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넥스트 톱 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이라는 미국의 유명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모델
지망생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차세대 톱모델로 선발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케이블 방송에서 포맷을 그대로 들여와 '도전
수퍼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방영한 데다, 지난해 오리지널 '아메리카 넥스트 톱 모델' 시즌 21의 몇몇 에피소드를 한국에서 촬영하면서 패션에 큰
관심 없는 일반인들에게도 꽤 알려졌죠.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건 본인 이름을 딴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했던 카리스마 넘치는 흑인 수퍼 모델 타이라 뱅크스입니다. 단순히 사회만 보는 게 아니라 패션 디자이너, 그리고 사진작가 등과 함께 매주 참가자들을 심사해 한명씩 떨어뜨립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의 모델 경험을 담아 모든 참가자에게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데요. 이때 뱅크스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바로 '성격(personality)'입니다. 패션모델에 적합한, 그야말로 완벽한 신체조건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얼굴을 갖고 있는 참가자일지라도 성격 문제로 따끔한 지적을 받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처음엔 그걸 보면서 실력만 있으면 그만이지 왜 그리 성격 타령이 심한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 회 한 회 보면 볼수록 개개인의 성격이 미션의 결과물, 즉 사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패션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더군요. 그저 심심풀이 오락으로 보다가, 나중엔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성격이 성과(performance)까지 좌우하는 게 어디 모델의 세계 뿐이겠습니까. 협업을 하는 모든 사회생활에선 실력만이 아니라 성격이 그만큼 중요하겠지요. 단, 어떤 분야에 어떤 시기에, 과연 어떤 성격이 더 좋은 것인가는 제각각 다르겠지만요.
이런 문제의식을 평소 갖고 있어서인지, 지난달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 사이트에 올라온 한 연구 보고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목은 How your personality relates to your productivity and salary. 한국어로 풀어보자면 '성격과 생산성·월급과의 관계', 정도가 되겠죠. 내용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성격이 생산성은 물론 월급까지 좌우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업무에서의 생산성이나 연봉 등은 학력이나 숙련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경제학자들 사이의 정설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 아나 누에보 치케로는 교육 수준과 경험, 성별, 심지어 지능지수(IQ)까지 똑같은데도 상당한 월급 차이를 나타내는 수많은 사례를 지적하며, 이를 결국 성격 차이로 설명합니다.
솔직히 이 보고서를 읽으면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의 생산성이 더 높다거나, 상냥한(agreeable) 사람이 월급을 더 적게 받는다(※생산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연봉협상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게 주요 이유랍니다. 원하는 결과를 제대로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죠.)는 등의 주요 내용보다는 말미의 남녀 차이를 설명한 부분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똑같이 외향적인데도
생산성 면에서 남녀의 결과가 전혀 달랐습니다. 외향적인 여성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반면 남자는 거꾸로였습니다. 외향적인 남자의 생산성이
더 높았던 겁니다.
이를 누에보 치케로는 외향성이 남녀에게 전혀 다른 맥락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합니다. 예컨대 외향적인 남자는 대체로
보다 야심있고 의욕적인 반면 외향적인 여자는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인 경향을 띤다는 거죠.
이 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지만 여자의 경우 사교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뭐든 '좋은 게 좋은 것'으로만 만족하면 제대로 된 성과를 올리기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 아닐까요. 너무 뻔한 얘기지만 함께 어울려 놀기 좋은 성격과 성과물을 내야 하는 직장동료로 좋은 성격은 분명 다른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과연 좋은 성격이란 무엇일까요. 아니, 좋은 성격이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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