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집·고독사 현장 청소업체 최영수씨
450만원으로 사업 시작... 6년만에 연매출 30억원
사업 실패한 ‘기러기 아빠’의 간절한 성공기 #에그스토리
“간절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청소업체 ‘청소왕’의 최영수(48) 대표는 “원룸 입주 청소부터 쓰레기집·고독사 등 특수 청소까지, 청소란 청소는 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6년 청소업(業)에 뛰어들었다. 6년간 운영했던 인테리어 회사가 망하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다. 벼랑 끝에 섰을 때 찾은 일이 ‘청소’였다.
청소업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돈을 조금씩 모았고, 450만원 남짓 투자해 직접 회사를 차렸다. 홍보는 물론 상담과 영업, 현장 작업까지 모두 직접 뛰었다. 청소왕은 지금 정직원 25명을 둔 연 매출 30억원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고시원 사는, 실직한, 기러기 아빠의 선택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0분쯤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 현관부터 거실과 천장 집 내부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방진복을 입고 고글과 장갑을 낀 최영수 대표는 고압(高壓)세척기로 물을 뿌려가며 천장의 얼룩을 지우기 시작했다. 고된 일을 하면서 그가 말했다. “일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는 6년 전 실업자가 됐다. 인테리어 사업 끝에 수중에 남은 건 빚 3억원이 전부였다. 오로지 가족들 걱정시키면 안된다는 생각만 했다. 아파트 보증금 1억8000만원을 받아 아내와 아들, 딸을 캐나다로 보냈다. 빚 먼저 갚아야 했지만 그런 도리는 다하지 못했다. 자신은 고시원 단칸방을 전전하며 고민의 나날을 보냈다.
– 어쩌다 청소 업체를 시작하게 됐나?
“지인의 청소 업체에 취직을 했다. 몸 쓰는 일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며 일당 2만~3만원을 받았다. 힘들긴 했지만 고민 없이 몸 쓰는 일이 좋았다. 이거라면 평생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힘들어서 청소 일은 꺼리지 않나.
“몸은 힘든데 마음은 편하다. 인테리어는 고객 만나서 단가 협상하고, 수시로 디자인 수정하고, 컴플레인도 처리해야 하고... 머리 아픈 일이 많다. 근데 청소는 쓰레기 버리고, 얼룩 지우고, 살균·소독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하면 된다.”
– 인테리어 회사는 왜 망했나?
“인덕전문대 건축과를 나와 건축 사무소에서 일하다 34살때 인테리어 회사를 차렸다. 일은 많이 했는데, 남는 게 없었다. 직원 4명 월급 주기도 빠듯했다. 영업, 실측, 단가 협상, 디자인 기획 등 매일 바쁘기만 했다. 마진을 남기려면 단가를 높게 받아야 되는데,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이라 손해를 많이 봤다. 혈압은 180까지 오르고,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 하던 일을 포기하고 새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물론이다. 대학 전공, 직장 생활, 창업 경험을 모두 포기한 셈이다. 청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나한테 잘 맞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그저 할 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아쉬움은 없다.”
◇사장과 직원 모두가 ‘간절한’ 사람들
청소왕은 현재 직원이 25명이다. 상담 직원 4명과 사무실 직원 2명, 현장 직원 19명 등이다. 각 팀장 밑에는 일용직 2~3명씩이 더 있다. 매출이 일정하진 않지만 평균 월 3억~4억원 정도 된다. 연매출로 보면 30억원 이상이다.
급여는 중소기업 수준 이상이다. 팀장급 실수령액이 월 1000만원인 경우도 있다. 기본급은 월 350만원, 여기에 출장 건수별로 수당을 따로 준다. 일하는 만큼 더 많이 벌어가는 구조다. 욕심 있는 직원들은 주 6일 출근해서 하루에 현장을 2곳씩 뛴다. 도배나 도색 등 기술이 있는 사람은 가끔 현장에서 집주인한테 별도의 일감을 받기도 한다. 회사가 이 부분을 통제하진 않는다.
– 창업은 어떻게 준비했나?
“지인의 청소 업체에서 배웠다. 3주 정도 해보니까 혼자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무실 얻고, 홍보용 홈페이지 만들고, 청소 장비를 맞췄다. 창업 비용은 450만원 정도 들었다. 작은 카페 하나 차리는 데도 최소 5000만원은 있어야 되지 않나. 청소는 비싼 권리금 내고 목 좋은 상가를 얻을 필요도, 화려한 인테리어도 필요 없다. 홍보 잘해서 일거리만 끊기지 않고, 인력만 잘 관리하면 돌아간다.”
– 인력 관리가 어려울 거 같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게으르거나 꼼꼼하지 못한 사람은 못한다. 몇 시간씩 몸을 써야 해서 끈기도 필요하다. 신입 직원 80%가 한두 달 만에 그만둔다. 하루 만에 연락이 두절되는 사람도 있다. 결국 간절한 사람만 남더라.”
– ‘간절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 같다.
“처자식이 있는데, 사업을 망했거나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그렇지 않겠나. 실제로 우리 팀장들 상당수가 그렇다. 아이들 학원비며 식비며 쓸 돈은 점점 많아지는데, 일거리가 없으니까. 청소 일은 건수마다 수당이 나오고, 그날 바로 정산을 해주기 때문에 돈이 절실한 사람들한테는 괜찮은 일자리다.”
– 본인도 간절함이 큰 동력이었을 거 같다.
“인테리어 회사가 망하고, 수중에 빚 3억원이 남았을 때 막막했다. 가족들을 캐나다로 보내고, 빨리 재기해서 빚부터 갚아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되는 대로 조금씩 갚아 이제 빚은 1억원이 조금 안 되게 남았다.”
– 창업 아이템으로 청소업을 평가한다면?
부지런하고 간절한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일 하기 따라 한 달에 500만원, 1000만원 벌 수 있으니까. 단, 매일 똑같은 일을 해도 지치지 않고, 더럽고,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된다.
– 이제 성공한 아빠가 됐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지금도 하루 상담 전화만 100통 넘게 온다. 눈 뜨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정신없이 일만 한다. 솔직히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가겠다는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저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자는 생각만 할 뿐이다. 일이 있다는 것 자체를 늘 감사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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