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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첫 끗발’이 중요…첫 10년 관리 엄격하게”

해암도 2019. 9. 30. 11:42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당뇨병 명의]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

“당뇨병, ‘첫 끗발’이 중요…첫 10년 관리 엄격하게”


국내 당뇨병 환자는 2018년 기준 303만 명에 달한다(건강보험공단). 환자 수가 많은 만큼 치료법, 치료약물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고 환자에게 알려진 정보도 많다. 생활습관을 잘 조절하면 얼마든지 호전돼, 환자의 의지가 중요한 질환이다. 때문에 ‘당뇨병 명의’라고 하면 특별한 혼자만의 치료약을 쓰는 게 아니라, 환자와 진심으로 공감하고 철저한 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의사를 뜻한다. 환자 혈당을 효과적으로 낮추기로 소문난 당뇨병 명의, 오승준 교수를 만나 당뇨병 관리 수칙을 물었다.

오승준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경희대병원 제공

Q. 당뇨병은 왜 환자 의지가 특히 중요한가요?

A. 당뇨병에서 의사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당뇨병 자체로 응급 수술을 하는 일은 없죠. 하지만 환자와 신뢰를 쌓고, 삶에 녹아들어가 올바른 길을 알려줍니다. 매일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관리하는 게 혈당을 낮추는 기본 치료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뇨병을 보는 의사들은 항상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많이 대화하려 노력합니다. 특히 진단 초기가 중요합니다.


Q. 관리 시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왜 하필 초기가 중요한가요?

A.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이 있어요(웃음). 당뇨병은 첫 끗발이 황금 끗발입니다. 당뇨병을 진단받고 처음 10년간 초기 관리를 잘 하면 그 효과가 계속 간다는 유명한 연구가 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연구진이 처음에 환자를 세 집단으로 나눴어요. 10년간 혈당 관리를 매우 엄격하게 한 집단, 혈당 관리를 평범하게 한 집단,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한 집단입니다. 10년이 지난 뒤 또 다른 10년간은 그 반대인 경우를 추적했어요. 매우 엄격하게 하다 그 다음 10년간은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과, 제대로 안 하다가 그 다음 10년간 제대로 한 사람. 누가 더 당뇨합병증이 덜했을까요? 재미있게도, 처음 10년간 혈당 관리를 매우 엄격하게 한 집단은 이후 약간 소홀해지더라도 뒤늦게 관리를 시작한 사람보다 당뇨합병증이 덜했습니다.


Q. 초기 관리가 중요하면, 국내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초기에 자신의 병을 발견하는 편인가요?

A. 다른 질환과 달리, 당뇨병은 대부분 초기 발견합니다. 혈액검사로 손쉽게 이상을 알 수 있어서죠.


Q. 초기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A. 딱 2가지입니다. 첫째, 식사. 둘째, 운동. 참 쉽죠(웃음)?

초기이고, 심하지 않으면 이 두 가지로 모두 해결됩니다. 식사도 뭐 어떤 종류를 먹고, 뭐를 복잡하게 계산하고…물론 그렇게 하면 좋죠. 그런데 관리는 매일매일 꾸준히 해야 합니다. 복잡해서 계속 할 자신이 없다면 이 식사 수칙을 기억하세요. ‘삼시세끼를 일정한 시간에 먹어라’, ‘군것질은 하지 마라’. 간단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끼니를 먹어야 혈당도 일정하게 유지되고, 야식이나 폭식 위험이 없습니다. 군것질은 대부분 당분으로 이뤄진 음식입니다. 누가 군것질로 상추 1~2장, 마늘 1~2알을 먹습니까? 빵, 떡, 과자, 사탕 등을 먹죠. 몸에 잉여 열량이 7천 칼로리 쌓일 때 마다 체중이 1키로그램 늘어납니다. 우리 몸은 뚱뚱해질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져, 당뇨병이 올 위험이 커집니다.

운동은 과유불급입니다. 운동 수칙은 ‘식사 후에 한다’ ‘매일 한다’ ‘30분~1시간 한다’입니다. 주말에 몰아서 4~5시간씩 하는 건 안하는 게 낫습니다. 당뇨병 관리는 항상 생활 속에 녹아들어가야 합니다.


Q. 당뇨병은 아니지만 혈당이 높은 상태라도 이런 수칙을 지켜야 하나요?

A. 지켜야 합니다. 가끔 건강검진을 했을 때 의료인에게 ‘당뇨끼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보통 이러면 당뇨 전 단계나 당뇨 전 수준에 해당합니다(공복혈당 100~125㎎/㎗). 이때 관리를 잘 못하면 당뇨병, 관리를 잘하면 정상인이 됩니다. 제가 말씀드린 식습관과 운동습관만 잘 지키면 당뇨병으로 진행 할 이유가 없습니다.


Q. 환자와 많은 대화를 해야 하는데, 대학병원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A. 짧은 시간에 많은 분을 보려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육간호사가 필요합니다. 우리 병원은 의사와 당뇨병 교육간호사 간 협업이 매우 긴밀하게 이뤄집니다. 환자에게 미쳐 다 못 들었거나, 따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할 때 교육간호사 선생님에게 환자 면담을 요청합니다. 추가 면담으로 환자의 세세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독거노인이거나, 경도인지장애 등 관리가 필요한 분이라면 교육간호사 선생님이 병원에 오는 날이 아니라도 환자에게 전화해 생활 습관 관리가 잘 되는지 살핍니다.

오승준 교수 사진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오승준 교수​/경희대병원 제공

Q. 약물 치료가 기본인데, 평생 약물을 써야 하나요?

A. 아닙니다. 관리가 잘 돼서 병이 호전되면 줄일 수 있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은 항상 용량을 적절히 조절합니다. 과하게 쓰면 저혈당에 시달리고, 적게 쓰면 혈당 강화 효과가 덜합니다. 의사를 믿고 꼬박꼬박 먹거나 주사치료를 한 뒤, 자신의 증상을 자세히 말하세요. 의사는 이에 맞춰 약 용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합니다.


Q. 당뇨병 관리에 있어 환자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면?

A. 검증 안 된 식품을 들고 와서 먹어도 되냐고 하는 분이 참 많습니다. 정말 좋았다면 제가 그 식품을 환자분께 처방했을 겁니다. 당뇨병 관리에서 요행수나 지름길은 없어요. 올바른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을 능가하는 ‘기적의 식품’은 없습니다. 이런 식품을 잘못 먹고 와 간신히 잡아둔 혈당치가 도로 올라가는 환자도 있어요. 안타깝죠.

그리고 과일이 몸에 좋다고 많이들 드시는데, 과일은 단순당이 많아 밥보다 혈당을 빨리 올립니다. 가을에 자주 먹는 대봉시 1개에 든 당분을 각설탕으로 환산하면 28개에요. 과일을 많이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승준 교수는...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다. 미국 유타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postdocs)으로 있었다. 대한의학회 기획조정이사,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대한내분비학회 정회원, 대한당뇨병학회 정회원, 미국내분비학회 정회원, 미국당뇨병학회 정회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분비분과 위원장을 지냈다. 최근(2019년 2p 17차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 대한의사협회에서 공로패를 수상했다. 오 교수는 꼼꼼한 혈당 관리로, 환자들에게 ‘잔소리 대마왕’으로 불린다. 엄격한 관리를 해달라고 찾아오는 환자도 있을 정도다.



 헬스조선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