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집단 25% 코로나 면역 이미 있을 거란 연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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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랑 밀접접촉해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면, 면역력이 강하거나 이미 걸렸거나 걸렸는데 확인이 안 된 경우 중 하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 안 걸린 성인은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 "이제는 코로나 감염 안 된 사람들을 천연기념물 수준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前대한백신학회 부회장 마상혁 교수(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외신조차 주목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이와 함께 천연기념물이라기엔 너무 많은 예외들도 확인됐다. 본인 혹은 아는 사람이 확진자와 매우 가까운 교류가 있었는데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어떤 경우인 걸까? 확진자와 같이 일을 해도, 밥을 먹어도 심지어는 같이 살아도 걸리지 않는 사람이 주변에서 종종 관찰되는데, 이 사람들은 왜 코로나19에 안 걸린 걸까?
코로나19에 강한 면역을 가진, 이른바 '네버 코비드족(Never Covid cohort)'일 수 있다. 최근 전 세계 학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된 사람 중 바이러스에 반응하지 않는 강한 면역체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건장한 18~30세 남녀 36명에게 직접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한 뒤, 통제된 환경에서 2주간 관찰했다. 그 결과, 실험 참가자 중 절반인 18명만 확진됐다. 연구팀은 나머지 18명의 면역 반응을 분석했고, 특정 유전인자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대니 알트만 면역학 교수는 "일반적인 감기에 걸렸을 때 감염 세포를 파괴하는 T세포 수치가 높은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낮다"며 "이를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확실히 내성이 있으며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 면역계는 외부에서 항원이 들어오면 대항하는 항체를 분비하는 체액성 면역과 직접 감염된 세포를 죽여 대항하는 세포성 면역으로 구분된다. T세포는 이전 경험으로 얻은 세포성 면역이다. 코로나19는 감기와 같은 '사스 코브(SARS-CoV)' 계열의 코로나 바이러스인데, 이 계열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 중 T세포 활성이 높아지는 면역 기억을 얻은 사람은 네버 코비드족이 될 수 있다.
특정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이 과거 감기를 앓았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T세포 수치가 활발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그 특정 유전인자는 A24형 백혈구 항원(HLA)다. 이 항원은 아시아인에게 더 흔한 유전인자라 일부 학자들은 팬데믹 초기 미국·유럽 등에 비해 아시아 국가 확진 사례가 적었던 이유로 보기도 한다.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코로나19가 처음 나왔을 당시 인구 집단 25%가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졌을 거라고 본 연구도 있었다"며 "생각보다 코로나19에 강한 면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감기 바이러스에 걸렸을 때 코로나19에 저항력이 얼마나 있을지, 그 면역력이 영구한지 등 입증근거가 많지 않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금까지 인간에게 감염병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된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로는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CoV),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 계절성 감기(인간코로나·HCoVs) 4종, 코로나19(SARS-CoV-2) 등 총 7종이 있다.
실제로 이미 최근에 걸렸었기 때문에 밀접접촉했을 때 확진을 피했을 수도 있다. 코로나19에 걸렸다 나은 후 약 3개월 동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가도 대항하는 체내 중화항체 분비량이 많아 재감염되기 어렵다. 모르는 새 확진됐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주민 3300여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돼 항체가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감염이 확인됐던 사람보다 엄격하게 봐도 50배는 넘는 사람이 이미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무증상과 경증인 경우가 더 많고, 전파 속도도 더 빠른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매우 많은 사람이 모르는 새 확진됐을 수 있다.
이혁민 교수는 "감염됐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항체량이 줄어, 다시 감염될 수 있으므로 백신을 맞지 않았다면 맞아야 한다"며 "첫 오미크론 사망자도 처음에 자연에서 확진됐다가 시간 지나 면역량이 줄면서 오미크론에 확진된 후 사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모르는 새 확진됐었는지 알고 싶다면 항체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지금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와는 다른 검사다. 항원검사는 말 그대로 항원인 바이러스가 몸속에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고, 항체 검사로는 항원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가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혈액을 채취해 진행된다.
이혁민 교수는 "몸속 항체 수치는 감염되고 1~2주 지나 올라가, 약 6개월 정도 지속된다"며 "스파이크(S) 단백질에 대응하는 항체인 Anti-S1 RBD 와 핵단백질(N)에 대응해 생긴 항체인 Anti-N이 있는데, Anti-S1 RBD는 백신으로도 생기고, Anti-N는 감염에 의해 생긴다"고 말했다.
검사는 주사 채혈 없이 한 방울 피로 간단하게 진행하는 코로나19 항체 키트 검사와 정맥에서 혈액을 채취해 검사실로 보낸 뒤 확인하는 정밀 검사로 나뉜다. Anti-N은 정밀검사로만 확인할 수 있고, 키트로는 백신 접종 후 항체가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키트 검사는 40분 내외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정밀 검사는 약 3일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현재 검사는 일부 의료기관에서만 진행되고 있으며, 국가와 관계 없이 진행돼 검사를 진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키트는 약 1만 5000원~4만원, 정밀검사는 5~8만원으로 가격가가 형성돼 있다.
마지막 가능성으론, 확진됐지만 확인되지 않은 경우다. 가천대 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대원 교수는 "밀접 접촉자여도 PCR이 아닌 신속항원검사로 먼저 확진을 확인하기 때문에 확진됐는데 확인이 안 된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무증상 확진자는 걸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는 비말 속 항원량이 많아야 양성 확인이 가능하다. 잠복기나 확진 초기에는 확진자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약 일주일은 자주 신속항원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lsb@chosun.com 기사입력 2022.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