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산목록 2호인 자동차는 고르는 재미보다 골라야 하는 고민이 큰 제품이다.[사진 제공=케이카]
[세상만車-163] 회사원 김주저 씨(가명·35)는 10년 동안 타던 소형차를 팔고 좀 더 큰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을 즐기지 못해 여유 자금이 생긴 데다 기존에 타던 차가 슬슬 문제를 일으키는 게 거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받기 위해 6월 이전에 구입할 예정이다.
김씨는 자동차 마니아인 친구들에게 어떤 차가 좋은지 물어보다 오히려 더 막막해졌다. 친구들마다 추천 차량도 추천 기준도 달랐기 때문이다. 동호회, 유튜브, 신차 영업사원 등을 통해 정보를 알면 알수록 구입 예산을 초과하는 차만 눈에 들어왔다. 눈 꼭 감고 구입하려는 순간 다른 차가 다시 눈에 밟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두 달을 보냈다.
차를 새로 산다는 설렘과 고르는 재미는 막상 차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 골라야 하는 고민으로 바뀐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구입 예산에 맞는 세단과 SUV 중에서 한 차종을 결정한 뒤 3~4개 모델에서 선택하면 됐다.
요즘은 다르다. 세단, SUV는 물론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쿠페 SUV, 픽업트럭 등으로 다양해졌다.
차종만 결정한다고 끝이 아니다.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 플러그드인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사용 연료에 따라 고민이 또 생긴다.
비슷한 가격대에 살 수 있는 국산차와 수입차도 많아졌다. 구매자 개성과 라이프스타일도 다양해졌다. 차를 잘 안다는 주위 사람에게 물어봐도 정답을 찾기 어렵다.
차 고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 목록 2호인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며 유혹하는 '지름신'에게도 홀려 구입비와 유지비 부담에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카푸어(car-poor)'로 전락할 수도 있다.
남들이 권하는 차를 샀다가 자신의 성향이나 사용 목적에 맞지 않아 후회하기도 한다. '내 차'가 아니라 '남의 차'를 산 셈이다.
카푸어 예방-연봉 50% 넘지 않아야
▲ 월 납입금이나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차를 골라야 후회하지 않는다. [사진 제공=현대캐피탈]
전문가들은 내 차를 후회 없이 사려면 먼저 자신의 생활을 버겁게 만들지 않을 수준으로 구입 예산을 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지비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파악해야 한다.
생애 첫 차를 사는 20~30대 소비자 중에는 자기 연봉과 맞먹거나 초과하는 금액을 투자해 차를 샀다가 매달 꼬박꼬박 들어가는 할부·리스료, 기름값 등으로 지출 부담이 커져 카푸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전에 좋은 차를 타보겠다는 욕심에, 미래 수입에 대한 지나친 장밋빛 전망에, 남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자존심에 무리하게 차를 샀다가 1~2년 만에 중고차로 내놓는 20~30대도 종종 볼 수 있다.
20~30대가 선호하는 4000만~6000만원대 수입차의 중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부·리스료, 유지비 등에 허덕이지 않으려면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감안한 뒤 기본 가격 외에 옵션, 기름값, 세금 등을 한꺼번에 따져 후보 차종을 골라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연봉 50%를 넘지 않는 수준에서 차를 고르는 게 좋다.
연봉 50% 이상을 투자해 차를 사겠다면 옵션을 줄여 부담을 줄여야 한다. 폼 잡기 위해 무조건 풀옵션을 선택하지 말고 없어도 되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양이라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낫다. 다만 안전 사양은 되도록이면 선택하고 편의 사양은 줄이는 게 현명하다.
몇몇 옵션만 줄여도 200만~300만원은 쉽게 아낄 수 있다. 애프터마켓에서 저렴하게 달 수 있는 옵션도 있으므로 기본형 모델을 선택한 뒤 필요한 옵션을 따로 장착해 비용을 아끼는 방법도 있다.
남이 아닌 내가 탈 차를 골라야
▲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사용 목적, 운행 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차종을 선택해야 한다. [사진 제공=쌍용차]
주위의 권유에 따라 자신이 탈 차를 최종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다. 유튜브, 동호회 등에 나온 시승기나 차량 소개만으로 탈 차를 결정하기도 한다.
자신이 탈 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차, 다른 사람에게 돈 되는 차를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후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조언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자신에게 맞는 차를 구입하려면 차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자신이나 가족의 라이프스타일과는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도시에서 주로 출퇴근 용도로 사용한다면 세단, 가족 나들이가 많다면 SUV나 CUV를 고르는 게 일반적이다.
전기차도 주로 출퇴근 용도나 근교 나들이에 적합하다. 차량이 2대라면 전기차는 세컨드카로 제격이다.
1회 충전에 500㎞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나오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스트럭처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퍼스트카로 쓰려면 충전 불편은 감안해야 한다.
요즘 SUV가 대세라고 무턱대고 SUV를 고집할 게 아니라 해당 차종이 필요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함께 차를 이용할 가족의 체형도 고려해야 한다. 뒷좌석 공간이 넓은 차를 살 때는 덩치 큰 차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덩치 작은 차가 오히려 덩치 큰 차보다 더 넓은 공간을 갖췄을 수도 있다. 눈으로만 확인하지 말고 직접 앉아서 느껴봐야 한다.
짐을 많이 싣고 다닌다면 트렁크 공간도 눈여겨봐야 한다. 차량 소개 자료에 나온 적재 용량은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 적재 용량은 경쟁 차종보다 크지만 폭이 좁거나 높이가 낮아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는 차도 있다.
차종 비교 땐 제원표가 해결사
▲ 제원표를 비교해보면 차종 선택이 좀 더 쉬워진다. [사진 출처=기아]
2~3개 차종을 놓고 어떤 차가 나을지 모를 때는 크기, 엔진, 변속기 등을 기록한 제원표를 비교해본다.
차체 크기는 밀리미터(㎜)로 표기돼 있다. 길이(전장), 너비(전폭), 높이(전고)를 보면 크기를 비교할 수 있다. 길이는 앞 범퍼에서 뒤 범퍼까지 거리, 너비는 사이드미러를 제외한 폭, 높이는 노면에서 차의 가장 높은 곳까지 길이다.
휠베이스(축간)는 앞뒤 바퀴 중심축 사이 거리이고, 트레드(윤거)는 양쪽 바퀴 사이 거리다. 차종을 비교할 때 휠베이스가 길면 승차감이 상대적으로 좋고, 트레드가 길면 코너링 성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휠베이스와 트레드가 길수록 차가 안정적이다. 반면 회전 반경이 길어져 민첩성은 떨어진다.
엔진 항목은 배기량(㏄·엔진 실린더 내부 총합), 마력, 토크(㎏f·m)로 구분돼 있다. 마력은 지구력이고 토크는 순발력이다. 마력이 좋은 차는 지구력이 우수하고 토크가 센 차는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하면 된다.
변속기는 엔진 힘을 타이어에 전달할 때 그 힘을 속도에 맞게 조절해주는 기능을 한다. 일반적으로 단수가 늘어날수록 동력 효율성이 높아진다.
공차 중량은 차 무게다.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주행 성능이 떨어지고 연료 효율성이 나빠지지만 마력과 함께 살펴봐야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공차 중량을 최고 출력으로 나눈 마력당 무게비가 덜 나가면 주행 성능과 연비가 우수하다.
제원표는 차의 성능을 알려주는 신상명세서다. 단, 차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절대 기준은 아니다. 제원표로는 알 수 없는 성능이 있고 실제 성능과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입력 : 2021.02.25
차 살 때 필수코스 '시승'…이렇게 하면 나한테 딱맞는 차 산다
남 말 듣다 남 차 산다<2>
▲ [사진 출처=현대차] [세상만車-164]
# 회사원 김성급 씨(가명)는 지난달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큰맘 먹고 구입한 대형 SUV를 주차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애지중지 관리하는 게 아니라 평일에 주로 차를 이용하는 아내가 타고 다니기를 거부해서다. 아파트 주차장 공간이 좁고 자리도 부족해 주차나 접촉사고 스트레스가 심한 데다 아이가 뒷좌석에 타면 멀미를 하기 때문이다.
새 차를 살 때 일사천리로 구입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산목록 2호이고 경제적 조건, 라이프스타일 등이 모두 달라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이상 딱 맞는 차를 고르기 쉽지 않아서다.
결국 주변에 조언을 구한다. 차를 좀 안다는 친구나 동료에게 묻는 게 일반적이다. 포털사이트나 동호회, 유튜브 등지에 나온 신차 정보나 시승기를 참고하기도 한다.
결국 남 말을 잔뜩 머리에 넣은 뒤 시승 없이 차를 사거나 '동네 한 바퀴'만 돌아본 채 구입 결정을 내린다. 결국 내 차가 아닌 남의 차를 사 후회한다.
시승은 남 차가 아닌 내 차를 사기 위한 필수 코스다. 물론 전문가가 아닌 이상 차를 타본다고 차를 꿰뚫어볼 수는 없다. 그래도 남말에 의존하거나 카탈로그만 보고 계약할 때보다 자신에게 맞는 차를 살 기회가 많아진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승(百聞不如一見, 百見不如一乘)'이다.
시승 맛집-시승센터와 카셰어링
▲ [사진 출처=현대캐피탈]
국산차는 시승센터나 시승거점을 전국 곳곳에 마련해두고 있다. 현대차 드라이빙 라운지는 28곳, 기아 드라이빙 센터는 17곳 정도다.
현대차, 기아, 르노삼성 등은 웹사이트에서 시승차량과 시승차량 이용 장소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수입차는 대부분 전시장에서 시승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일일이 대리점을 검색하고 시승할 차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영업사원과 연락해 시승 가능 날짜와 시간, 장소 등 스케줄도 잡아야 한다. 번거롭다.
시승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가까운 전시장, 시승 차종, 시승 가능 시간대 등을 좀 더 간편하게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시승 시간은 업체나 시승차량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 20~60분 정도다.
▲ [사진 촬영=최기성 기자]
자동차 브랜드가 진행하는 시승 이벤트를 활용하면 좀 더 알차게 시승하고 선물도 받을 수 있다.
마세라티는 이달 말까지 전국 9개 전시장에서 '마세라티 익스클루시브 드라이빙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전시장을 방문하면 기블리, 르반떼,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 전 차종을 직접 시승해볼 수 있다. 직장 및 자택 등 원하는 장소에서 시승이 가능한 '1:1 퍼스널 케어 시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프(Jeep)는 14일까지 브랜드 출범 80주년 기념 '드라이브-스루' 이벤트를 진행한다. 지프 체로키와 그랜드 체로키 80주년 기념 에디션 모델을 직접 살펴보면서 시승도 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오프로드 축제 '지프 캠프(Jeep Camp)' 체험 기회도 제공받는다.
▲ [사진 출처=현대차]
혼다도 홈페이지에서 오딧세이 시승 신청을 받고 있다. 시승을 마치면 추첨을 통해 4인용 텐트, 드론, 아이스크림 상품권 등을 제공받는다.
볼보의 경우 브랜드 공식 애플리케이션 '헤이, 볼보(Hej, Volvo)'에서 시승을 신청할 수 있다. 푸조와 시트로엥도 온라인 구매 예약 플랫폼 '푸조·시트로엥 부킹 온라인(Booking Online)'을 통해 시승과 구매 상담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차량을 알아보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원하는 시승차가 없다면 카셰어링을 활용하면 된다.
그린카와 쏘카 등 카셰어링 업체는 경차, 소형차, 준중형차, 중형차, 대형차, SUV 등 차급별로 구색을 다 갖췄다. 미니 클럽맨, 포니 머스탱, 벤츠 C클래스, 지프 레니게이드, 폭스바겐 제타, 벤츠 EQC, 테슬라 모델S 등 수입차도 다양하게 구비했다.
신형 모델에 큰 변화가 없다면 구형 모델을 카셰어링을 통해 빌려 타봐도 차를 구입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시승의 기술-내차, 감 잡았어
▲ [사진 출처=혼다]
시승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밖에서 차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실내에서 볼 때와는 다른 점이 보일 수 있다.
차체 부품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생긴 틈으로 테슬라 차량의 고질병처럼 여겨지는 단차는 '뽑기' 문제일 수도 있지만 차량 전반에 걸친 문제일 수도 있다.
조립 품질 수준이 떨어져 발생하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가 만든 차량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완전 신차가 나올 때만큼은 단차가 없는지 파악해봐야 한다.
우선 철판과 철판 사이 틈새와 각 패널이 만나는 접점에 마무리가 잘돼 있는지 점검한다. 틈새가 균일하지 않으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심하게 들리고,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음매 부분이 뜰 수 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에는 시트가 불편하지 않은지, 운전 시야가 답답하지는 않은지, 스티어링휠(핸들)을 잡은 채 각종 장치를 편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모르는 기능이나 스위치가 있다면 영업사원에게 물어본다.
▲ [사진 출처=현대차]
소음은 시승 때 중요한 점검 사항이다. 시승 코스는 주로 잘 포장된 도로에서 이뤄진다. 엔진 소리, 바람 소리, 타이어가 바닥에 닿을 때 나는 소리 등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지 신경 써서 파악한다. 포장 상태가 좋은 도로에서 소음이 다소 크게 들린다면 정숙성이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정해진 코스를 벗어나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나 비포장도로에서 시승하면 차 상태를 좀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땐 차체 움직임을 느껴본다. 턱과 부딪쳤을 때, 턱에서 내려왔을 때 몰려오는 충격과 진동을 살펴보면 차가 얼마큼 충격을 흡수하고 걸러내는지 파악할 수 있다.
가속·제동 성능, 발에 전달되는 감각, 코너를 돌 때 쏠림 정도 등도 '감(感)'으로라도 알아본다.
가족과 함께 시승한다면 앞좌석 말고 뒷좌석에도 타봐야 한다. 뒷좌석 공간은 좁지 않은지, 시트는 불편하지 않은지, 아이들이 멀미를 느끼지 않는지 등을 점검해봐야 한다. 운전자가 좋다고 가족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 [사진 출처=쌍용]
짐을 많이 싣고 다닌다면 여행용 캐리어나 골프백을 가져가 실제로 트렁크에 넣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공간 활용도를 갖췄는지 파악해본다.
시승을 마쳤다고 차를 파악하는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차에서 받은 느낌과 장단점을 따로 메모해둬야 다른 차와 비교할 때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사실 시승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문가, 기자, 유튜버가 올린 '남들의 시승기'가 만고불변의 진리도 아니다.
같은 차를 타더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탔던 차종에 따라 사람마다 느끼는 차이가 커질 수도 있다. 감을 무시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를 수 있는 감을 잡을 수 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입력 : 202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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