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민(52·사진) 단국대 의대 교수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가 건넨 명함 뒷장엔 강아지들 사진이 새겨져 있었다. 그가 “모시고” 산다는 반려견들이었다.
“요즘 강아지 책을 쓰고 있어요. 개를 기르려면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인데, 이미 절반쯤 써놨습니다. 아마 올여름에는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8개월이 흘러 당시 서 교수가 귀띔한 책이 출간됐으니 그게 바로 ‘서민의 개좋음’이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 교수는 “밖에선 기생충을 사랑한다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개만 사랑하는 개빠”라고 말한다. 중학생 때 셰퍼드한테 머리를 물리고서도 개를 사랑하는 마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게 그의 고백. 서 교수는 “개가 세 마리가 되는 순간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동물병원 의사의 조언은 무시하고 강아지를 입양하고, 또 입양하길 반복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 서 교수가 키우는 강아지는 여섯 마리나 된다. 왜 이렇게 많은 개를 입양했을까. 그는 “개가 많을수록 즐거움이 더 컸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반려견이 전부 페키니즈인 건 “개 주인은 자신이 키우는 견종이 제일 예쁘기 마련”이어서다. 물론 개를 여섯 마리나 키우는 게 쉬울 리는 없다. 산책을 갔다 오면 닦아줘야 할 개 발이 24개(6×4=24)나 된다. 배변 패드는 매일 10장 가까이 없어진다. 하지만 서 교수는 강아지를 극진히 보살핀다. 지인들은 그의 집을 두고 반려견에겐 최고의 집이라며 “강아지계의 삼성가”라고 치켜세운다.
그렇다면 이 책은 강아지 예찬론을 퍼뜨리면서 너도나도 개를 키울 것을 독려하는 작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반대다. 한국에서 강아지를 20년간 키운다면 개한테 들어가는 돈이 1000만원 넘는다고 한다. 서 교수는 이 통계를 소개하면서 개가 아플 때 기꺼운 마음으로 50만원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그럴 수 없다면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서 교수는 “이 책을 읽고 개를 입양하려던 생각을 포기하는 이가 몇이라도 있다면 책을 쓴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적어두었다. 만약 주변에 개를 충동적으로 입양하려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선물하도록 하자. 강아지 입양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일보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입력 : 2019-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