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韓 다큐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

해암도 2017. 10. 1. 08:14

인도에서 티베트까지… 師弟의 아름다운 동행 


올 베를린·시애틀 영화제 수상작

27일 개봉한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티베트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청량한 다큐멘터리다.

 티베트 고승의 환생(還生)으로 인도 땅에 태어난 어린 '린포체'(큰 스님) 앙뚜와 노스승 우르갼의 이야기. 문창용(47) 감독은 9년간 두 사람과 함께 울고 웃으며 800시간 분량을 촬영해 95분짜리 다큐로 압축했고, 올해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대상, 시애틀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설산(雪山) 위로 별이 흐르는 인도 북서쪽 끝 라다크에서, 중국이 강점한 티베트 쪽 국경 마을의 눈보라까지…. 두 사람의 동행은 어떤 고난 앞에서도 따뜻하고 단단해 더 눈물겹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티베트로 향하는 우르갼(왼쪽)과 앙뚜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티베트로 향하는 우르갼(왼쪽)과 앙뚜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엣나인필름
"몸에 탯줄을 염주처럼 감고 태어난" 사내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앙뚜. 동자승으로 출가해 다섯 살 나던 2009년, 아이는 멀리 티베트 도시 '캄'의 사원을 기억해낸다. 아이는 곧 캄 사원 '린포체'(큰 스님)의 환생으로 공인받는다. 마을 의사이자 승려인 노스승 '우르갼'은 어린 린포체를 지극 정성으로 섬기며 가르친다. "배움도 부족한 제가 린포체를 모시게 된 것은 행복한 업연(業緣)이지요."

영화 전반부는 두 사람의 행복한 일상. 축구공을 차며 뛰노는 린포체는 승복만 없다면 영락없는 동네 꼬마다. "린포체이긴 하지만 고민이 많아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 때 키가 너무 작아서 부끄러워요." 린포체가 사슴처럼 맑은 눈을 크게 뜨고 활짝 웃으면 보는 사람 가슴에 환한 빛이 번진다.

과거 라다크와 이웃한 티베트는 왕래가 잦았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중국이 티베트와 인도를 잇는 길을 막아버린 뒤 모든 게 끊겼다. 티베트 캄 사원의 전생(前生) 제자들은 린포체를 데리러 올 수 없고, 린포체도 국경에 가로막혀 티베트로 갈 수 없다. 영화 후반부, 린포체와 스승 우르갼은 티베트 쪽 국경을 향해 무작정 길을 떠난다. 힘들다며 칭얼대는 린포체를 달래며 한나절 앉아 쉬었던 풀밭, 해 질 무렵 린포체는 말한다. "이제 일어나요 스승님. 저쪽에 노을이 지네요. 우리, 노을 쪽으로 가는 거죠?"

이 영화 속 풍경 앞에서, 언어는 세계의 신비를 표현하기에 얼마나 작은 것인가 절감한다. 붉은 승복, 푸른 풀밭, 회색 도시, 흰 눈 같은 색채의 대비와 구도가 일부러 짜 넣은 듯 정교하다. 두 달여 걸어간 여정의 끝에 두 사람이 오르는 설산 장면과 마지 막 이별 장면은, 어떤 잘 만든 극영화보다 감동적이다.

도시 여관에서 묵는 밤, 앙뚜는 말한다. "스승님, 신기해요. 여기는 별이 하늘에 없고, 산에 붙어 있어요." 린포체가 본 것은 산 위의 집들에 켜진 전등이었으나, 그 마음에는 라다크의 맑은 별이 떴다.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저마다 가슴 속에 고운 별을 등불처럼 켜게 될 것이다.

전체 관람가. ★★★☆

              


        조선         이태훈 기자      입력 : 2017.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