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생충이 '우두머리 늑대' 자질을 만든다

해암도 2022. 11. 27. 06:08

미국 몬타나대 연구

 

호전성을 높이는 기생충에 감염된 늑대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무리를 이끄는 늑대는 대담함과 호전성을 지닌 개체가 많다. 이러한 ‘우두머리 늑대의 자질’은 기생충 감염에 의해 더욱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너 마이어 미국 몬타나대 교수 연구팀은 특정한 기생충에 감염된 늑대가 감염되지 않은 늑대보다 무리를 이끌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2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숙주의 성격을 변화시키는 ‘톡소플라스마원충’이란 기생충에 주목했다. 이 기생충에 감염된 숙주는 근육과 뇌 조직에 낭종이 형성되며 무모하거나 호전적인 행동을 하는 빈도가 늘어나게 된다. 포유류와 조류, 인간 모두 감염된 동물의 고기를 섭취하면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인간의 경우 3분의 1 정도가 이 기생충에 만성적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늑대 229마리의 혈액샘플 256개를 수집해 늑대들의 행동 양식과 사회적 지위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된 늑대는 감염되지 않은 늑대보다 가족을 떠나 새로운 무리를 형성할 가능성이 11배 높았다. 집단을 이끄는 우두머리가 될 가능성은 4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된 늑대는 공격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성격은 늑대 무리의 새로운 번식지를 조사하거나 적들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는 데 적합하다.

연구팀은 톡소플라스마원충에 감염된 늑대가 무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후속 연구를 통해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호전적인 우두머리 늑대가 무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지, 또 무리 내 다른 개체에 감염이 확산됐을 때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등 늑대 생태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입력2022.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