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해암도 2017. 7. 14. 20:15


벌거벗은 미국, 18세 루저의 삶… 코끝이 ‘찡’

미국을 횡단하는 크루에 합류한 뒤 진짜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주인공 스타. 티캐스트 제공


남들은 한창 꿈꿀 나이 18세. 스타(사샤 레인)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어머니는 마약 중독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성폭행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어린 동생들과 쓰레기통을 뒤지며 산다. 독특한 이름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스타는 표정없이 답한다. “엄마가 지어줬어. 우린 모두 죽음의 별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라고.” 

영화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는 10대 소녀의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주인공 ‘스타’의 청춘은 이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싱그러운 젊음이 아니라, 끝없이 흔들리고 방황하는 젊음이어서 처연하다.

스타는 우연히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제이크(샤이아 러버프)를 만난 뒤 승합차로 미국 전역을 떠돌며 잡지를 팔아 돈을 벌고, 밤에는 파티를 벌이는 ‘루저’들의 삶에 합류한다. 그들을 만난 뒤 술과 마약, 매춘의 덫에 한걸음 다가가지만 동시에 ‘네 꿈은 뭐냐’고 물어주는 이들을 만나며 조금씩 삶의 이유를 찾아간다.

영화는 한 소녀의 삶을 통해 현재 미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마약 중독과 빈부격차, 교인들의 위선적인 모습이 곳곳에 담겼다. 소녀가 목적지도 모르는 차에 올라탄 채 “강인한 사랑이 자라는 곳에서 착하고 느긋하게 자랐다”는, 본인의 삶과 너무 대조적인 노래 가사를 멍하니 흥얼거리는 장면에선 코끝이 찡해진다.


앤드리아 아널드 감독에게 세 번째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안겨준 영화이기도 하다. 감독은 실감 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주인공 스타는 물론이고 주요 배우들을 길에서 캐스팅하고 실제 미국을 횡단하며 촬영했다.

1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입력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