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가수 이무진

해암도 2022. 8. 7. 15:33

나는 이무진으로 살기로 했다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힘이 있다. 재능에 기대지 않는 힘이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구름 같은 재능을 잡는 것보다, 꾸준히 연습해온 연습실의 햇살을 믿는다. ‘8번 연습실’에서 홀로 남아 절규하며 연습하던 자아, 자취방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던 자신을 말이다.

이무진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기타를 잡았다. 함께 시작한 아이들이 쭉쭉 치고 나가는 것에 비해 자신은 진전이 없었고, 그때 정확히 자신의 처지를 알았다고 했다.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건 그를 낳은 어머니가 증인이다.

 

그의 어머니는 “천재를 낳았다”는 말에 “나는 쟤가 얼마나 노력해서 저기까지 올라갔는지를 안다. 나는 저렇게 재능 있는 아들을 둔 적이 없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어 좋겠다. 성공해서 좋겠다”는 주변의 말에 “내 꿈이 뭐였는데? 성공이 뭔데?”라고 물었다는 아들과 퍽 닮았다.

 

어머니는 가수라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다 세상이라는 큰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돌아올 아들을 위해 식당을 차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음식을 연구하지 않는다. 아들이 이미 줄 서서 듣는 ‘음원 맛집’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서다.

 

“잘하건 못하건 노래 부를 때가 가장 행복했다”던 이무진에게 선택은 연습밖에 없었다. 입시를 준비할 때는 종로 낙원상가 앞에서 홀로 기타를 멘 채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서울예대에 합격한 뒤에는 자취방과 연습실을 다람쥐처럼 오가는 삶을 살았다.

 

조회수 3000만 회를 넘긴 〈싱어게인〉 참가곡 ‘누구 없소’ 역시 그가 연습하던 입시곡 중 하나였다. 심사위원들은 “어디 있다가 이제 나왔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연습실에 있다가 나왔다.

 

오디션에서는 다른 가수의 커버곡을, 이미 잘 알려진 곡을 불러 유명해질 수 있지만 오디션이 끝나면 다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검승부를 해야 한다. 무대도, 심사위원도 정해지지 않은 그야말로 대국민 오디션이다. 〈싱어게인〉을 Top3로 통과한 그는 2021년을 Top1으로 지나왔다. 전국이 무대였고, 그의 노래 ‘신호등’은 전국의 신호등 수만큼이나 많이 불리는 노래가 됐다.

이무진은 지난해 멜론뮤직어워드 올해의 신인남자상부터 가온차트뮤직어워즈 디지털음원 부문 올해의 신인상, 하이원 서울가요대상 신인상, 골든디스크어워즈 디지털음원 부문 본상 등을 받았다. 일생에 단 한 번 받을 수 있다는 신인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평범한 대학생이던 20학번 이무진을 잃었다. 2022년 6월에 발매한 그의 첫 미니앨범 〈ROOM Vol.1〉은 학교 앞 자취방에 살던 스물하나의 이무진에게 보내는 스물셋 이무진의 작별 인사다.  

 

그냥 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유명해진다고 제가 아닌 건 아니니까

최대한 방송 데뷔 이전의 삶 속에 있던

진짜 저를 잃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음원을 내고 방송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고 싶지 않아요.

이미지 관리를 열심히 하거나 대중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만

곡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원래 이무진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어렵긴 하네요(웃음).

가수가 되고 싶었던 이무진은 어떤 하루하루를 보냈나요.

“기계처럼 루틴만 반복하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뭐랄까요. 당시에는 잠자는 시간 제외하면 항상 학원에 있었고, 힘들었어요. 그땐 자아가 없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꽤 많은 청년들이 겪는 일반적인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첫 미니앨범에 담은 ‘8번 연습실’이란 곡은 실용음악과 입시 준비할 때, 애용하던 연습실 번호를 땄어요. 제가 전문적인 코스를 밟기 시작한 초반의 내용이죠. 그 시간을 홀로 열심히 싸워서 지금 무대에 서는 뮤지션이 되기까지 연대기가 담긴 노래고요.”

어제도 오늘도 8번 연습실을 지키고 있을 당시 ‘그 녀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그 녀석은 완전 자주 떠올립니다. 그렇게 오래된 과거도 아니라서요. 그때의 나를 만나게 된다면 ‘너 좋은 학교 가게 돼! 내가 봤어!’라고 해줄 것 같아요. 남들이 너에게 말하는 ‘노력하다 보면 좋은 학교 갈 수 있을 거야, 힘내’ 같은 추상적인 말이 아니라 실제로 합격하는 모습을 내가 봤으니까 끝까지 견디라고 해주고 싶어요. 근데 제가 아무 말 안 해줘도 그 친구는 끝까지 견딜 겁니다. 제가 봤어요(웃음).”

“너 완전 유명한 가수가 돼”라는 스포는 하지 않는 걸로 할까요?

“겪어보니 확실히 조금 무섭긴 해요. 들어오는 일들과 사람들의 기대 가득한 시선에 비해 저는 아직 많이 모자라거든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도 하는데, 노가 부러질 것 같아서 제 노를 업그레이드하고자 학교로 향했으나, 학교에 가니까 물이 훨씬 더 많이 들어차는 겁니다. 인생에 이렇게 물이 세게 들어오는 날이 또 있을까 싶어서 숨이 차도, 노가 부러져도 다시 항해해보려 합니다. 능력이 모자라서 나중을 기약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모자라도 도전해보는 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무작정 낙원상가 ‘송해길’에서 노래를 불렀다고요. 당시 불렀던 노래와 기분이 기억나나요?

“그냥 고3 당시 준비하던 입시곡들을 불렀어요. 기분은 음… 매우 창피했어요(웃음). 일자로 늘어선 포장마차 거리를 등지고 노래를 부르는데 세상에 단 한 명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겁니다. 그날의 비참한 제 모습을 잊지 않고 더 노력하게 됐습니다. 자신감이 생겼다기보다는 원동력을 얻었죠.”

서울예대는 이무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실력에 대한 가장 신뢰도 있는 인증을 받은 곳이죠.”

그렇다면 이무진 인생의 첫 미니앨범은요.

“‘신호등’이나 ‘과제곡’도 다 제 이야기였지만, 한 곡이 설명하는 바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 앨범 안에 다섯 곡이 기승전결을 이뤄요. 한 번에 수많은 얘기를 하고, 또 수많은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토종 재즈 뮤지션이 되고 싶었다”는 바람을, 앨범 리얼북에 담은 것 같기도 해요.

“실용음악과는 재즈고, 재즈는 리얼북이죠(웃음). 재즈아티스트들의 연습용 노트인 리얼북에서 콘셉트를 차용해 왔어요. 실제 노트와 오선지가 함께 들어 있어요. 악보 겸 앨범이죠.” 

 

 

겪어보니 조금 무섭긴 해요.

들어오는 일들과 사람들의 기대 가득한 시선에 비해

저는 아직 많이 모자라거든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도 하는데,

노가 부러질 것 같아서 제 노를 업그레이드하고자 학교로 향했으나,

학교에 가니까 물이 훨씬 더 많이 들어차는 겁니다.

인생에 이렇게 물이 세게 들어오는 날이 또 있을까 싶어서

노가 부러져도 다시 항해해보려 합니다.

능력이 모자라서 나중을 기약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모자라도 도전해보는 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싱어게인〉에서 63호 가수의 ‘누구 없소’를 들은 이선희 심사위원은 “왜 이제 나온 거예요”라고 했지요. “여보세요~” 한 소절로 끝냈던 노래의 선곡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당시 제 레퍼토리는 거의 다 입시곡들이었어요. 〈싱어게인〉 제작진 심사를 볼 때 가요만 가능하다고 해서 입시곡 중 서브곡이었던 ‘누구 없소’를 불렀어요. 그리고 첫 촬영 선곡을 하는 과정에서 제작진 심사 때 불렀던 ‘누구 없소’를 하자고 해서 그렇게 진행됐고요.”

늘 부르던 노래를 부른 거였군요. 한편 “오디션 출신 스타들은 계단 오르듯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단박에 인기를 얻기 때문에 그로 인한 충격이 더 크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냥 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유명해진다고 제가 아닌 건 아니니까 최대한 방송 데뷔 이전의 삶 속에 있던 진짜 저를 잃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음원을 내고 방송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고 싶지 않아요. 이미지 관리를 열심히 하거나 대중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만 곡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원래 이무진으로 살려고 노력해요. 하지만… 어렵긴 하네요(웃음).”

원래 이무진이 만들고 부른 ‘신호등’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떼창송이 됐어요. 누구에게 마이크를 넘겨도 부를 수 있죠. 미취학 아동도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리스너들을 똑같이 바라보려고 하지만 어린아이들의 관심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가장 편견 없이 음악을 들었던 나이대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거든요. 물론 저 한 명과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같을 수는 없지만 음악에 있어서 가장 편견 없을 것 같은 이들이 제 음악을 많이 좋아해주시니 매우 행복합니다.”

누구나 ‘듣기 편한 노래’는 듣기는 편하지만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가사 스타일에 영향을 준 건 6년째 쓰고 있는 일기예요. 곡 가사도 일기처럼 쓰려고 합니다. 아름답고 추상적인, 시적인 글이라도 일기화해서 일상 친화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요. 작업 시간은 곡에 따라 달라요. 제 노래를 만들 때 작업 시간은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1년 반까지 걸려봤어요.”

그런데 ‘신호등’을 70점짜리 노래라고 했더군요. 처음에 제일 잘 만든 노래를 냈다가 잘 안되면 상처받을 것 같았다고요.

“맞아요. 당시에 제가 가진 음악 중 작품성에 있어서 주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그 음악들은 중·상위권에 속했어요. 아마 이번 앨범 중 마지막 트랙인 ‘자취방’이 제가 지금까지 만든 음악 중 작품성에 있어서 가장 완벽한 곡이 아닐까 싶어요. 음악과 숫자가 연관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데, 당시 그 곡들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한다는 게 숫자를 얘기해버렸네요(웃음).”

 

 

사람 냄새 나는 아티스트

 

겪어보니 조금 무섭긴 해요.

들어오는 일들과 사람들의 기대 가득한 시선에 비해

저는 아직 많이 모자라거든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도 하는데,

노가 부러질 것 같아서 제 노를 업그레이드하고자 학교로 향했으나,

학교에 가니까 물이 훨씬 더 많이 들어차는 겁니다.

인생에 이렇게 물이 세게 들어오는 날이 또 있을까 싶어서

노가 부러져도 다시 항해해보려 합니다.

능력이 모자라서 나중을 기약하는 것보다는

능력이 모자라도 도전해보는 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자취방’은 마지막 곡이니 기승전결의 ‘결’에 해당할까요.

“방송 데뷔 이전의 모든 순간과 인사 나누는 곡이에요. 이전 시간과 인사를 나누던 마지막 장면에서 제 눈에 학교 앞 자취방이 들어왔어요. 자취하던 방을 뺀 이유는 휴학이었고, 휴학을 한 이유는 이 업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에요. 이전의 삶과 영원히 안녕을 말하는 순간을 그린 곡입니다. 자취방은 저에게 가장 자유롭고 날것 그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되어준 곳이죠. 성장의 마지막 단계, 가수로서 성장하기 전 최대치를 찍을 수 있었던 곳, 계속해서 해오던 성장의 마지막 발판이 되어줬다는 의미입니다.”

스물하나 이무진과의 인사인가요.

“노래를 만들면서도 씁쓸한 감정이 들었어요. 자취방, 동네, 학교 앞, 물리적으로야 다시 가겠지만, 가더라도 그때의 내가 없다는 점에서요. 그때는 정말 음악적 삶을 살고 있었거든요. 대학 생활을 했던 그 자취방을 떠나면서 나의 평범한 삶과 실용음악 전공생이자 대학생 이무진은 더 이상 없다는 걸 알았어요. 모든 것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마지막까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던 씁쓸함을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타이틀곡으로 고른 ‘참고사항’은요.

“유난히 예체능 계열에서도 음악, 보컬 전공들이 참견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가수가 되기 전에, 보컬을 전공할 때 참견을 많이 들었어요. ‘노래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요즘 추세는 그게 아니다’. 솔직한 제 심정으로는 ‘네가 뭘 알아? 난 공부라도 했어’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전 대중가수이고 듣는 이들을 생각해서, ‘여러분의 말을 참고사항 정도로 받아들이겠다’라는 의미죠. 또 곡 후렴에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선생님은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지만, 비틀어 생각해보면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겠더라고요. 참견하는 사람들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지금은 손가락의 지문 같은, 이무진의 목소리는 공부와 연습으로 만들어진 걸까요.

“보컬 톤에 대해서 매우 많이 고민했습니다. 노래할 때만큼은 손가락 지문처럼 독보적인 톤을 구사하고 싶어서 톤 메이킹 관련 이론 공부를 했습니다. 발성학원도 다녔고요. 제가 ‘참고사항’으로 들은 건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참견들이었고, 조언해주는 이의 전문성과 근거가 제시되는 말들을 귀담아들어왔어요. 많은 고마운 이들의 조언이 저를 성장시켜줬습니다.”

아버지도 기타를 잘 치신다고요. 음악과 가까웠던 성장환경이 미친 영향이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곁에서 다채로운 음악을 들었던 리스닝 습관이 아무래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앨범에 담긴 악보를 보니 ‘욕심쟁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플랫을 사용한 곡들입니다.

“플랫을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곡 주제와 라인을 짜다 보면 부를 때 감정이 가장 잘 맞는 키로 바꾸게 돼요. 이번 앨범의 곡들은 워낙 씁쓸한 주제를 많이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적으로 샵(#)키보다 무게감 있는 플랫(♭)키의 음악이 된 것 같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담은 첫 앨범이 씁쓸한 감성이었다니, 안타까운 마음도 드네요.

“‘신호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부담이 되지 않느냐고도 하세요. 하지만 저는 김수현 작가님의 책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처럼 그냥 ‘나’로 살 겁니다. 나로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나로 살기 위해 나로 사는 것에서 얻었고, 앞으로의 다짐도 나로 살 겁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제가 하고 싶은 거 하며 살 거예요.”

주변의 평가나 시선보다 나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주변의 평가나 시선을 신경 쓰는 것보다 나의 이야기에 집중했을 때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완성되더라고요. 그 경험에서 그런 집중력을 얻은 것 같습니다. 나의 이야기에 집중했을 때 더 좋은 결과가 생기는 걸 보고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집중력이 생겼어요. 주변의 평가나 시선은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못 끼칩니다. 좋은 영향을 끼치는 주변의 무언가는 평가나 시선이 아닌 ‘도움’인 것 같아요.”

〈리무진서비스〉에 초대된 게스트들도 호스트 이무진에게 ‘도움’을 받는 걸로 보이던데요. 이미 뮤지션들이 좋아하는 뮤직 유튜브지만 초대하고 싶은 뮤지션이 있을까요.

“MC는 처음이라 첫 출근 때는 조금 긴장이 됐어요. 촬영을 시작하고 몇 번의 Q&A가 오고 가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더라고요. 미리 많은 MC분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진행에 대해 공부하고 연습해봤어요. 아직 매우 부족하니 더 열심히 잘해보려고 하고요. 듀엣 곡은 항상 게스트분이 골라서 보내주시고 저는 정해진 곡에 맞추기만 합니다.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는 곧 한국에 오는 빌리 아일리시예요. 한국 온 김에 한번 출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언젠가 서태지 선배님이 다시 활동할 생각이 드실 때 한번 출연해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고요.”

‘신호등’에서는 어른이 되어야 하는 어리둥절함을, ‘자취방’에서는 아직은 어른이 되기 싫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아직도 어른이 되는 게 망설여지나요.

“‘신호등’은 성인이 된 후 바로 어른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어려운 청년의 상태를 담았는데 지금도 비슷해요. 다만 크게 모나지 않고 가끔 생각나는 친구처럼 사람 냄새 풍기는 꽤 나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음악 인생과도 연관 있어요. 제 인생 목표는 사람 냄새 나는 아티스트로 남는 겁니다. 꽤 좋은 음악을 남겼고, 하고픈 이야기를 많이 했고,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기억되는 가수 겸 작곡가로 남고 싶어요. 지금 제 음악도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는 한 발자국의 걸음이 되어주길 바라요. 누군가 취향에 맞아서 가끔 찾아서 들어준다면, 목표완수입니다.”

오디션 이후 쉴 틈 없이 달려 왔어요. 휴식이 주어진다면 뭘 하고 싶나요.

“저는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하는데요. 겨울이 오면 스키장에 가고 싶습니다(웃음).”

 

 

'신호등’은 성인이 된 후 바로 어른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어려운 청년의 상태를 담았는데 지금도 비슷해요.

그저 크게 모나지 않고 가끔 생각나는 친구처럼 사람 냄새 풍기는

꽤 나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음악 인생과도 연관 있어요.

제 인생 목표는 사람 냄새 나는 아티스트로 남는 겁니다.

꽤 좋은 음악을 남겼고, 하고픈 이야기를 많이 했고,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기억되는

가수 겸 작곡가로 남고 싶어요.

이무진은 서울예대 입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찰리 파커는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연습실에서는 무조건 연습, 연습, 연습 그리고 무대 위에서 울부짖는 거야!’라고요. 그 말 그대로입니다.” 

연습실에서는 무조건 연습, 연습, 연습을 한 뒤 무대 위에서 울부짖었을 때 그 효과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이무진의 무대를 보면 안다. 몰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몰입이 되어버리는, 어떤 무대에서도 긴장하기보다는 즐길 줄 알게 되어버리는. 이무진의 독보적인 목소리와 음색이, 기타와 한 몸이 된 듯한 그의 천부적인 음악성이 끝없는 연습의 결과로 나온 것이라는 건 평범한 우리에게 위로인 동시에 경탄을 준다.

누르면 나오는 노래하는 기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남의 노래를 흉내 내는 로봇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는 기계처럼 연습하고, 자취방과 연습실을 로봇처럼 움직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듯, 가장 나다운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이란 걸 안, 이 스물셋의 청년은 대중의 마음에 들기 위해 나다움을 포기할까 봐 오늘도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연습. 그리고 기약 없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오직 연습으로 채우는 이들에게 기타 치며 노래로 이야기한다. “당신의 8번 연습실을 응원한다”고.

 

 

http://topclass.chosun.com/   글 유슬기 기자 / 사진 서경리 기자    입력 202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