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항공오픈 앞두고 특별 이벤트… 올해 3곳서 받은 초청료 85억, 시즌 상금과 맞먹어
亞·유럽 가르는 해협 위에서 '대륙 간 티샷' 날려
"독특한 경험… 활력 얻고 가"
5일 오후 2시(현지 시각)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대교. 동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도시 이스탄불을 유럽과 아시아로 가르는 보스포루스해협 위에 놓인 다리다. 이날 1560m의 대교 절반 차선의 차량 통행이 한 시간 동안 중단됐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 때문이었다.
헬기를 타고 대교에 내린 우즈는 골프백에서 드라이버를 꺼냈다. 대교의 아시아 쪽에 임시로 마련된 티 박스 위에 선 우즈는 몇 차례 연습 스윙을 하고는 샷을 날렸다. 강풍이 부는 가운데 날린 몇 차례 티샷은 보스포루스대교를 따라 아시아 대륙에서 유럽 대륙 쪽으로 넘어갔다. 우즈는 통행이 허용된 반대쪽 차선들 차량을 의식한 듯 평소보다 조심스럽게 스윙했다.
▲ 타이거 우즈가 5일 터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대교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는 이벤트 행사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을 유럽과 아시아로 가르는 보스포루스해협 위에 놓인 이 다리에서 우즈는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날리는 ‘대륙 간 티샷(intercontinental tee shots)’을 했다. 우즈는 7일부터 유럽프로골프 투어 터키항공 오픈에 참가한다. /신화 뉴시스
이 이벤트 행사 소식은 전 세계 언론과 유튜브 동영상을 타고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해졌다. '사상 최초의 대륙 간 티샷(intercontinental tee shots)'이란 제목이 붙었다. 1973년 완공된 보스포루스대교는 길이 1560m, 폭 33.4m로 이스탄불과 터키를 상징하는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이 다리를 건너는 마라톤 대회는 열렸지만 다리 위에서 대륙을 넘기는 골프 드라이버샷 이벤트가 열린 적은 없었다. 우즈는 "사상 처음으로 대륙 간 티샷을 한 골퍼가 되는 영광을 갖게 됐다"며 "이 독특한 티샷 행사에 참가해 활력을 얻고 떠난다"고 말했다.
아시아와 유럽 문화의 조화를 강조하는 터키와 이스탄불은 이 이벤트로 적지 않은 홍보 효과를 누렸을 것이다. 당초 이스탄불시는 이 이벤트 행사를 위해 보스포루스대교를 4시간 동안 통제할 계획이었지만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통제 시간을 한 시간으로 줄이고 차로도 절반만 차단했다. 평소에도 다리 부근의 교통 혼잡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우즈는 얼마를 받고 이 행사에 참석했을까. 우즈는 7일부터 나흘간 안탈리아의 몽고메리 맥스 로열골프장(파72·7100야드)에서 열리는 유럽프로골프 투어 터키항공 오픈(총상금 700만달러)에 참가하는 대가로 240만~300만달러로 추정되는 초청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 조건에는 이날 티샷 이벤트도 포함돼 있다.
터키 문화관광부는 작년부터 '우즈 마케팅'을 시작했다. 올해 도쿄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 활동의 하나였다. 우즈는 지난해 비슷한 금액의 초청료를 받고 터키항공 월드골프 파이널에 참가했었다.
우즈를 포함해 스포츠 수퍼 스타들의 이벤트를 도시 홍보에 적극 활용했던 대표적인 곳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다. 유럽 투어인 두바이 클래식에 300만달러 안팎의 초청료로 우즈를 모셔 왔다. 우즈는 세계 유일의 7성급 호텔이라고 홍보하는 호텔 버즈 알 아랍의 300m 높이 옥상 헬리콥터장에서 바다를 향해 티샷을 날렸다. 이곳에선 테니스의 전설 앤드리 애거시와 로저 페더러가 테니스 시범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엔 두바이와 경쟁의식이 강한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가 아부다비 챔피언십 대회에 우즈를 초청하고 있다. 두바이 클래식과 아부다비 챔피언십은 상금 규모는 250만~270만달러 정도지만 우즈 등 스타 선수 초청료로 두세 배를 지급한다.
우즈는 지난달 28일에는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미션힐스골프장에서 열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의 18홀 매치 플레이 초청료로 200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 받은 300만달러를 포함하면 우즈가 올해 세 곳에서 받은 초청료만 800만달러(약 85억원)에 이른다. 2013년 시즌에 PGA 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받은 우즈의 상금 총액 855만 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우즈는 작년 6월 1일부터 올해 6월 1일까지 1년 동안 7810만달러(약 829억원)를 벌어들였다. 스포츠 선수 가운데 최고 수입이다. 이 가운데 상금은 1310만달러였고, 후원사인 나이키와의 계약금 등 각종 후원금이 6500만달러였다.
우즈의 터키 행차로 직격탄을 맞은 곳도 있었다. 우즈는 지난 3일 중국 상하이 인근에서 막을 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스 대회에 불참했다. 총상금 850만달러에 세계 상위 랭커 70여명이 참석하는 최상급 대회지만 우즈가 불참한 올해 대회의 열기는 예년 같지 않았다. 대회 주최 측은 "우즈의 초청료를 마련하기 위해 상금 액수를 줄일 수는 없는 법"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학수 기자 haksoo@chosun.com
201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