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 투기인가 신기술인가]<2>국내 비트코인 시장 1.5조원
편집자주디지털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6일 1279달러선에서 움직이며 금값을 넘어섰다. 비트코인이 금보다 비싸진 건 첫선을 보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2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트코인은 사실상 일반 화폐와 같은 기능을 하지만 정부와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이 거래에 개입하지 못한다. 세금이나 환전 수수료 등의 부담이 없고 거래할 때 익명성이 보장돼 마약 거래,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된다는 비판도 받지만 대안 통화로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 열풍의 실상이 무엇인지 분석해본다.
비트코인 거래소로 국내 점유율이 가장 높은 ‘빗썸’에서는 4만3400원짜리 피자·치킨 세트를 0.02966508BTC(비트코인 화폐단위)에 살 수 있다. 원래 가격에서 7% 할인된 가격이다. 다만 날마다 비트코인 시세가 변하기 때문에 지불해야 하는 비트코인 액수는 매일 달라진다. 직접 매장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는 없고 빗썸에서 온라인 상품권을 구매해 가맹점에서 결제하는 식이다. 백화점·도서·모바일·데이터 상품권은 물론 영화티켓과 화장품, 초콜릿 등 빗썸과 제휴한 가맹점이라면 무엇이든 비트코인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170억달러, 우리 돈으로 20조원 규모에 달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행되는 가상통화는 비트코인 외에도 이더리움, 리플 등 700여 종이 넘지만 비트코인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8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지폐나 동전으로 찾을 수도 없고 검증받은 정부 기관이 발행한 것도 아닌데 비트코인이 이처럼 거래수단으로 인정 받으며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는 현상은 설명하기 어렵다. 아무리 탈세나 돈 세탁 등이 편리하다고 해도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같은 비트코인의 신뢰성은 안정성에서 나온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지만 가상공간에서 함부로 훔치거나 마음대로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신뢰성의 바탕은 블록체인=비트코인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기술이 ‘블록체인(Blockchain)’이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에 참여한 사용자 모두의 거래내역이 담긴 거래원장이라고 할 수 있다.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거래내역과 잔액을 확인하는 기반이 블록체인이다. 사용자 A가 사용자 B에게 비트코인을 송금한다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는 기기들이 이를 검증해야 한다. 이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용자 B는 비트코인을 받지 못한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 참여자들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데이터를 담은 각각의 블록(파일)을 생성하게 되고 각 블록들이 모여 체인을 형성한다. 블록체인은 전자서명을 통해 체인 형태로 연결된 데이터의 집합인 셈이다. 각 데이터는 모두 연결돼 상호 유효성을 증명한다. 비트코인은 이 블록을 생성한데 따른 일종의 ‘보상’으로 주어진다. 이 모든 과정이 분산시스템을 통해 수행되기 때문에 위조, 변조, 해킹의 위험이 현저하게 감소한다. 해킹하려면 수많은 사용자의 기기를 한꺼번에 공격해야 하는데 이는 비트코인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불가능해진다. 비트코인은 이처럼 중앙집권적인 기구의 통제 없이 누구나 발행(채굴)해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총량 제한 있지만 유동성은 풍부=최근에는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수백대의 고성능 컴퓨터를 설치한 소위 ‘비트코인 공장’ 사업까지 활성화되고 있다. 다만 고성능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비트코인의 양은 한정돼 있고 캘수록 채굴의 난이도가 계속 높아져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빗썸 관계자는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광산에서 금을 채굴하는 것처럼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며 “적지 않은 컴퓨터 시스템과 전기가 필요한데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에서는 드는 비용에 비해 얻는 이익이 적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총량이 한정돼 있어 일각에서는 유동성이 부족해 화폐로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비트코인은 총 채굴량이 2100만BTC로 고정돼 있지만 BTC를 소수점 아래 8자리인 ‘사토시’라는 단위까지 분할 가능할 뿐만 아니라 차후 소수점 아래 자릿수를 더 늘릴 수도 있다. 총량은 정해져 있지만 거래 단위를 쪼개 거래량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개별 은행들을 거치지 않아 낮은 비용으로 전 세계 누구에게나 송금할 수 있다는 점도 유동성 확대에 기여한다.
국내 1위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은 2014년에 설립된 이래 매년 3.5배씩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거래액이 1조원, 거래량이 140만BTC에 달한다. 지난 1월에는 월 거래액이 처음으로 3000억원을 넘어섰다. 회원수는 35만명, 회원들의 총 예치금은 500억원 수준이다. 빗썸 운영업체인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이정아 이사는 “비트코인은 아직 가맹점 수가 적고 가격 등락이 심해 기존 화폐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지만 해외에 송금하거나 화폐 가치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사용할 때 유용하다”며 “비트코인 관련 산업이 3년 내 5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이냐 상품이냐” 세계는 논쟁 중=비트코인 거래가 늘면서 각국 정부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비트코인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아직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상품인지 성격을 명확히 규정한 국가는 없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의 성격을 규정하기 위한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가상화폐 통화 제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각국의 규제 현황과 시장 동향을 조사하는 등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제도적 기반이 없어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만큼 건전한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가상화폐라는 것”이라며 “가상화폐를 제도화하면 일정 수준 규제를 받겠지만 투자자나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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