 맛과 향을 내는 ‘인공(人工) 우유’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젖소로부터 우유를 짜내는 낙농업은 막대한 양의 온실 가스를 배출하고, 삼림과 하천을 황폐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농장이 아닌 실험실에서 우유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인공 우유는 ‘비동물성(Animal-free)’ 혹은 ‘젖소 없는(Cow-free)’ 우유로 불린다. 명칭에 동물과 젖소가 들어가는 이유는 콩, 귀리, 아몬드 등을 원료로 한 ‘식물성 우유’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인공 우유의 특성 때문이다. 식물성 우유가 우유의 맛과 향, 형태를 흉내낸 제품에 불과하다면 인공 우유는 동물에게서 얻지 않았을 뿐 우유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최근 대체육 시장에서 식물성 원료가 아닌 줄기세포로 배양육을 만들어 실제 고기와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인공 우유를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미생물에 소의 DNA 염기서열을 주입한 뒤 발효 탱크에서 배양해 우유 단백질을 합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유에는 젖소에서 짠 우유와 동일한 성분인 카세인과 유청 단백질(베타-락토글로불린) 등이 들어 있다. 유청 단백질이 없어 실제 우유와 맛이 전혀 다르고, 버터·치즈 등의 유제품을 만들 수 없는 식물성 우유와 차이가 크다.
2014년 창업한 미국의 퍼펙트데이가 이 같은 ‘미생물 정밀 발효’ 방식의 인공 우유 제조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이다. 누적 투자금이 7억5000만달러(약 1조원)에 달하며, 이미 네슬레 등 여러 식품 회사들이 퍼펙트데이가 만든 우유 단백질로 아이스크림·치즈 등 각종 유제품을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SK가 퍼펙트데이에 1200억원을 투자했고, 매일유업이 퍼펙트데이와 협력해 조만간 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퍼펙트데이 외에 미국의 뉴컬처와 독일의 포르모 등이 미생물 발효 공법으로 치즈를 만들고 있다.
미생물 정밀 발효 기술에 비해 아직 발전이 더디지만 젖샘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세포주(細胞株)를 활용해 우유를 만드는 ‘세포 배양 기법’도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미국의 브라운푸드가 세포 배양 기법을 통한 인공우유 생산에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 최근 236만달러(약 31억원) 규모의 극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인공 우유를 비롯해 인공 우유 단백질을 활용한 유제품의 가격은 일반 제품 대비 30~40%가량 비싼 편이다. 하지만 제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기존 우유의 1.2%에 불과해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전문가들은 제조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생산 효율이 높아지면서 인공 우유 가격이 2~3년 내 일반 제품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언 판디아 퍼펙트데이 CEO(최고경영자)는 뉴욕타임스에 “인공 우유는 젖소 사육에 들어가는 항생제나 호르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유당이 없기 때문에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섭취할 수 있다”며 “식물성 우유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메울 수 있어 발전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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