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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새차 샀더니, 3년만에 '반값' 폭락…'분노 예방' 신차 구입 비결

해암도 2021. 3. 29. 13:47

남 말 듣다 남 차 산다<3>

새 차를 살 때 3년 뒤 받을 수 있는 중고차 가치를 따져보는 게 낫다.[사진 출처=BMW, 벤츠, 매경DB] [세상만車-165]

 

 

# 김이경 씨(가명)는 3년 전 취업난을 뚫고 취업했다. 월급은 200만원도 안됐지만 취업했다는 기쁨에 친구들이 예뻐 보인다며 추천한 독일 소형 세단을 사기로 결심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까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하고 이자는 비싸지만 목돈 부담을 덜어주는 할부를 이용해 구입했다. 그러나 막상 차를 쓸 일이 많지도 않고 유지비도 부담돼 3년 만에 차를 팔기로 결심했다.

가벼운 접촉사고로 범퍼를 교체하고 자잘한 문콕 정도만 있어 괜찮은 가격을 받을 것이라던 김씨의 예상은 중고차 딜러를 만나자마자 빗나갔다. 솔직히 분통이 터졌다. 중고차 딜러가 알려준 시세는 2000만원에 불과했다. 할인받기 전 새 차 가격인 3950만원의 절반 이하였다. 딜러는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가격 감가가 심하고 인기 차종도 아니라면서 김씨가 발견하지 못한 흠집들을 일일이 찾아낸 뒤 1700만원을 제시했다. 3년 만에 반값도 못 받게 된 셈이다.

3년 뒤 받을 수 있는 가격은 신차를 살 때 70~80% 결정된다[사진 출처=케이카]

 

 

차를 사면 폐차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중고차로 팔게 된다. 이때 비슷한 값에 다른 차종을 구입한 사람보다 더 싼값에 처분한다면 배가 아픈 것을 넘어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신차를 구입한 뒤 중고차로 팔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은 인기도, 차종, 상태, 색상, 사양, 지역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출고된 지 4~5년이 되면 신차 값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수입차는 3년 만에 반값이 되기도 한다.

중고차 업계는 3년 뒤 중고차로 팔 때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신차를 살 때 70~80% 정도는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나머지 20%는 후속 모델이나 경쟁 차종 출시, 계절, 공급과 수요 등에 영향을 받는다.

'내 차 팔기' 시세를 매달 공개하는 AJ셀카에 따르면 중고차 성수기로 다른 때보다 중고차를 좀 더 좋은 값에 팔 수 있는 3월에는 SUV 가격이 올랐다. 봄나들이에 제격인 데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다.

2017년식 기준으로 현대 올뉴 투싼은 전월보다 6%, 기아 올뉴 쏘렌토는 4% 각각 올랐다. 반면 기아 K8이 등장하면서 경쟁 차종인 현대 그랜저 IG4~6%, 기존 모델인 기아 K7은 7% 각각 하락했다. 구형인 제네시스 G8010% 떨어졌다.

중고차 업계는 중고차로 팔 때 손해 보지 않으려면 중고차 감가율, 인기도, 사양, 순정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가율·잔존가치부터 파악




국산차는 출고 3년 뒤 감가율이 30% 수준이 된다.[사진 출처=현대캐피탈]

 

 

신차를 살 때 중고차 가치를 미리 따져봐야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후회하지 않는다. 중고차 가치는 새 차를 산 뒤 가격이 내려가는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감가율로 판단할 수 있다.

감가율은 '신차값-중고차 시세/신차값×100'으로 산출한다. 잔존가치는 '100-감가율'이다.

감가율 50%는 신차 값과 비교할 때 반값이 됐다는 뜻이다. 감가율이 높은 차를 사면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좀 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국산차 평균 감가율은 출고된 지 1년이 지나면 감가율이 10%대, 3년이 경과하면 30%대, 5년이 되면 50%대 수준이다. 인기 차종은 감가율이 더 낮아진다.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중고차 시장에서 가치 하락이 크다. 수요가 적고, 수리·점검비가 국산차보다 많이 들기 때문이다. 수입차 평균 감가율은 출고 1년 전후로 20~30%, 3년 전후로 40~50%, 5년 전후로 60% 수준이다.

엔카닷컴에 따르면 현대 쏘나타 감가율은 2020년식이 10%, 2019년식이 12% 수준이다. 쉐보레 더뉴 말리부는 각각 12%, 18% 정도다. 기아 K5는 각각 4%, 7%에 불과하다. K5의 가치가 쉐보레나 말리부보다 높다.

수입차는 감가율이 더 높다. 2018년식 기준으로 아우디 A3 40 TFSI48%, 벤츠 A22040% 정도다. 3~4년 만에 반값 가까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새 차를 살 때 감가율이 낮은 차를 구입하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줄어든다. 또 후속 모델 출시 시기와 단종 시점을 대략적으로나마 살펴본 뒤 매각 시점을 결정하는 게 낫다.

차가 단종되거나 후속 모델이 나오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후속 모델 출시 때까지 6개월 이상 남았다면 가치 하락은 적은 편이다. 중고차 시세는 엔카닷컴, AJ셀카, 케이카(K car)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뭐가 좋을지 모를 땐 '인기도' 주목




인기차종을 고르고 무난한 색상을 선택하면 중고차로 팔 때 손해를 줄일 수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

 

 

어떤 차를 사야 할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이것저것 따지기 귀찮을 때는 인기 차종을 고르면 된다.

신차 시장에서 인기차는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차가 되는 경우가 많아 중고차로 되팔 때도 좀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타고 다니기에 결함 문제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부품 공급도 원활해서 수리기간이 줄어들고 수리비도 아낄 수 있다. 단종 이후 부품 공급이 끊기더라도 중고나 재생 부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단, 자동차 회사가 가격을 많이 할인해 갑자기 인기 차종이 됐다면 나중에 중고차로 팔 때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가격 할인 프로모션이 끝나면 인기가 사라질 수 있고, 신차 가격 할인이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줘 시세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종뿐 아니라 색상을 선택할 때도 '인기'에 주목해야 한다. 인기 색상은 대부분 무난한 무채색이다. 흰색·회색·은색 계열이다. SUV에서는 남색 계열, 준대형 세단에서는 검은색 계열도 인기 색상에 해당한다.

색상은 중고차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준다. 신차 시장과 달리 중고차 시장에서는 무난해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어울리지 않는 색상으로 칠해진 차를 중고차 딜러들은 문제가 있는 차라는 뜻으로 '하자'라 부른다.

하자 색상으로 가격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차종은 중형 이상 세단이다. 빨간색 그랜저가 대표적이다.

하자 색상으로 칠해진 차량은 판매가 어려워 딜러들이 구입을 꺼리거나 가격을 낮춰 매입한다. 비수기에는 장기 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이 더 많이 감가된다.

소형차와 준중형차에서는 검정이 하자 색상이 된다. 다만, 가격 하락폭은 중형 이상 세단에 비해 적은 편이다. 경차와 SUV의 경우 색상이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돈 되는 옵션은 따로 있다




360도 어라운드뷰 [사진출처=벤츠 밴 사업부]

 

 

신차 구매자들은 옵션을 선택할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풀옵션을 선택하고 싶지만 구입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싼 돈을 들여 많은 옵션을 달았지만 막상 나중에 팔 때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돈 되는 옵션도 있다. 선루프,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원래 장착된 것보다 크기를 키운 순정 휠(휠 인치 업) 등이다.

이들 옵션을 선호하는 중고차 소비자들이 많아 감가상각이 낮다. 이 중 순정 선루프는 수요가 많아 해당 차의 가치를 높여준다.

요즘 뜨는 옵션은 어라운드 뷰다. 카메라 4대가 촬영한 영상을 조합해 전후좌우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버드아이 뷰 장면을 보여준다. 주차 공포증을 없애준다.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나 어라운드 뷰는 순정이 아니라 애프터마켓에서 장착해도 가치를 인정받는 편이다.

비용 문제로 편의 사양과 안전 사양을 놓고 고민한다면 안전 사양에 좀 더 투자하는 게 낫다. 긴급 제동 보조, 차간거리 경보, 차선이탈 경보, 차선이탈 방지 보조, 사각지대 경보 등 사고를 막아주는 안전 사양은 탑승자 생명을 보호한다.

사고 한 번만 막아줘도 본전을 뽑는 셈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아 좀 더 좋은 가격에 좀 더 빨리 판매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입력 202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