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우즈·히딩크 무릎 고친 ‘줄기세포 연골 재생’ 분야 권위자

해암도 2019. 9. 28. 04:56

강남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되는 것이 신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무릎 연골이다. 양반다리로 앉아서 생활하거나 같은 자세로 장시간 쪼그려 앉으면 무릎부터 망가진다. 무릎뼈와 뼈가 부딪치지 않도록 이를 보호하는 연골이 한쪽으로 눌려 조금씩 닳아 없어져 걸을 때마다 무릎이 쑤시고 아프다. 결국 자신의 두 다리로 잘 걷지 못해 하체 근육이 사라지면서 노년기 건강 수명을 갉아먹는다.
 

배·엉덩이 지방서 줄기세포 추출
퇴행성 관절염 근본적으로 치료

SCI급 논문 15편, 세계서 인정
연골세포 분화 물질 특허 취득
“연골 재생 치료 대중화 앞당길 것”

낡은 물건을 새것처럼 수리하듯 닳아 없어진 무릎 연골을 재생해 원래 기능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는데 고민한 의사가 있다. 강남 연세사랑병원 고용곤(55) 병원장이다. 그는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 축구 명장 거스 히딩크도 줄기세포 치료로 손상된 무릎 연골을 고쳤다.
  
줄기세포 연골 재생 연구소 국내 첫 설립
 

강남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이 세포치료연구소에서 무릎 연골을 되살려주는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강남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이 세포치료연구소에서 무릎 연골을 되살려주는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고 병원장은 연세대 의대에서 공부할 때부터 연골 재생에 관심이 많았다. 누구나 늙는데 무릎이 아파 고생하는 사람을 치료하고 싶어 전공도 정형외과로 정했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해도 진통제로 통증을 줄여주는 치료가 대부분이었다. 그때만 해도 무릎 연골은 재생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무릎 연골은 절대로 재생이 불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달고 살았다. 그러던 중 동물실험에서 줄기세포 치료로 연골을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고 병원장은 “손상된 무릎 연골을 줄기세포로 다시 재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고 회상했다. 그 날부터 고 병원장은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 연구에 밤낮없이 매달렸다.
 
줄기세포 치료는 미래 재생의학의 희망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근원세포인 줄기세포를 활용해 손상된 신체조직을 치유·재생해 원래 기능을 복원한다. 줄기세포를 ‘만능 세포’라 부르는 이유다. 나이가 들어 망가진 무릎 연골도 정상적인 상태로 고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이 유발하는 통증을 없애고 무릎의 기능도 복원한다. 인공관절 같은 이물질을 넣지 않고도 자신의 무릎 사용 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준다.
 
환자에게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검증이 필요했다. 고 병원장은 “치료 가능성은 확신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연골 재생 효과를 입증한 연구를 기다리기에는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그가 직접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에 뛰어든 배경이다. 고 병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 연골이 망가진 환자의 배·엉덩이에서 뽑아낸 지방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무릎 연골 재생 효과를 관찰했다. 지방 줄기세포는 채취한 양의 10~20%가 연골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줄기세포의 힘은 기대 이상이다. “희뿌옇게 닳아 울퉁불퉁해진 연골에 줄기세포를 투여한 다음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살펴봤더니 줄기세포로 새로 만들어진 건강한 연골 세포가 손상된 부위를 채워 다시 매끈해졌어요. 그때의 감격이란….” 굽혔다 펴는 무릎의 기능과 신체 활동 능력도 각각 65%, 84% 향상됐다. 이 연구는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의 토대가 됐다. 퇴행성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지부, 줄기세포 활용 치료 제한적 허용
 
“병원에서 진료만 해도 충분한데 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줄기세포 연골재생 치료를 연구하냐”고 묻자 고 병원장은 “그저 내가 좋아서 그냥 궁금해서 이것저것 실험하고 연구한다”고 답했다. 그는 2008년 국내 관절 전문병원으로는 최초로 관절염 및 연골재생 연구를 위한 자체 연구소인 세포치료연구소를 세웠다. 이곳에서는 줄기세포는 어떻게 추출해야 손상이 없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술해야 줄기세포 생착률이 높은지, 지방·골수·제대혈·활액막 등 어떤 부위에서 뽑아낸 줄기세포의 연골재생 효과가 가장 우수한지 등을 살피면서 줄기세포 연골재생 치료의 가성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한다. 최근엔 무릎 연골세포의 분화를 돕는 물질을 처음으로 발견해 특허를 취득했다. 재생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원천기술이다.
 


“처음부터 줄기세포 연구가 쉬웠던 것은 아니었어요. 단순히 줄기세포만 주입하면 연골이 재생될 것으로 생각했죠. 이론과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기대했던 것만큼 연골이 재생되지 않아 환자에게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견제도 심했죠. 매달 7000~8000만원가량 쓸 정도로 연구에만 집중했지만, 개인병원이라며 무시해 속앓이도 많이 했어요. 그 당시엔 기초 의학연구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졌거든요.” 지금은 전 세계 의대에서 먼저 공동 연구를 제안하고, 치료술을 배우러 고 병원장이 있는 강남 연세사랑병원을 찾는다.
 
우직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고 병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의 줄기세포 연골재생 치료 분야에서 가장 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줄기세포 연골 재생을 주제로 발표한 SCI급 논문만 15편이다. 세계연골재생학회(ICRS)·미국정형외과학회(AAOS) 같은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학회에서 먼저 그에게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에 대해 강연을 요청한다. 세계에서도 고 병원장의 연구 성과를 인정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에서도 강남 연세사랑병원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 임상 의료기술 등을 인정해 지난해 5월부터 한국에서는 강남 연세사랑병원에서만 자가 지방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골 재생 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고 병원장은 “연구할수록 궁금한 것이 늘어나 10년이 넘도록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라는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며 “줄기세포 연골재생 치료 대중화를 앞당겨 많은 사람이 자기 무릎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중앙선데이] 입력 2019.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