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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완치 마지노선 3기…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해암도 2019. 5. 29. 05:25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폐암 명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

폐암은 암중에서 사망 원인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힘들고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치료를 포기하기는 이르다. 3기까지가 ‘완치의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폐암은 적극적인 치료로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폐암 명의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를 만나 폐암에 관해 자세히 들어봤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폐암의 종류와 증상이 궁금하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뉜다. 세계적으로 소세포폐암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고 비소세포폐암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전체 폐암 약 15% 정도가 소세포폐암, 85% 정도가 비소세포폐암이다. 암세포 조직을 현미경으로 봤을 때 크기가 작으면 소세포폐암, 그보다 조금 더 크면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한다. 또 비소세포폐암은 더 세분화되는데 제일 흔한 것이 ‘선암’, 두 번째가 ‘편평상피세포암’, 세 번째가 ‘대세포암’이다. 현재로써는 선암 분야 치료가 가장 많이 발전됐다.

-소세포폐암이 감소 추세라 했는데, 이유는?

흡연은 폐암의 주요 원인이다. 담배 제조 공법 등이 개발되면서 폐암 발병 양상도 바뀌는 것으로 분석된다. 담배의 필터가 정밀해지면서 큰 입자가 아닌 미세한 입자를 빨아들이고 이에 따라 더 깊이 흡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심부에만 머물러 있던 담배 연기가 바깥쪽까지 노출되면서 비소세포폐암이 늘게 된다.

-흡연 다음으로 위험 요인은

매연이나 공기 오염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비흡연 폐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아시아 비흡연 환자는 여성이 많고 선암이 흔하다. 전체 암 통계를 보면 비흡연 폐암 자체가 6번째 정도로 발생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10~20%가 채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도 30~40%쯤 된다. 이는 가족으로 인한 간접흡연, 굽거나 볶거나 튀기는 요리를 하면서 흡입하는 화학물질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폐암만의 특별한 증상이 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주요 증상인 기침만 하더라도 폐암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감기에 걸렸거나, 목이 마르거나, 먼지가 있거나 등 다양한 상황에 기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간이 아닌 1달~2달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계속 악화된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실제로 폐암 환자 중 10% 정도는 아무 증상 없이 건강검진을 받다가 정밀 검사 통해서 발견된다.

-폐암이 국가검진에 포함됐다

폐암 진단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사실 ‘양날의 검’이라 생각한다.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CT 검진을 하면 폐암 사망률을 약 20% 가량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나머지 80%는 불필요한 방사선에 노출된다. CT를 찍었는데 조금 이상한 소견이 있는 경우 불안해하는데 이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20% 줄일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나머지는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병기별 치료 목표와 생존율은?

폐암은 초기암과 말기암으로 구분하는데 이에 따라 치료 목표와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초기 암은 당연히 완치가 목표지만 말기가 되면 예외적인 경우가 있겠지만 완치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초기와 말기 사이의 중기인 3기다.

일반적으로 1, 2기가 초기, 4기가 말기며 3기가 중기로 분류된다. 통계적으로는 대략 20~30% 정도가 3기, 40~45%가 1, 2기, 나머지 40% 가량이 4기다. 1, 2기는 기본적으로 수술이 가능하다면 수술하는 것이 원칙이고 4기는 완치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항암치료를 통해 수명을 연장하거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치료한다. 3기는 지금까지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병기다.


비소세포폐암의 병기별 진단율 및 생존율/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그렇다면 4기는 치료가 불가능한가

치료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완치’가 불가능한 것이다. 4기는 뿌리를 뽑는 완치 대신 삶의 질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는 고식적인 치료는 많이 발전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포기하고 다른 비의학적 방법에 기대는 환자들이 많다. 4기 말기 폐암이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병기가 다양하게 발견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의료기기 보급이 이바지한 것 같다. 삼성서울병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어느 선진국보다도 의료 혜택, 의료 접근성이 높은 나라다. 진행성 혹은 말기 폐암은 40%~60%까지 나오고 초기 폐암은 15%~30%를 차지한다. 나머지 20%인 3기가 문제다. 폐암 5년 생존율은 1기가 80~90%, 2기 50%로 점점 떨어진다. 3A(초기) 기의 경우 30%, 3B(말기)기는 15%로 떨어지고 4기로 가면 더 떨어진다. 병기가 진행될수록 5년 생존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3기를 완치의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겠다

가능성을 놓고 봤을 때 1, 2기나 3기의 일부까지 완치를 목표로 한다. 항암 치료의 첫 번째 원칙은 치료의 목표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완치를 목표로 하거나 고식적인 치료로 수명의 연장 혹은 증상의 호전을 목표로 하는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80년대에 방사선치료만 했을 때에는 10개월 정도 생존했고, 이후 항암치료를 추가했을 때 4개월 연장됐다. 최근까지 항암방사선치료로 생존기간을 더 늘려 겨우 18개월이 됐다. 현재까지 3기 환자에서 가장 적극적인 시나리오는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거친 후 수술을 함으로써 완치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기 때문에 치료 결정이 매우 복잡하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느리지만 생존율이 개선되고 있는데

지난 20년 간 모두가 끝없이 연구해온 결과다. 최근 한 단계 더 개선됐는데 3기 환자에서 항암화학방사선을 하고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결과 생존율이 크게 늘었다. 연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2년 조금 넘은 25개월 정도까지의 추적 결과만 있다. 더 지켜봐야 하지만 대략 3년 정도 생존율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이는 기존 치료 대비 생존 기간이 2배 늘어나는 것이다.

-면역항암제 치료법만의 특징이 있다면

면역항암제가 폐암에 도입된 것은 약 3년이 조금 넘었다. 4기 폐암에서 성적이 좋게 나타나면서 그 앞의 병기로 연구가 넘어오고 있는데, 3기 표준치료인 항암방사선치료를 끝내고 써본 것이 PACIFIC 연구이다. 연구 결과, 질병 진행까지의 기간을 약 47% 감소시키고 생존 기간도 30~40% 증가시켰다.

면역항암제 치료는 항암방사선치료를 받았는데 중간에 안 좋아지는 환자나, 치료 중간에 포기하는 환자는 제외하고, 표준 항암방사선치료를 마무리한 환자 중 병이 나빠지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한다. 허가 연구(PACIFIC)를 기반으로 하면 항암화학방사선요법 6주 치료 이후 6주 이내에 투약해 1년 동안 진행한다.

-재발하면 치료 난이도가 더 높아질 것 같다.

어떻게 재발했는지에 따라 다르다. 재발돼도 방사선 등 재치료를 하거나 수술이 가능한 경우도 있고, 재발 양상에 따라 항암이나 방사선, 수술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어떻게 재발했고 그 당시에 환자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전문가가 다시 판단한다.

-꼭 지켰으면 하는 폐 건강 수칙이 있다면

2002년도에 세계암협회장이 암예방 수칙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첫 째는 금연(Do not smoke), 둘 째는 금연(Do not smoke), 그리고 세번 째도 금연(Do not smoke) 였다. 그리고 마지막이 “행운을 빈다(Do have a good luck)”였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연초에 검진을 받았는데 갑자기 말기암으로 진단받는 사람들이 있다. 암은 정말 누가 생길지 모르는 질병이지만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정밀 의학, 맞춤 의료 등 많이 발전했다. 따라서 환자들이 낙담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치료받았으면 좋겠다.

-폐암 치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치료의 발전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구는 실패를 거듭하지만 임상 연구는 인류 보건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임상 연구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이러한 연구들이 과거에 있었기 때문에 치료제가 개발된 것이다. 임상 연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오해와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근칠 교수/사진=삼성서울병원 제공

박근칠 교수는
서울대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성균관대 의과대학 내과학 교수이자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근칠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암연구센터장, 폐암센터장 등을 역임했으며, 대외적으로는 세계폐암학회(IASLC) 상임이사, 대한임상암학회 이사장, 대한폐암학회-대한종양내과학회의 Best of WCLC 조직위원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13년부터는 국제암유전체컨소시엄(ICGC)의 멤버로 활동하며, 세계 석학들과 함께 폐암 유전체 맞춤기술 개발 프로젝트도 참여하고 있다. 폐암과 두경부암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법과 조기진단법을 개발한 그는 국내 최고의 폐암 명의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쉼없는 연구활동으로 후배들에게는 존경받는 의료인으로, 환자에게는 언제나 가장 낮은 자세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의사로 알려져 있다.



 헬스조선     유대형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