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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습크림 뒤에 적힌 그 성분, 정체가 뭐야?

해암도 2018. 1. 5. 09:35

"보습 하면 시어버터지" "요즘은 세라마이드가 뜬다는데…" "히알루론산은 또 뭐야?"
건조함이 더해가는 요즘, 좀 더 '쫀쫀한' 보습크림을 찾고 있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각종 화장품 광고에서 언뜻 들어보았던, 혹은 전혀 몰랐던 화장품 보습 성분에 관한 이야기. 

계절이 바뀔 때 흔히 '살결에 와 닿는 공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그만큼 피부는 날씨의 변화에 민감하다. 입술에 각질이 생기고 얼굴 피부가 땅기기 시작하면, 우리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고 있다'는 걸 촉으로 깨닫는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겨울철, 유난히 피부가 메마르고 푸석푸석해지는 원인은 찬바람과 건조한 대기 때문이다. 추운 야외와 따뜻한 실내의 온도차도 피부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게 해 수분을 빼앗아간다. 그러나 날씨를 바꿀 수는 없는 것. 보습크림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사실 알고보면 우리의 피부 속에는 자체적으로 보습 역할을 하는 성분이 있다.

나이 먹을수록 사라지는 '천연보습인자'

'천연보습인자'(NMF·Natural Moisturizing Factor)는 우리 피부의 각질층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보습 성분이다. 각질층은 피부의 가장 표면에 있는 부분인데, 각질과 각질 세포 간 지질의 벽돌 구조로 되어 있다. 각질 세포에 있는 천연보습인자는 아미노산과 젖산 등의 성분으로 구성된다. 각질 세포 사이를 메우고 있는 세포 간 지질은 일종의 지방층인데, 50% 이상이 세라마이드와 콜레스테롤로 이뤄진다. 이러한 천연보습인자와 세포 간 지질층은 피부가 건조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평소엔 스펀지처럼 수분을 머금고 있다.


천연보습인자를 감소시키는 요인은 나이와 과도한 각질 제거다. 25세를 전후해 우리 피부에서 분비되는 천연보습인자의 양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과도한 각질 제거는 각질층에 존재하는 천연보습인자를 함께 없앤다. 장시간 피부를 물에 담그고 있는 것도 피부를 건조하게 만드는데, 그 이유는 수용성인 천연보습인자가 물에 녹아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 이제 보습크림의 성분표를 들여다보자

사라지는 천연보습인자를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은 이 성분들과 수분을 강제로 피부에 보충해주는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보습크림과 수분크림이다. 피부에 좋다고는 하는데, 보습 효과가 뛰어나다고는 하는데, 이 화장품들에는 어떤 성분들이 들어있길래 그런 걸까? 우리 몸의 천연보습인자와 구조가 같은 성분부터 동물·식물에서 추출한 것들까지, 화장품에 쓰이는 보습 성분은 그 종류가 수십 가지가 넘는다.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 동물의 피부뿐 아니라 양수, 탯줄, 관절액 등에 많이 존재하는 물질이다. 화학적으로 만들 때는 주로 탯줄을 재료로 이용한다. 히알루론산 분자는 한 개에 200개가 넘는 물 분자를 끌어당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바르는 보습 화장품과 더불어 영양제, 필러의 성분으로도 사용된다. 독성 물질의 피부 침투를 막는 역할도 한다.


세라마이드(ceramide) : 우리 피부의 각질 세포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지질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주성분이다. 유분이 피부에 해롭다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세라마이드가 포함된 지질층은 수분이 증발하지 못하게 억제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상처와 염증의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세라마이드 역시 화장품과 영양제, 모발 관리제 등에 두루 사용된다.


스쿠알렌(squalene) : 상어의 간, 올리브, 옥수수 등에서 추출되는 성분으로 발암·오염 물질, 중금속 등을 배출시키는 해독 작용이 뛰어나다. 때문에 화장품에 쓰이기 훨씬 이전부터 건강기능식품으로 더 유명했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도 노인이 매일 상어의 간으로 만든 기름을 먹었다는 대목이 있다. 화장품에는 산화 방지 목적으로 스쿠알렌에 수소를 첨가한 '스쿠알란'이 사용된다. 해독·살균 효과와 더불어 보습에도 좋다. 스쿠알렌은 우리 피부의 지질층에서도 매일 조금씩 분비된다.


알란토인(allantoin) : 포유동물의 소변, 소화 분비액 등에 존재하는 성분이다. 여러해살이 풀의 한 종류인 캄프리, 상수리나무 등의 자연에서도 얻을 수 있다. 알란토인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야는 소화기 계통의 치료 약이다. 화장품에서는 피부의 진정 및 완화, 건조한 환경에서 손상된 피부의 재생 목적으로 쓰인다.


글리세롤(glycerol) : 동·식물에 널리 분포하며,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로 이용되는 지방 성분의 하나다. 글리세린이라고도 한다. 1779년 스웨덴의 셸레가 올리브유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한 뒤, 식품부터 화장품, 비누, 관장약 등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무색·무취·무독성의 글리세롤을 식품이나 비누에 첨가하는 이유는 건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글리세롤이 함유된 화장품은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보습에 도움이 된다.


열매·잎에서 추출한 것들

(윗줄) 시어버터, 알로에 베라 (아랫줄) 올리브, 코코넛, 아보카도

시어버터(shea butter) : 아프리카에서 자라는 시어트리의 열매에서 추출한 보습 성분이다.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시어버터를 벌레 물린 곳이나 신생아의 피부에 사용했다. 초콜릿이나 쿠키에 식용으로 넣기도 한다. 알란토인 등의 보습 성분이 풍부해 핸드크림, 화장품의 성분으로도 쓰이는데, 특유의 향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알로에 베라(aloe vera) :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식물 '알로에'의 한 종류이다. 주로 식용으로 쓰이는 알로에를 말한다. 알로에의 잎을 자르면 젤 형태의 수액이 나오는데, 예로부터 화상이나 관절염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였다. 알로에를 복용하면 변비, 해열 등에 효과가 있다. 햇볕에 그을리거나 민감해진 피부에 사용하면 진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줄기와 잎이 하나로 된 알로에의 특성상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어 보습제로도 좋다.


코코넛(coconut) :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열매인 코코넛에서 짠 코코넛 오일은 최근 떠오른 '수퍼푸드' 중 하나다. 모유의 성분인 라우르산과 트랜스지방·콜레스테롤이 없는 필수 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면역력 증진 및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음식으로 알려졌다. 활용도도 높아 샐러드나 볶음요리, 음료에 넣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다. 코코넛 속에는 피부의 보습을 위한 중사슬지방산도 함유되어 있다. 순하고 자극이 적은 식물로, 아토피나 트러블성 피부에 사용해도 무리가 없다.


올리브(olive) : 올리브는 지중해 연안의 국가에서 5000~6000년 전부터 식용으로 먹어 온 열매다. 열량의 80% 이상이 지방에서 올 만큼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인데도 건강 식품이라 불리는 이유는, 지방의 대부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좋은 지방'이기 때문이다. 올리브에서 추출한 올리브 오일은 식용은 물론 화장품 성분으로도 쓰인다. 비타민E가 풍부해 피부의 보습과 노화를 방지하는 데 좋다.


아보카도(avocado) : 멕시코와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아보카도는 가장 영양가가 높은 과일 중 하나다. 단백질,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하다. 또 열량이 높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특성 덕에,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명하다. 아보카도를 압착해 오일로 만들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아보카도를 처리하기 위해 기름을 만들었다. 아보카도 오일은 요리와 피부 미용에 쓰이는데, 보습 외에 미백 효능도 있다.


씨앗에서 추출한 것들

(윗줄) 동백꽃, 아르간 열매, 호박씨 (아랫줄) 석류씨, 해바라기, 마카다미아

동백 오일(camellia seed oil) : '백옥피부'로 불리는 배우 이영애가 방송에서 "수분크림과 동백오일만 바른다"고 한 뒤,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 떠오른 보습 성분이다. 동백나무 열매의 씨앗에서 얻는 동백 오일에은 사람의 피부에 있는 성분과 유사한 올레산이 함유돼 있다. 때문에 흡수가 빠르며 피부 친화적이다. 보습과 수분 유지에 탁월해,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은 물론 헤어 제품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아르간 오일(Argan oil) : 모로코의 남서부에만 서식하는 아르간 나무에서 얻어지는 오일이다. 현지에서 만들어지는 아르간 오일은, 아르간 열매를 먹은 염소의 배설물에서 얻은 씨로부터 기름을 짜낸다. 추출 방식도 까다롭고 아르간 나무의 개체 수도 줄어들고 있어, 희귀한 오일 중 하나다. 아르간 오일에는 올리브 오일의 2배가 넘는 비타민E가 함유돼 있다. 비타민E는 세포 노화를 막고 세포막을 유지하는 효능이 있다. 모발 제품으로 사용할 시 머리카락이 엉키는 것을 완화할 수 있다.


호박씨 오일(pumpkin seed oil) : 오스트리아인들이 애용한다고 알려진 호박씨 오일은 식품으로도, 화장품으로도 각광받는 성분이다. 호박씨에는 오메가3와 오메가6가 많이 함유돼 있다. 이것이 피부의 수분이 증발하지 못하게 하는 보습 막을 형성한다. 비타민A와 비타민C도 풍부해 피부의 미백에도 좋다. 호박 중에서도 늙은 호박으로 만든 오일이 더 효능이 있다.


석류씨 오일(pomegranate seed oil) : '여성들의 과일'이라 불리는 석류의 속에 있는 씨도 피부 미용에 사용된다. 여자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석류씨 오일을 소개하며 유명해졌다. 석류씨는 그냥 먹어도 되는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돼 있어 생리기능 개선에 좋다.


해바라기씨 오일(sunflower seed oil) :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먹기 시작했던 해바라기씨는 우리에게도 간식으로 익숙하다. 러시아에서는 식용유 대신 해바라기씨로 만든 기름이 더 흔히 쓰인다. 해바라기씨에는 태아의 피부를 덮고 있는 태지(胎脂·피지선과 상피세포의 분비물)와 비슷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 아기 피부에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하며 보습 효과가 있다.


마카다미아씨 오일(macadamia ternifolla seed oil) :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들이 수천년 전부터 먹어온 열매인 마카다미아의 씨앗에서 추출한 오일이다. 마카다미아씨 오일은 끈적임이 적으며, 사람의 피지 성분과 매우 유사해 흡수가 빠르다. 바르자마자 스며든다고 해서 '사라지는 오일'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마유(馬油) : 몇 년 전부터 화장품 보습 성분으로 유독 주목받은 것은 '마유'다. 말 그대로 말(馬)의 지방조직에서 추출한 기름을 뜻한다. 마유를 피부에 사용한 건 역사가 깊은데, 중국의 고전의학서에 '마유가 혈액순환을 돕고 튼 손발을 낫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세라마이드가 주요 성분인 마유는 사람의 피지 성분과 매우 유사하다. 때문에 흡수가 잘 되고 부작용이 적다.


꿀(honey) : 꿀은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감미료라고 알려져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신들의 식량', 로마에서는 '하늘에서 내린 이슬'이라고 부를 만큼 귀하게 여겼다. 꿀은 감미료와 더불어 방부제, 약용으로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아미노산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혈액순환과 면역력 강화에 좋다. 꿀이 들어간 화장품은 보습과 영양분 공급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먹는 꿀로 직접 팩을 만들어 써도 좋다. 꿀을 건조한 입술에 발라주면 각질을 가라앉힐 수 있다.


진주(pearl) : 진주는 지구상에서 살아있는 생명체가 만드는 유일한 보석으로, 오늘날과 같은 양식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매우 희소했다. 뽀얗고 광택이 나는 특성 덕에 예로부터 귀부인들의 피부 미용에 쓰였는데, 일례로 명성황후가 하얀 진주 가루를 내어 화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미백과 기미 완화 등의 효능이 있어 지금도 화장품 성분으로 많이 쓰인다. 진주에 함유된 콘키올린 성분은 보습 기능도 갖고 있다.


페트롤리움 젤리(petroleum jelly) : 입술이나 피부의 갈라진 부위에 바르는 대표적인 보습제, 바세린의 원료다. 1959년, 미국의 로버트 체스브로가 석유의 찌꺼기에서 페트롤리움 젤리의 원료인 '로드 왁스'를 발견했다. 유전(油田)의 한 작업자가 상처가 난 부위에 로드 왁스를 바르는 것을 본 것이다. 체스브로는 그것으로부터 페트롤리움 젤리를 추출해냈다. 페트롤리움 젤리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7도에서 녹는다. 피부에 바르면 그 부분을 코팅하여 보습 효과 동시에 상처를 낫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무향·무취·무자극이 특징으로, 어린아이가 사용해도 안전하다. 또한 공기 중 산화되지 않아 장기간 보관·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지성 피부에 '오일' 보습은 과하다?

일반적으로 오일 제형의 보습제품은 크림 제형보다 지속력이 강하다. 피부에 지질 막을 형성해주기 때문에 적은 양만 사용해도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안 그래도 피부가 번들거리는 '지성(脂性)인'들은 오일 제품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과하면 트러블 유발, 양 조절은 필수
지성피부라고 오일을 사용하지 말란 법은 없다. 특히 요즘은 피부 특성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이 나와있다. 다만 양 조절에는 신경을 써야 하는데, 여드름성 피부라면 과한 오일 보습은 독이 된다. 오일은 보통 스킨케어의 마지막 단계에서 바르는데, 이때 흡수가 잘 되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면 세안 직후 물기가 조금 남아있는 상태에서 오일을 함께 흡수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들어는 봤나, '수분부족형 지성피부'
겉은 번들거리는데 속은 땅기는 특성을 가진 피부를 '수분부족형 지성피부'라고 한다. 지성피부는 끈적이고 번들거린다는 이유로 보습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보습제품은 수분을 보충함과 동시에 수분을 지켜주는 역할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건 단순히 미용 목적만이 아니다. 피부 속의 수분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피부건조증'이라는 피부병을 유발한다. 피부건조증에 걸리면 온몸이 가렵고 상처가 나기 쉽다. 한번 악화된 피부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려면 꾸준한 치료와 노력이 필요하다. 땅기거나 갈라지는 피부의 위험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충분한 보습과 생활습관을 통해 피부를 건강하게 관리해보자.

사진=조선 DB, 헬스조선


               조선일보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정영민     입력 : 2018.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