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에 진심인 편’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뭐가 됐든 열성적으로 임한다는 말인데, 나의 경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음식에 진심인 편’이다. 아침에 눈뜰 때 생각난 음식이 있으면 그날 꼭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새로운 맛’을 찾는 일에도 누구보다 열성이다. SNS나 블로그는 잘 믿지 않는다. 내 맛에 맞아야만 진정 나만의 ‘맛지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나에게 그 ‘진심’이 문제가 될 때가 있는데, 바로 한 가지 음식에 꽂히면 주구장창 그것만 찾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19가 극성일 때 집에 머물며 하루걸러 먹은 음식이 있으니, 바로 비빔면이다.
광고‘비빔면에 진심’인 날들의 서막은 이러하다. 한 날은 캔맥주에 곁들일 간단한 안주를 찾다가 대충 캔에 든 골뱅이나 집어 먹을까 싶어 찬장을 열었는데, 비빔면과 골뱅이캔이 나란히 눈에 띄었다. 비빔면에 골뱅이를 넣으면 이게 바로 골뱅이소면 아니겠는가. 비빔면 삶고 소스 비벼 골뱅이를 올리니 5분 만에 뚝딱 완성. 비빔면 소스 자체가 맛있으니 별도의 조리도 필요 없었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맛나 몇 날을 골뱅이비빔면만 해 먹었다.
골뱅이 넣은 비빔면이 지겨워질 즈음 또 다른 토핑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먹다 남긴 삼겹살이나 생선회를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비빔면 먹을 때 그 위에 올려 먹는 식. 장아찌나 김치, 자투리 채소는 말할 것도 없다. 비빔밥처럼 비빔면에 안 어울리는 음식이 없다.
한여름 ‘비빔면 전쟁’이 한창이다. 부동의 1위 팔도비빔면을 필두로 업체마다 새로운 비빔면을 내놓고 있다. 광고도 치열하다. 팔도는 정우성, 농심은 유재석, 풀무원은 조인성, 오뚜기는 백종원을 내세웠다. “유재석 VS 정우성 VS 백종원… 라면 3사 비빔면 전쟁”이라는 기사 제목에서 치열함이 읽힌다.
유튜브에서는 ‘색다른 비빔면 조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나의 골뱅이비빔면 정도는 우습다는 듯 ‘괴식’과 ‘찐맛’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다양한 비빔면 조합이 소개된다. 소고기 채끝살이나 성게·참치 뱃살을 비빔면에 토핑으로 올리는 등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500원짜리 비빔면이 5만 원 값어치의 일품요리가 되기도 한다.
‘비빔면에 진심’인 사람들의 열정이 한여름 태양보다 더 뜨겁다.
유동골뱅이와 찰떡궁합
팔도비빔면
비빔면계의 최강자 팔도비빔면과 골뱅이 가공캔 1위 유동골뱅이의 만남만으로 이미 게임 끝. 말이 필요 없는 조합이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캔에 담긴 골뱅이 국물에 비빔면 액상수프와 초고추장, 식초를 1:1의 비율로 섞는다. 참기름 한 스푼 넣어 고소한 맛을 살리고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매콤한 맛을 더한다. 준비된 양념을 골뱅이에 붓고 양파, 당근, 오이, 양배추 등을 넣어 무쳐준다. 여기에 면을 끓는 물에 3분간 삶아 찬물에 헹궈 낸 뒤 고명처럼 올리면 끝. 면은 처음부터 섞지 않아야 끝까지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면발을 즐길 수 있다. 팔도비빔면은 면발이 얇아 소스가 잘 밴다. 아쉬운 건 130g으로 양이 적다는 점.
육회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매콤새콤함
농심 배홍동비빔면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비빔면 조합 중 베스트는 배홍동비빔면과 육회가 아닐까. 홍고추를 숙성시켜 만든 비빔장에 비빔면을 버무린 후 육회 올리고 달걀노른자를 톡 터트리면 일품요리 부럽지 않다. 비빔장의 매콤하면서도 새콤 달달한 맛이 육회와 어우러져 감칠맛을 더한다. 비빔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비빔면 중에서도 덜 매운 편. 오히려 달다. 매운맛에 약한 ‘맵찔’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맛. 동봉된 ‘참깨 토핑’은 봉지째 으깨서 뿌려 먹어보시라. 고소함이 배가된다. 배홍동비빔면은 최근 ‘유느님’ 유재석을 광고 모델로 발탁하며 비빔면 시장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120일간 2500만 개를 판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빔소스와 마요네즈의 ‘맵단’ 조합
오뚜기 진비빔면
진비빔면에 마요네즈 한 숟가락, 참치캔을 통째로 넣고 비벼보자. 매콤한 비빔소스에 마요네즈의 감칠맛이 더해져 ‘맵단’의 절정을 맛볼 수 있다. 다진 양파를 넣어 아삭한 식감을 살리고 마무리로 후추를 살짝 뿌려주면 근사한 한 끼 식사 완성. 옥수수콘이나 김가루를 올리면 ‘단짠’ 매력까지 느낄 수 있다. 진비빔면 비빔소스의 비결은 태양초 고추장과 사과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즐겨 쓰는 향신료 타마린드다. “소스가 맛있으니까 뭘 넣어도 맛있다”는 진비빔면 광고 모델 백종원의 말이 과장이 아니다. 진한 양념이 맛있게 맵다. 생선회를 넣어 먹는 것도 추천. 소스 양이 푸짐해 어떤 토핑을 넣고 비벼도 부족함이 없다. 면발은 두께감이 있는 편.
삼겹살엔 비빔면이지!
삼양비빔면
고기 먹고 나서 ‘후식 냉면’은 한국인의 ‘국룰’이다. 냉면만큼이나 매콤새콤한 소스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삼양비빔면은 삼겹살이나 만두 같은 기름진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제맛이다. 이전에 출시한 불닭비빔면과 열무비빔면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이번 건 매운맛이 제대로다. 태양초 고추장에 사과·배·매실 농축액과 아카시아꿀을 넣어 만든 액상소스는 첫맛은 달고 시간이 지날수록 얼얼한 매운맛이 올라온다. 물론 꿀 특유의 단맛이 강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비빔면에 우삼겹을 구워 올리고 청양고추 다대기나 고추장아찌를 토핑하면 먹음직스런 한 그릇 음식 완성. 파프리카 추출물을 넣어 붉게 만든 면이 특징이다.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조선일보 2021,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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