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줄 동화 6편

해암도 2017. 2. 6. 07:02

몸과 마음이 안팎으로 시린 겨울.
추위에 껴입는 두툼한 패딩처럼, 우리의 심장을 따뜻하게 데워 줄 동화들을 소개한다.  

어릴 적 감명 깊게 읽었던 동화책을 기억하는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작 동화는 세월이 지나도 그 빛이 사라지지 않는다. 당신이 감명 깊게 읽은 그 책은 지금의 어린이들에게도 읽히고 있다. 짧게는 몇십 년, 길게는 10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을 울리고 미소 짓게 했던 따뜻한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강아지똥 (한국, 1969)

애니메이션 '강아지똥'의 한 장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세상에 '떨어진' 존재, 동네 강아지가 담벼락 구석에 누고 간 똥이 이 동화의 주인공이다. 모두가 그렇게 여기듯, 강아지 똥은 더럽고 보잘것없는 존재다. 책 속의 강아지 똥도 "더러워" "냄새 나"라는 말만 들으며 자란다. 그런데 외로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 햇살이 비칠 때 그를 찾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민들레다. "내게 거름이 되어줘." 이 말을 들은 강아지 똥은 기꺼이 자신의 몸을 녹여 민들레를 가만히 품어준다. 강아지 똥은 사라지고 말지만, '이 세상에 가치 없는 존재는 없다'는 진리는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난다.

/조선 DB

[저자] 권정생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려운 유년기를 보냈다. '강아지똥'도 그가 생활고에 시달리며 쓴 작품 중 하나다. 1969년 '강아지똥'으로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은 뒤 동화 작가의 삶을 살았다. '몽실언니'도 그의 작품이다. 유명해진 이후에도 자신이 직접 지은 5평짜리 집에서 강아지와 함께 검소한 생활을 하다 2007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린이들에게 인세를 돌려주겠다'는 그의 유언대로, 사후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됐다. '강아지똥'은 2003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권정생(아동문학가·1937~2007) 살던 집 앞마당에 산수유가 움텄네

마당을 나온 암탉 (한국, 2000)

'마당을 나온 암탉(사계절)' 책 표지.

주인공인 암탉 '잎싹'은 매일매일 알을 낳지만 정작 자신의 새끼를 품을 수 없는 양계장의 닭이다.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며 '양계장 밖의 세상'을 꿈꾸던 잎싹은 점차 알을 낳지 못하게 되어 양계장 철창 밖 구덩이로 버려진다. 잎싹은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바깥세상을 모험하게 되는데, 그러던 중 숲에서 버려진 알 하나를 발견하고, 자신의 새끼를 품듯 정성스레 알을 부화시킨다. 알을 깨고 청둥오리가 태어나자, 잎싹은 정성을 다해 새끼를 기른다. 성장한 청둥오리는 자신의 무리로 돌아가고, 잎싹은 족제비에게 잡아먹히고 만다. 비극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자유를 갈망하며 삶을 개척해나가는 잎싹의 모습과 진한 모성애에서 뭉클함이 느껴진다.

/조선 DB

[저자] 황선미
1995년 문단에 데뷔한 황선미 작가의 작품 속에는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주제 의식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그녀의 대표작 '마당을 나온 암탉' 속의 '마당'은 근대·문명을 상징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11년 동일한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흥행했다.

동화라고 아름답기만 하면 되겠어요?

빨강머리 앤 (캐나다, 1908)

만화영화 '빨강머리 앤'의 한 장면.

어린 시절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을 사랑했던 어린이라면, 어른이 된 후에는 그 소녀로부터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참 멋진 일이에요" "실망하는 것보다 더 나쁜 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거에요" 등 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와 닿는다. 말괄량이인 줄로만 알았던 소녀가 사실은 인생의 진리를 말하고 있음을 누가 알았을까. 소설은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던 11살 소녀 앤 셜리가 한 시골 마을에 입양되면서 겪는 에피소드들로 엮여 있다. 앤이 성장하여 교사가 되는 것에서 끝을 맺지만, 이후 쓰여진 9권의 후속편에서 앤의 어른 시절, 결혼생활, 노년 모습 등이 다뤄졌다. 세상에 나온지 100년이 넘은 빨강머리 앤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동화이자, 만화이자, 소설이다.

/조선 DB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
캐나다의 대표적인 소설가 몽고메리는 외조부모 밑에서 자랐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하여 '빨강머리 앤'을 썼다. 몽고메리 역시 앤처럼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었으며, 대학을 졸업한 뒤 교사가 되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에이번리 마을도 몽고메리의 고향인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섬이다. 이 소설이 처음 쓰여졌을 땐 출판사에서 5번이나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 작품 그 도시]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 그린 게이블로 가는 길'
 

크리스마스 캐럴 (영국, 1843)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의 한 장면.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산타클로스와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할아버지가 있다. 연극으로, 영화로, 책으로, 찾아오는 길은 다르지만 모습은 하나같이 똑같다. 매부리코에 뾰족한 턱, 험상궂은 표정,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가진 스크루지 영감이다. '자린고비'의 상징인 스크루지는 평생 베풂이라고는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다. 이런 그에게 크리스마스 전날 밤 과거 동업자의 망령이 찾아온다. 망령은 하룻밤 사이에 스크루지에게 그의 과거·현재·미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의 스크루지는 돈 때문에 애인을 버렸고, 미래의 스크루지는 차디찬 방에 홀로 죽어 있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꿈에서 깨어난 스크루지는 자신의 인색함을 반성하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하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조선 DB

[저자] 찰스 디킨스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다섯 번째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많은 빚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집필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울다 웃다 다시 울며 흥분한 상태로 글을 썼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권선징악'이라는 전통적인 교훈과, '베풂'이라는 크리스마스 정신이 깃든 이 동화는 170여 년 동안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들려지고 있는 명작이다. 디킨스는 이밖에도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등의 작품을 남겼다.

플랜더스의 개 (벨기에, 1872)

만화영화 '플랜더스의 개'의 한 장면.

'플랜더스의 개'는 책보다 일본에서 제작한 만화영화로 더 잘 알려진 작품이다. 만화영화 속 주인공 네로의 분홍색 조끼와 우유 수레, 그의 충직한 개 파트라슈는 이 동화의 상징처럼 남아있다.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가난한 소년 네로는 길거리에서 버려진 아픈 개 파트라슈를 발견하고 데려와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파트라슈와 네로는 언제나 함께 다니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 사이가 된다. 동화 속에는 사람과 동물 사이의 우정 외에도, 가난해서 꿈을 이룰 수 없는 소년의 아픔과 부잣집 소녀와의 풋풋한 로맨스 등이 얽혀있다. 네로가 자신의 마지막 소원을 이룬 뒤, 유일한 친구인 파트라슈를 껴안고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가슴이 뜨거워지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저자] 매리 루이스 드 라 라메
영국의 여류작가 매리 루이스 드 라 라메가 '위다'라는 필명으로 33세에 발표한 작품이다. 동화의 마지막 배경이 되는 곳은 벨기에의 앤트워프라는 도시이며, 이곳에 네로와 파트라슈의 동상과 루벤스의 그림이 있다. 작가 위다는 어린시절 아버지에게서 들은 구전 이야기를 바탕으로 '플랜더스의 개'를 썼다고 한다. 특히 동물을 사랑했던 그녀는 이 작품 외에도 사람과 동물 사이의 애정을 주제로 한 소설을 많이 남겼다.

'플랜더스의 개'로 유명한 벨기에 '앤트워프'

행복한 왕자 (아일랜드, 1888)

'행복한 왕자(작가정신)' 속 삽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기둥 위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왕자의 동상이 서 있다. 누구보다 화려한 빛을 내뿜고 있지만, 웬일인지 왕자 동상은 눈물을 흘린다. 지나가던 제비가 그에게 왜 우냐고 묻는다. "발 밑으로 보이는 도시가 너무 비참해…" 도시의 가난한 이들을 보고 평생 자신만 풍족하게 살아왔음을 깨달은 왕자는 자기가 가진 것을 조금씩 떼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한다. 칼자루에 있던 루비는 아픈 아이에게, 왕자의 눈에 박혀있던 사파이어는 성냥팔이 소녀에게 전해진다. 가진 것을 모두 떼어준 왕자 동상은 초라한 모습으로 철거되고, 심부름하던 제비는 추위를 견디지 못한 채 그의 발 밑에서 눈을 감는다.

/조선 DB

[저자] 오스카 와일드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두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행복한 왕자'를 썼다. 이 작품이 수록된 동화집을 비롯, 여러 소설과 동화를 남겼으나 말년에 미성년자와의 동성연애 혐의로 기소되어 2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출옥 후 가난하게 살다가 뇌수막염에 걸려 사연 많은 일생을 마감했다.

그는 행복하다는데… 왜 눈물이 날까
"세관에 신고할 건 내 천재성뿐"… 역풍 맞은 도도한 '스타일쟁이'
 


흔히 동화책이라 하면 어린이들에게 읽으라고 권하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동화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과 천진한 분위기를 느껴본 어른이라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를, 세상을 알고 난 뒤 읽는 기분도 색다르다. 실제로 요즘 서점가에서 동화책과 그림책을 찾는 성인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각박하고 차가워진 마음에, 스스로 동화 한 편을 선물해보자.


                조선일보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7.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