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가 자녀들에게 아이패드를 못 쓰게 한 이유

해암도 2019. 8. 8. 07:10

애덤 알터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잡스가 자녀들에게 아이패드를 못 쓰게 한 이유 - 1

 

몇 년 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케빈 홀시는 가족한테 너무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 탓이었다.


그는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다. 앱 사용자 수천 명은 하루에 휴대전화를 평균 3시간 가까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깨어 있는 시간 4분의 1을 휴대전화와 함께하는 셈이다. 한 달로 따지면 거의 100시간, 평생으로 치면 11년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그 어떤 일상 행위보다 길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 등을 의식해 스스로 앱을 내려받은 이들이 이 정도니, 사용 시간에 관심 없는 이들은 더 많은 시간을 쓸 가능성이 크다.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는 평균적인 인간이 집중력을 지속하는 시간이 12초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수치는 2013년 8초로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금붕어가 집중력을 지속하는 시간은 9초로, 금붕어보다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청년 2천명에게 컴퓨터 화면의 숫자와 문자에 주의를 집중하게 했더니,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덜 소비하는 청년들이 훨씬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애덤 알터 뉴욕대 교수는 신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기술 발달에 따른 새로운 중독의 시대가 시작됐으며, 이로 인해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담배나 약물,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과 달리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이메일, 비디오게임, 온라인쇼핑 등 최근 기술 발달과 함께 급속도로 확산하는 중독 현상을 '행위 중독'이라고 부른다.


2000년대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던, 첨단 기기 발달로 인한 중독이다.


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은 대상만 다를 뿐 작동 방식이나 원리는 같다.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해 강렬한 쾌감을 불러일으키고,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위안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롭다. 해로운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절실하게 원한다.


그러나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마약 등과 달리 행위 중독 대상은 도처에 널려 있다. 우리의 일과 일상생활, 인간관계와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지만, 얼마나 큰 위력을 지녔는지는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았다.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거부할 수 없도록 고안한 도구가 사용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빠져들게 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례를 꼽는다. 누구나 아이패드를 하나씩 가져야 한다면서도 잡스는 자기 자녀들이 절대로 아이패드를 쓰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잡스뿐만 아니라 다른 첨단 기술 업계 거물들도 자녀에게 비슷한 제약을 가했다.


저자는 테크놀로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마라'는 마약상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을 따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기술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대중의 대량 소비를 유도하려고 그것을 마구 휘둘러 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책에서 그는 중독 행위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누가 그것을 조장하는지 들여다본다.


그는 행위 중독을 낳는 요인으로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강한 인간관계 여섯 가지 요소를 꼽았다.


마케팅과 심리학 분야 전문가인 저자는 행위 중독의 뿌리와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현실적인 대안까지 모색한다.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이나 이메일 등을 사용하지 않고 살기란 어렵다. 생활 일부로 자리 잡은 만큼 중독성 강한 체험들과의 공존이 필요하다.


알터 교수는 행위 중독이 작동하는 방식을 터득하고 그것을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아주 일부에만 중독성 있는 체험을 허용하고 건전한 행위를 유발하는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대안이라며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키. 홍지수 옮김. 420쪽. 2만2천원.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송고시간 | 2019-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