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알아서 씨 뿌리고 잡초 베는 ‘정원사 로봇’

해암도 2021. 8. 23. 08:51

AI 탑재하고 태양광으로 움직여
미 제조사 “연말쯤 시장에 보급”

미국에서 개발된 로봇 정원사 ‘시빌’. 인공지능과 위치인식기술로 사람 개입 없이 씨를 뿌리고 잡초를 잘라낸다. 스터링 로보틱스 제공

 

잡초를 발견하면 신속하게 베어내고 빈 땅에는 씨를 뿌리는 똑똑한 정원사 로봇이 개발됐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이 일일이 개입하지 않아도 정원을 정돈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이달 초 인셉티브 마인드 등 외신은 미국 기업인 스터링 로보틱스가 만든 정원사 로봇 ‘시빌’이 시장에 선보였다고 전했다. 시빌의 전체적인 형태와 크기는 최근 국내외 가정에 많이 보급된 로봇 청소기를 닮았다. 그런데 시빌은 로봇 청소기와 달리 톱니처럼 생긴 바퀴를 굴려, 울퉁불퉁한 정원의 흙 위를 사람이 천천히 걷는 속도로 움직인다.

시빌의 핵심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잡초를 발견하면 칼날을 꺼내 베어내고, 빈 땅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씨앗을 심는다. 주목되는 점은 이런 일을 사람 개입 없이 시빌 스스로 100% 판단해 실행한다는 것이다.

이는 AI 때문에 가능하다. 시빌에 실린 AI에는 경험이 쌓일수록 더 나은 해결책을 만드는 ‘기계 학습’ 기능이 있다. 직장인이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숙련도를 높이는 과정을 흉내 낸 고성능 전자두뇌다. 시빌 내부에 있는 14만개 이상의 식물 표본 자료를 이런 AI와 조합해 운영하면 원예 작물을 피해서 잡초만 정확히 구별해 잘라낼 수 있다.

이런 AI를 뒷받침하는 건 고성능 위치인식장치다. 카메라, 내비게이션은 물론 ‘라이다(Lidar)’라는 최첨단 장비가 장착됐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주변에 쏴 울타리와 원예 작물, 정원에 떨어진 동물 배설물의 위치까지 정밀하게 알아낸다.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탑재되는 수준 높은 기술이다.

시빌은 이런 위치인식기술을 종합해 자신이 일해야 할 정원의 정밀 지도를 그려 각종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 특히 이 기능은 정원에서 식물이 없는 빈 땅이 감지되면 씨앗을 심는 데 쓰인다. 정원을 가꿀 때면 사람이 일일이 눈으로 살펴서 할 일을 시빌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시빌을 소유한 사람이 하는 역할은 시빌 내부의 씨앗 보관통이 비지 않도록 가끔 열어보는 것뿐이다.

시빌은 따로 연료를 보급하지 않아도 작동한다. 태양광 패널이 장착됐기 때문에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낸다. 일정한 시간마다 콘센트를 찾아 충전시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시빌은 수시로 일할 수 있고, 정원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

제조사 측은 “오는 12월쯤부터 시빌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입력 202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