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책의 향기]역사 미학 문화 과학… 지구 한바퀴 돌고 얻은 ‘자전거 통찰’

해암도 2015. 2. 28. 06:38




◇자전거의 즐거움/로버트 펜 지음/박영준 옮김
                           296쪽·1만3000원/책읽는수요일


“지폐 한 장이면 자전거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만, 내가 얼마나 대단한 물건을 소유했는지 깨닫는 데는 평생이 걸려도 부족하다.”(장폴 사르트르)

자전거를 타 본 사람은 안다. 바람을 가르는 그 짜릿한 기분을. 자전거 인구 1200만 시대. 집집마다 자전거 한 대쯤은 있다는 얘기다. 그 자전거, 제대로 알고 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모른다고 자전거를 못 타겠냐만 이 책을 읽으면 안장에 앉을 때,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이 조금은 달라질 듯하다. 달리다 잠시 쉬는 동안에는 동호인들과 할 얘기가 부쩍 늘어날 것이다.

저자는 20대 후반 변호사 생활을 그만두고 자전거를 선택했다. 5개 대륙, 50여 나라를 누비며 지구 한 바퀴(4만 km)를 돌았다. 그는 자신만의 자전거를 갖고 싶어 했다. 최고의 장인들이 제작한 부품으로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전거를 위해 세계를 돌아다녔다. 헤드셋 하나를 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고, 핸들바를 찾아 이탈리아로, 타이어를 얻기 위해 독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자전거 여행을 꿈꾸고, 맞춤형 자전거를 원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정보들을 깨알같이 담아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실용서’와 별 차이가 없을 터.

저자는 1817년에 어느 독일인이 만든 자전거의 원형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 왔는지를 도로 사이클 레이스를 하듯 끈기 있게 따라가 본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에는 성적으로 자극될 수 있어 여성이 자전거 타는 것을 금기시했다는 소설 같은 얘기도 읽을거리다.

역사, 미학, 문화, 과학을 아우르는 ‘자전거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하지만 너무 많은 얘기를 담다 보니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탄생 이후 경량화를 추구해 온 자전거처럼, 300쪽 가까운데도 가벼운 느낌은 좋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입력 2015-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