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사모님' 눈 밖에 나고 싶지 않다면?
친구가 한참 전에
겪은 얘기다. 힘겨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왔다. 식탁에 먹음직스러운 과일이 한 접시 놓여 있었다. 덥석 과일 하나를 집어 들었더니 어느새
다가와 손을 탁 치는 아내의 손길이 느껴졌다. 의아해 하면서 쳐다보는 친구를 향해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애가 오면 주려고 둔 건데.” 좀
서운했지만 속으로 ‘그래 내 아들 주려고 했다는데…’ 하며 참았다.
침대에 벌렁 누웠다. 아내가 또 질겁했다. 아들이 오면 좀 편히 쉬게 정돈해 둔 자리이니 눕고 싶으면 마루의 소파에 가란다. 욱하고 치미는 분노와 좌절을 느꼈다. ‘하루 종일 가족을 위해 일하고 지친 모습으로 귀가한 내가 과일 하나도 대접받지 못한단 말인가. 그리고 내 침대인데 내 맘대로 눕지고 못하고 쫓겨나야 하나.’ 하지만 꾹 참았다. 내색을 했다간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 한 지인이 겪은 일이다. 아내가 친정에 가느라 며칠 집을 비웠다. 아들을 잘 보살피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아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가면서 아빠에게 “한 시간만 놀다 올게요”라고 했다. 아빠는 “더 놀다 와도 돼”라고 했지만 아들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아들은 ‘30분만 더 놀다 갈게요’라는 카카오톡 문자를 보내왔다. 아빠는 또 ‘더 놀다 와도 돼’라는 답을 보냈지만 아들은 딱 30분만 놀고 왔다. “왜 더 놀다 오지 그랬어?”라는 아빠의 물음에 아들은 의아해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아빠와 다른데?”
침대에 벌렁 누웠다. 아내가 또 질겁했다. 아들이 오면 좀 편히 쉬게 정돈해 둔 자리이니 눕고 싶으면 마루의 소파에 가란다. 욱하고 치미는 분노와 좌절을 느꼈다. ‘하루 종일 가족을 위해 일하고 지친 모습으로 귀가한 내가 과일 하나도 대접받지 못한단 말인가. 그리고 내 침대인데 내 맘대로 눕지고 못하고 쫓겨나야 하나.’ 하지만 꾹 참았다. 내색을 했다간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 한 지인이 겪은 일이다. 아내가 친정에 가느라 며칠 집을 비웠다. 아들을 잘 보살피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아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가면서 아빠에게 “한 시간만 놀다 올게요”라고 했다. 아빠는 “더 놀다 와도 돼”라고 했지만 아들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아들은 ‘30분만 더 놀다 갈게요’라는 카카오톡 문자를 보내왔다. 아빠는 또 ‘더 놀다 와도 돼’라는 답을 보냈지만 아들은 딱 30분만 놀고 왔다. “왜 더 놀다 오지 그랬어?”라는 아빠의 물음에 아들은 의아해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아빠와 다른데?”
/일러스트
= 이철원
요즈음 아빠는 악역을 하지 않는다. 악역 역시 아내에게 일임하고, 자녀에게 잘 보이려 한다. 그러다 보니 아빠는 ‘신하’로 전락한다.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 엄마들의 훈계는 아빠를 후광으로 삼았다. “아빠가 아시면…”이 최후의 수단으로 먹혔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후광은커녕 아빠를 자신의 교육관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로 여기는 엄마들이 많다. 30~40대 아빠가 겪는 소외감은 이런 식이다. 사회생활을 이유로 모든 자녀교육 문제를 아내에게 위임한 자업자득이다.
한때 나는 정신과 외래에서 많은 주부를 상담했다. 그때 당시 상당수 주부들이 “남편은 월급봉투만 열심히 가져다주고 멀리 떨어져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위상을 생각하게 만드는 실화다. 1970년대 중국에선 인구조절을 위해 한 가정에 한 자녀만 갖도록 강제한 적이 있다. 한 자녀이니 귀할 수밖에 없다. 그때 나온 유행어 중 하나, ‘자녀는 황제이고 부모는 신하이고 조부모는 종이다’.
이런 유행어가 곧바로 한국에서도 현실로 나타났다. 하루 종일 가족을 위해 일하다 퇴근한 가장이 과일 하나를 집어 들었다고 내침을 받은 건 ‘신하가 감히 황제의 과일을 탐하다니’ 같은 정서다. 아버지의 낮은 위상을 말해준다. 그렇다 치고 왜 많은 부인은 남편이 돈만 주고 멀리 갔으면 좋겠다는 푸념을 했을까. 이는 남편의 낮은 지위를 말한다. 아버지로서도, 남편으로서도 존경을 받지 못한다. 학원비 벌어다 주는 존재쯤으로 위상이 추락한 이 시대의 남편들, 참담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