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당신은 지금 혼자인가요? 외로움을 권하는 사회

해암도 2016. 2. 1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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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솔로 예찬과는 다른 얘기다. 사회는 갈수록 복잡해져 가고, 남들의 눈치를 피해 생존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한다. 이제 서점에 놓여진 교과서와 같은 인문서적들은 남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그리고 혼자 있는 외로움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냐는 질문을 던진다.

‘외로움’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단어 중 하나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때때로 ‘공허함’이나, 또는 ‘무력함’, ‘위태로운 상태’로 겉모습을 바꾼 채 우리 속으로 예고도 없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누군가와의 관계 맺기를 추구한다. 타인과 내 감정을 공유함으로써 “외롭다”고 토로하기도 하고, 술 한잔과 함께 지난한 얘기를 나누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외로움의 극복 방법인지는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음으로써 내 속에 불쑥 찾아오는 외로움을 극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부터 논점은 시작된다. 누군가 곁에 있음으로써 위로를 받는 행위가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째서 남들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해결하게 하는 것일까? 타인에게 내 감정을 인정받고자 하는 자위적인 의미에서는 아니었을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낄 때 나 스스로와 관계를 맺고, 대화를 나눌 시도는 해보았는지 역설적으로 되짚어보도록 하자. ‘혼자 있고 싶은 걸까/ 아니면 눈에 띄게 혼자 있고 싶은 걸까?/ 내게 외로움은 당연해/ 과연 내 곁에 누군가 있다고 해서 나눠가질 내가 있을까?’ 타블로의 ‘Airbag’ 이란 노래 속 가사처럼 외로움이란 어느 순간 당연하게 찾아오는 감정이다. 그리고 이해결은 어쩌면 ‘나’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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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는 시간, 외로움의 순기능

앞서, 기자는 외로움에 대해 ‘갑자기 불쑥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에 비유했다. 하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서점의 판매대에는 기존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닌(외로움은 ‘벽’ ‘장애물’이란 이미지에 가까웠다), 또 다른 ‘순기능적 면’을 바라보는 책들이 올려져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인간 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 이제는 외로움을 감내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예스24 2월 첫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도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김정운 저/ 21세기북스 펴냄)가 4주 연속 1위를 이어갔다(2월2일 기준). 책은 국내 대표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명 강연자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던 문화심리학자가 자신의 주체적 삶을 찾아가는 4년간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2012년, 만 50세가 되던 해 저자는 돌연 한국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떠났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혈혈단신 가족도 없이 찾은 일본에서 그는 아들뻘의 동급생들과 그림을 그리고, 집에선 혼자 밥을 해먹고,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독한 불안함, 외로움을 담보로 했던 시간.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게 공부를 했으며 가장 생산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햇볕이 좋은 날 이불을 널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저자는 너무 빠른 삶에 스스로가 감당이 되지 않을 때, 한 번씩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순기능적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혼자 있는 시간의 힘>(사이토 다카시 저/ 위즈덤하우스 펴냄)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고난 두뇌나 공부의 양이 아닌 ‘혼자 있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으로, 중요한 순간일수록 적극적으로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들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상대와 나를 비교선상에 놓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감과 자존감은 낮아지게 된다. 저자는 그럴수록 나를 보고 나의 등을 토닥거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동료로서의 ‘나’를 이야기한다.

“‘스스로에게 기대하는 힘, 나는 이것을 ‘자기력(自期力)’이라고 부른다.’ 누구의 말에도 휘둘리지 말고 침잠하여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은 혼자일 때 성장하기 때문이다.”

- 사이토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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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순간, 타인과의 관계에서 단절되는 것. 앞서 말한 이야기들은 2014년 회자됐던 ‘싱글턴’(결혼과 상관 없이 혼자 사는 라이프스타일의 총괄적 개념)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1인 가구’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정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방법에 대한 서술과는 다르다. 그저 가끔씩 스스로 고립을 통해 무언가에 몰입하는 기쁨을 누려보라 조언한다. 근래 바빠서, 편해서, 혼자 있고 싶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혼밥, 혼술집 등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문화’는 20~30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혼자인 나를 낯설게 보는 남들의 이목이 두렵고, 혹은 아직까지도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기자 역시 ‘외로움’이라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갖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다. 대가족 환경에서 나고 자라며, 평소 지인들과 만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때때로 혼자 있음으로써 나와 마주보는 시간을 갖고, 이것에 익숙해져 보기로 했다. 1월을 기점으로 일기 쓰기를 다시 시작했다(솔직히 말하자면 초등학교 방학숙제 이후로 처음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담고, 오늘 하루를 정리해서 써 내려가는 일이 번거로울 법도 하지만, 나를 돌아보기에 ‘글을 쓰는 것’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좋아하는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맥주 한 캔을 마시며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이 썩 괜찮았다(사실 온전히 집중하기 위한 올바른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4세기의 수도자 아바 모세의 말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가라, 가서 침묵의 방 안에 앉아 있어라. 방이 그대에게 모든 것을 알려줄 것이니라.”

당신의 혼밥을 응원합니다! 맛, 그리고 고독을 씹는 공간

어디론가 가고 싶어도 혼자 술을 즐기러 온 여성을 보는 시선이 어색해, 집 앞 편의점에서 늘 마시던 술을 고르고 방 안에서 훌쩍이기 일쑤다. 뭐든 어떠랴. 그냥 즐기면 되는 것을. 바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매력적인 커리어 우먼의 길을 멀었지만, 마감을 마치고 홀로 한잔 술을 즐기는 고독한 미식가는 되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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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찌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1인 식당이 아닐까. 신촌에 위치한 이찌멘은 누구의 눈치 없이 나 혼자 먹을 권리를 보장한다. 가게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어서 오세요’ 소리가 아닌 자판기다. 엥? 일단 당황하지 말자. 벽면에 붙은 순서 그대로, 우선 메뉴를 고르고 결제 수단(현금과 카드)을 선택한 뒤, 자리가 나길 기다리면 된다. 점심시간이면 이곳을 찾은 학생들과 직장인들로 붐을 이룬다. 웨이팅으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 뒤 자리에 앉자 좌우 칸막이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벨을 누르고 앞서 받은 메뉴를 건네면 주문 완료. 면을 ‘후루룩’ 먹든, ‘쪼로록’ 먹든 내가 먹고 싶은 대로 즐기자. 아무도 당신을 신경 쓰지 않는다.

위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세로5길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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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단맛 ‘낮술’, ‘혼술’로 유명한 대학로 독일주택 사장님이 마련한 또 하나의 혼술 독려 공간이다. 독특한 칵테일 메뉴가 돋보이는 술집. 메뉴 중 대표적인 것이 ‘속상해’, ‘얄미워’, ‘우주비누거품’, ‘존스홉킨스병원 수간호사’ 등등이다. 그저 웃고 넘긴 뒤에 술 한잔 마시고 나면 그 센스가 묘하게 이해가 된다. 가게가 유명해진 뒤에는 삼삼오오 짝지어 오지만, 여전히 혼술족들은 이곳이 제2의 프로방스, 혼자 쉴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이야기한다.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성균관로5가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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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당 서울대입구에 있는 지구당이 가로수길과 성북구로 각각 영역을 넓혔다. 지구당이 매력적인 이유는 독특한 가게 이름도 있지만, 이곳에선 차분하게 따뜻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 혼자 와도 부담 없고 외롭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식당을 지향한다. 메인 메뉴는 소고기덮밥. 그리고 생맥주와 병맥주는 손님 한 명당 1잔, 1병씩만 판매한다. 반주가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누려보라는 뜻이라고.

위치 서울특별시 성북구 보문로32길 6 영업시간 매일 11:30~21:00 일요일·공휴일 휴무(14:30~05:00 브레이크타임) 

매일경제 & mk.co.kr   이승연 기자    입력 : 201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