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연구진이 기억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UCLA대학의 통합생물학과 알렉시스 베데카라츠 교수 연구팀은 바다에 사는 연체동물인 ‘군소(Aplysia kurodai)’의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기억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14일 미국신경과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지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군소에게 일정 시간 전기 자극을 반복했다. 전기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군소는 움츠러들었다. 연구진은 이 시간을 측정했다. 전기 자극을 받지 않은 군소의 경우 1초간 움츠러들었다가 바로 원상태로 복귀했지만, 전기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은 군소는 50초간 움츠러든 상태로 있었다.
연구진은 전기 자극을 학습시킨 군소로부터 RNA를 추출했다. 이를 일반 군소에 주입했다. 그 결과, 일반 군소는 전기 자극에 반복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전기 자극을 줬을 때 40초간 움츠러드는 반응을 보였다. 한 개체에서 학습된 반응이 다른 개체로 이동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뉴런 세포 속 RNA가 기억을 저장하는 매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한 가지 실험을 더 했다. 전기 자극이 학습된 군소에게서 뉴런 세포의 RNA와 운동 세포의 RNA를 뽑아 별도로 배양했다. 이를 일반 군소에게 각각 주입했더니, 운동 세포 RNA를 이식받은 군소의 경우 움츠러듦 반응이 1초에 그친 반면, 뉴런 세포 RNA를 이식받은 군소는 마찬가지로 장기간 움츠러듦 반응을 보였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기억은 뉴런 세포의 시냅스간 연결 강도의 변화가 부호화돼 기록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RNA가 기억의 일부를 담당할 가능성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 연체동물에서 기억의 이식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 2018.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