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41만km를 달린 쉐보레 볼트 EV 옆에 선 송명준씨 . 사진 송명준씨 제공
송명준(63) 씨는 전기차 동호회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2017년 5월에 송씨가 구입한 쉐보레 볼트 EV는 최근 누적 운행 거리 40만㎞를 넘겼고, 그는 비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탄 사람'으로 통한다. 지난 2일 기준, 볼트 EV에 찍힌 누적 거리는 '41만3639㎞, 한 달 평균 약 8200㎞, 하루 평균 275㎞를 달린 셈이다. 운전을 업으로 삼는 택시 운전기사도 주행이 쉽지 않은 거리다.
전기車로 4년간 40만㎞ 달린 송명준씨
송 씨는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전기차 충전기업체의 지사장으로서 영업이 주 업무다. 그는 경상·전라·충청도는 물론 수도권까지 전국을 휘젓고 다닌다. 송 씨는 "창원이 본거지이고, 1주일 중 수도권 출장이 2~3일 된다"며 "장거리를 뛰는 나 같은 영업맨에게 전기차는 효율성·비용 면에서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주 5일'을 철저히 지키는 송 씨는 주말엔 전기차를 몰고 여행을 떠난다. 4일에도 창원에서 포항까지 고속도로를 달렸다. 송 씨는 "포항까지 왕복 340㎞인데, 교통비는 충전비 3000원(심야 완속 충전기 기준)에 고속도로 통행료 4100원(50% 할인)을 더해 7000원"이라며 "휘발유 차로 다녀오면 5만원 이상 들어갔을 텐데, 기름값 아껴 포항물회 먹으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볼트 EV의 1회 충전 후 최대 주행거리는 414㎞이다.
한 달에 충전비 약 15만원
41만km 이상 달린 쉐보레 볼트 EV
볼트 EV를 50개월간 타며 들어간 충전비는 "약 500만원"이라고 했다. 40만㎞를 내연기관차로 달렸을 경우 약 5000만원(연비 12㎞/L, 1L 휘발유 가격 1500원 기준)이 드는 것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송 씨는 "볼트를 산 2017년부터 2년간은 고속도로에 테스트용 '공짜 충전소'가 많았다. 출장 가는 길에 들러 낮엔 대부분 여기서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과가 끝난 후엔 사무실 주차장에 설치한 전용 완속 충전기를 통해 완충하는데 심야 전기라 1000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전기차 충전비는 공짜 충전소를 이용한 2년간은 한 달 평균 3만원, 이후 충전요금 할인 폭이 줄어든 2020년 6월까지 한 달에 약 10만원, 그리고 최근 1년간은 한 달 15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송 씨는 충전비용을 아끼는 팁도 공개했다. 단독주택에 사는 전기차 운전자라면 "무조건 집에 전용 완속 충전기를 설치하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완속 충전기로 심야에 충전할 경우 1kWh(킬로와트시)당 전기료는 50~60원, 공용 급속 충전기보다 서너배 이상 저렴하다. 아파트 거주자에겐 '이동형 과금 충전기'를 추천했다. 계량기가 달린 개인 충전기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콘센트에 꽂아 사용할 수 있다. 한 달 기본료는 1만8000원, 킬로와트당 전기료는 50~80원가량이다.
"전기차 사는 게 백번 이득"
전기차 예찬론자인 그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전기차를 사는 게 백번 이득"이라고 말했다. 일단 전기차를 사면 정부 보조금 혜택이 1000만원 이상이다. 송 씨는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당장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보급 목표보다 실제 전기차 보급은 더디기 때문이다. 또 고속도로 통행료와 주차장 할인 혜택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전기차를 타는 동안 잔 고장도 한 번 없었다. 송 씨는 "전기차는 회생 제동(가속페달서 발을 떼는 순간 전동 모터를 통해 충전하는 시스템) 때문에 승차감이 나쁘다고 하지만, 익숙해지면 '원 페달(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운전 습관)' 운전이 오히려 편하다"며 "엔진·변속기가 없으니 엔진오일 등 소모품 들어갈 일이 없고, 부품이 단순하다 보니 잔 고장도 없다"고 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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