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아이’ 감독 호소다 마모루
일본 애니 새 거장의 최고 흥행작
괴물세계로 간 9살 아이의 성장기
독특한 세계관과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성공적으로 조합한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썸머 워즈’(2009) ‘늑대아이’(2012) 등 판타지적 설정에 가족과 인연의 소중한 가치를 녹여낸 그의 작품은 국경을 초월해 사랑받았다. 자신의 가족과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그가 부성애를 다룬 영화 ‘괴물의 아이’(오는 25일 개봉)를 내놓았다. 갈 곳 없는 9살 소년 규타가 우연히 괴물의 세계에 들어가 철없는 어른 괴물 구마테츠 등과 함께 살아가며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다. 늑대의 피를 가진, 평범하지 않은 남매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그렸던 ‘늑대아이’의 아버지 편이라 봐도 무방하다.
영화는 지난 여름 일본에서 45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호소다 감독의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됐다. 6년 만에 방한한 호소다 감독은 아버지가 된 것이 이번 작품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늑대아이’를 만들었는데 그 마음이 신에게 전해졌는지 3년 전 사내아이가 태어났어요. 아이가 여러 사람과의 인연 속에서 바르게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 영화를 기획했습니다.”
‘늑대아이’와 달리 ‘괴물의 아이’에선 아이를 친부모가 키우지 않는다. 구마테츠와 그의 동료 괴물들이 규타의 ‘아버지’이자 스승이 되어 그의 성장을 돕는다. 인간세계의 동갑 여고생 가에데도 힘을 보탠다. 이에 대해 호소다 감독은 혈연으로 연결돼 있지 않아도 누구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미혼·만혼으로 출생률이 낮아지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는 현실에서 가족이 무엇인지, 아이는 누가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사회 전체가 부모 역할을 하며 새로운 세대를 키워가야 한다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입니다.”
그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많은 것을 배워가듯 사회도 새로운 세대를 키워가며 또 다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은 이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다. 규타는 ‘에이햅 선장은 고래가 아닌,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란 카에데의 말에 큰 깨우침을 얻는다. 호소다 감독은 이를 통해 누가 진짜 괴물인가를 묻고 싶었다고 했다.
“에이햅 선장은 마음속에서 고래를 악마로 만들고 스스로 악마가 돼갑니다. 선장이 잃은 건 한쪽 다리가 아니라 마음속의 큰 부분입니다. 이는 영화에 등장하는,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 인간들과도 이어집니다. 정체성의 혼란 등 내면의 어두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괴물이 아닐까요.”
호소다 감독은 “대중에게 봉사하는 정신으로 작품을 만드는 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의 공통점”이라며 “애니메이션은 아이들과 함께 보는 공공재(公共財)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운과 메시지를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사진=라희찬(STUDIO 706) gojh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