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컴퓨터

네이버 자료실, 악성·광고 SW 천지…"애들 볼까 걱정"

해암도 2013. 9. 10. 06:26

#대전에 사는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주요 포털사이트 자료실에서 추천한 무료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가 낭패를 봤다. 시도때도 없이, 불규칙하게 뜨는 인터넷 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특히 성인채팅이나 비뇨기과 등 민망한 문구나 사진이 등장하면서, 주위 직원들이 볼까봐 허겁지겁 창을 꺼는 경우가 많다. 일부 프로그램은 삭제를 할 수 없었고, 삭제를 하더라도 실행되는 광고 프로그램에 결국 컴퓨터를 포맷하게 됐다.
네이버 자료실, 악성·광고 SW 천지…"애들 볼까 걱정"
네이버 등 주요 포털 기업들의 자료실이 애드웨어(광고나 제휴 프로그램이 붙은 소프트웨어)의 온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과거 백신개발 업체의 프로그램에 붙은 광고에 악성코드가 삽입돼, 문제가 된 만큼 애드웨어를 막기 위한 포털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9일 조선비즈가 네이버 소프트웨어(구 자료실)의 상위 50위권 내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아 설치한 결과 시작페이지 바꾸기, 바로가기 설치, 툴바, 동반 설치 프로그램, 광고 등이 붙은 프로그램이 전체의 60%(30개)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 프로그램 내 여러가지 동반 설치 프로그램이 붙은 경우가 많아, 50개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경우 약 17개 이상의 묻지마 프로그램들이 동반으로 설치 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네이버는 광고나 동반 설치 프로그램이 붙어있는 악성 애드웨어에 대해 ‘포맷 후 설치해야 하는 필수 소프트웨어’라며, 설치를 권장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상위 50위권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결과 기본적으로 11번가, 옥션, 지마켓, 이마트몰 등 제휴사이트에 들어가는 아이콘들이 바탕화면에 설치됐다. 화면 하단에는 온라인 쇼핑몰의 바로가기 아이콘들이 고정돼 버렸다. 또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창을 띄었을 때, 시작페이지는 사용자도 모르게 다른 제휴사이트로 변경돼 있었다.
네이버 자료실, 악성·광고 SW 천지…"애들 볼까 걱정"
인터넷 익스플로러 창 위쪽에는 네이버를 비롯해 주요 쇼핑몰의 바로가기 아이콘과 함께 ‘숙취여가라! 자연산 헛개나무 100% 농축액기스’, ‘1분이내 대출확인! 최대 6000만원 입금’, ‘직장인 사업자 주부 무직자 학
자금 대출’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광고가 붙어있는 툴바가 설치돼 있다.

특히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어떠한 작업을 할 때면 자동으로 익스플로어가 실행되면서, 특정 사이트로 접속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때마다 무작위로 뜨는 광고 페이지는 업무를 방해하는 곤욕스러운 일이다.

한 사립대 컴퓨터 공학과 교수는 “매일 포털 업체의 자료실에서 10만건 이상의 소프트웨어들이 다운 받아지는 상황에서, 악성 애드웨어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것은 해킹범죄를 방조하는 행위”라며 “자신도 모르게 설치되는 프로그램은 해커가 사용자의 PC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설치된 툴바나 광고를 클릭하면서 2~3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은 네이버뿐 아니라 다음이나 네이트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이 광고나 동반 설치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보니, 전문가가 아닌 경우 누구나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일반 사용자들의 경우 대부분 자동설치를 하면서, 광고나 동반 프로그램이 자신도 모르게 설치되고 있는 것이다.

한 이미지 소프트웨어의 경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도중, 또다른 패스워드 관련 프로그램의 설치화면을 보여주면서, 설치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표시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용자가 원래의 이미지 프로그램 설치를 위한 절차로 보고, 생각없이 클릭을 하고 만다. 하지만 여기서 동의는 또다른 패스워드 관련 프로그램의 설치할 지를 묻는 질문이다.

이렇듯 애드웨어가 또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만드는 수법은 점차 교묘해져가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아무런 설명없이, 자동설치로 맞춰진 경우가 많다. 만약 수동설치로 설정을 바꿔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대부분 ‘홈페이지 첫화면 제휴사이트로 연결’, ‘제휴서비스 아이콘 생성’, 툴바·클리너 설치 등 엉뚱한 설정변경과 프로그램 설치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 자료실, 악성·광고 SW 천지…"애들 볼까 걱정"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정보통신망법 제 50조에 의해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 게시가 제한돼 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현재 좀 더 구체적인 규제를 담고 있는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으며, 관련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조사 검토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료실을 통해 사용자들이 애드웨어에 노출돼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개발사에 광고나 동반설치 프로그램을 빼라고 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로서, 사용자의 주의가 최선인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박성우 기자  : 201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