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무엇을 믿는 것이 종교이며, 무엇을 부정하기에 무신론일까

해암도 2020. 3. 21. 06:18

성경은 창작에 지나지 않는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을 넘어서자-입문편>
(Outgrowing God: A BEGINNER’S GUIDE)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신천지의 독특한 교리가 널리 알려졌다. 황당하다는 일반적 반응에 더해 기독교계(가톨릭 포함)에서는 14만4000명만 구원을 받고 이만희 교주가 영생할 것이라는 믿음이 해괴망측하다는 강한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아마도 기독교나 신천지나 도긴개긴이라 할 것이다.

 

<만들어진 신>에서 기독교를 비판하며 적극적 무신론을 주창했던 도킨스는 2019년 무신론 포교활동의 일환으로 <신을 넘어서자-입문편(Outgrowing God: A Beginner’s Guide)>을 내놓았다. 이 책에서 도킨스는 우선 성경이 창작물이라고 주장한다. 창세기에 기록된 대로 노아의 방주가 아라랏산에서 긴 여정을 마쳤다면 터키에서 하선한 캥거루 부부가 무슨 수로 호주까지 건너갔길래 후손 캥거루들은 오세아니아에만 서식하는가?

 

성경이 논픽션이라면 그것대로 문제다. 사사기에 따르면 입다라는 장수는 전쟁에서 승리하면 자신의 집에서 처음 영접하러 나온 사람을 통째로 제단에서 태워 신에게 바치겠다는 서원을 한다. 대승 후 입다가 처음 만난 사람은 그의 무남독녀. 입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딸의 동의를 받아 그를 희생제물로 바친다.

 

도킨스는 아동학대, 심리조작, 살인을 방관하고 조장하는 구약성경의 신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런 불쾌한 캐릭터는 어떤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힐난한다.

 

성경을 문자 그대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반박에 대해 도킨스는 문자 그대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대체 누가 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신이 도덕의 원천이라는 주장은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테러와 학살을 감안할 때 신이 없는 편이 훨씬 낫다는 논리로 반박하고, 고도로 복잡하고 다채로운 생명체가 어떻게 신 없이 존재할 수 있느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그보다 훌륭한 과학적 대안이 있다며 전공인 자연선택이론을 소개한다. 도킨스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놓고보면 기독교인이 그를 상대하기란 간단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무시하거나 불충분한 대답에 만족하기엔 찜찜하다. “가장 인간적인 것이 가장 신적”이라는 언명에, 따라서 종교가 과학(이성)을 포용할 수 있을뿐더러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지상명령에 해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훌륭한 선례로 영국 성공회 대주교를 지낸 당대 최고의 신학자 로언 윌리엄스를 들 수 있다.

 

도킨스와의 토론에서 윌리엄스는 최초 인간의 부모가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믿느냐는 질문에 간단하게 “그렇다(Yes, I do)”고 대답한다. 동시에 그는 자연선택이 우리가 왜 존재하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제시하느냐고 반문한다.

 

문제는 신의 존재나 천지창조의 증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의미와 우주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고민하는 인간의 자기의식과 그 원천을 따져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토론 후 도킨스가 마침내 제대로 된 적수를 만났다는 평이 많았다. 정확히 무엇을 믿고 있는지 점검하기 원하는 기독교인에게, 실제로 무엇을 부정하고 있는지 따져보고 싶은 무신론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전희상 경제학 박사    입력 : 2020.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