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의 대두가 기존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형태를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제조사들은 태블릿PC의 가장 큰 특징 '터치스크린의 유전자'를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이식하고 있다. 그 결과 시장의 주류로 등장한 것이 일체형PC(올인원 데스크톱+터치스크린)와 컨버터블PC(노트북+태블릿PC)다.
한데 대표적인 노트북 제조사 에이서는 이러한 변화에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일체형PC와 컨버터블PC의 유전자마저 합쳤다. 때문에 지금까지 그 누구도 보지 못한 독특한 형태의 노트북이 등장했다. 에이서 '아스파이어R7', 15.6인치 대 화면을 갖춘 노트북이자, 컨버터블PC이며, 태블릿PC다.
4단 변신, 필요에 따라 자유자재
아스파이어R7은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변신한다. 노트북, 컨버터블PC, 태블릿PC, 프레젠테이션. 노트북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형태다.
컨버터블PC는 하판 가운데에 화면을 고정해 키보드 사용 중에도 손쉽게 화면을 터치할 수 있는 형태다. 무게중심이 가운데라 화면을 터치해도 제품이 뒤로 넘어가지 않는다.
태블릿PC는 화면을 위로하고 키보드를 가린 형태다. 다만 구조상의 문제로 화면과 하판이 완전히 밀착하지는 않고, 상단에 2cm 내외의 틈이 생긴다.
프레젠테이션은 말 그대로 사용자 반대편에 앉아있는 상대방에게 화면을 보여주고 싶을 때 유용한 형태다.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옥외광고판(Kiosk)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제품의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에이서가 고민해낸 이젤(Ezel) 경첩 덕분이다. 경첩을 이중구조로 설계해 화면의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내구성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제품 재질은 플라스틱과 폴리우레탄 코팅이지만, 경첩만은 강철(Steel)이다. 제아무리 힘주어 눌러도 꿈쩍도 않는다.
고해상도 대화면, 웹 서핑과 영화감상에 적합
시중의 컨버터블PC는 11인치나 13인치 크기의 제품이 대다수다. 태블릿PC와 휴대성을 겨뤄야 하기 때문. 하지만 아스파이어R7은 일체형PC의 유전자를 더해 15.6인치의 대 화면을 채택했다. 데스크탑 대체형 노트북의 피가 흐르는 셈.
화면은 훌륭하다. 풀HD(1,920x1,080) 해상도의 광시야각 IPS 패널을 채택했다. 상하좌우 어디에서 쳐다봐도 색상이 변하지 않는다. 여기에 터치스크린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흠집 방지 코팅을 적용한 강화유리를 덧댔다. 큼직큼직하기 때문에 웹 서핑을 할 때 편리하다. 엉뚱한 곳을 누를 가능성이 적다.
또,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영상을 감상하기에 적합하다. 책상, 침대, 무릎 어디에나 올려놓고 사용해도 적절하게 화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디자인은 '합격'
좀더 깊이 제품 완성도를 분석한다. 일단 외관은 무난하다. 짙은 회색과 검은색을 섞어 배치해 고급스러워 보인다.
키보드와 터치패드의 위치가 반대로 돼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컨버터블PC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터치스크린도 갖추고 있는 만큼 터치패드의 활용도는 조금 낮은 편.
키보드를 누르는 감각은 무난하다. 키(Key)의 크기도 일반 키보드와 동일해 오타가 적다. 특히 키보드에 제품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단축키를 내장한 점과 오른쪽 시프트 키가 거대한 점이 마음에 든다. 어두운 장소에선 자동으로 키보드에 불이 들어오니 참고할 것.
단자 구성도 풍족하다. 제품 좌측에는 USB3.0(X2, 전원 Off 상태에서도 스마트폰 충전 가능), HDMI, 마이크/헤드폰 겸용 단자와 미니DP를, 우측에는 USB2.0(X1),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볼륨 조절 버튼, 전원 버튼, 도난방지 구멍 등을 갖췄다. LAN과 VGA 단자가 없지 않냐고 물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에이서는 USB에 꽂는 LAN 커넥터와 미니DP에 꽂는 VGA 커넥터를 제품에 동봉했다. 사용빈도가 낮은 단자를 커넥터로 빼서 제품 두께를 줄인 셈이다.
제품 하단에 폴리우레탄 코팅을 더해 흠집에 강한 점도 눈에 띈다. 별모양 나사가 없으면 제품을 분해할 수 없으니 참고. 또, 양쪽에 돌비의 음장기술을 더한 스테레오 스피커를 배치했다.
참고로 에이서는 아스파이어R7에 터치펜을 함께 제공한다. 디지타이저같이 거창한 물건은 아니지만, 손가락 대용으로 사용할만하다.
무난한 성능, 다만 게임 실행은 아쉬워
아스파이어R7은 3세대 인텔 i5-3337U 듀얼코어 초저전력 프로세서(1.8GHz, 최대 2.3GHz), 인텔HD4000 그래픽 프로세서, 8GB 메모리, 256GB SSD 저장장치를 탑재했고, 윈도8(64비트)으로 실행된다.
특히 256GB SSD를 주목, SSD의 속도와 제법 넉넉한 용량이 마음에 든다. 윈도8 부팅 시 에이서 로고가 나타난 지 4초만에 부팅이 완료된다.
프로세서 성능도 괜찮은 편. 통합코덱을 설치할 경우 MP4, MKV 등 확장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풀HD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15GB 압축파일(확장자 ALZ) 해제도 17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1세대 코어 i프로세서와 하드드라이브를 탑재한 데스크탑에선 40분은 소요되는 작업이다.
다만,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하지 않아 게임 실행 능력은 조금 떨어진다. 서든어택, 카트라이더,피파온라인3 등 몇몇 캐주얼 게임을 무난하게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신 3D 게임을 즐기기엔 조금 힘에 부친다.
배터리 사용시간은 밝기 50%, 웹 서핑이나 동영상 감상 등 일반적인 사용형태를 기준으로 4시간이 조금 넘는다. 화면 크기를 감안하면 제법 긴 편. 유사시엔 배터리만으로 사용해도 되겠다.
아스파이어R7의 출시가는 179만 원이다. 사용자의 실제 구매가는 이보다 다소 낮을 전망이다. 7월 중후 반에 시중에 출시된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제품을 찾는 사용자, 동영상 감상이나 웹 서핑 위주의 데스크탑 대체형 노트북을 찾는 사용자, 옥외광고판으로 쓸만한 노트북이 필요한 사용자라면 아스파이어R7을 눈 여겨 봐도 좋을 듯하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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