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에 전통주 홍보를 위한 '더 술 갤러리(gallery)'가 11일 문을 열었다. 그날 주최 측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은 이런 연설을 했다.
"다음으로 소개해 드리는 고마운 분은 일본인 무라오카 유카리님입니다. 무라오카상은 '일본인 명예 막걸리 소믈리에' 회장이며, 현재 1000여명이 가입한 일본인 막걸리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외국인 막걸리 전도사입니다…."
무라오카 유카리(村岡ゆかり)씨는 한국에 산 지 3년이 됐다. 이 기간 그녀는 국내 양조장 100여곳을 다녔고,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
일본 여성들이 배용준·장근석 같은 한류 드라마의 주인공에 열광하는 것은 이해하려고 했지만, 막걸리의 '영역'까지 애정을 표시할 줄은 몰랐다.
"막걸리 한 잔에 요구르트 약 40병의 유산균이 들어 있어요. '식물성 유산균'이라 위산(胃酸)에도 죽지 않고 장(腸)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도달합니다. '술은 백약지장(百藥之將·모든 약의 으뜸)'이라는 말이 막걸리에 딱 맞네요."
"다음으로 소개해 드리는 고마운 분은 일본인 무라오카 유카리님입니다. 무라오카상은 '일본인 명예 막걸리 소믈리에' 회장이며, 현재 1000여명이 가입한 일본인 막걸리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외국인 막걸리 전도사입니다…."
무라오카 유카리(村岡ゆかり)씨는 한국에 산 지 3년이 됐다. 이 기간 그녀는 국내 양조장 100여곳을 다녔고, '한국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
일본 여성들이 배용준·장근석 같은 한류 드라마의 주인공에 열광하는 것은 이해하려고 했지만, 막걸리의 '영역'까지 애정을 표시할 줄은 몰랐다.
"막걸리 한 잔에 요구르트 약 40병의 유산균이 들어 있어요. '식물성 유산균'이라 위산(胃酸)에도 죽지 않고 장(腸)까지 살아 있는 상태로 도달합니다. '술은 백약지장(百藥之將·모든 약의 으뜸)'이라는 말이 막걸리에 딱 맞네요."
- 무라오카 유카리씨는“드라마‘대장금’과‘허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그렇기는 해도 저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요. 한국인은 으레 막걸리를 싼 술로 여기고, 마시면 머리 아프고 트림만 나온다고 생각해요.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마트에서 1500원이면 구입하니 값싼 서민 술이 맞죠.
"막걸리는 마구, 거칠게 그리고 이제 막 걸렀다는 뜻이에요. 제가 알기에는 세상의 술 중에서 가장 신선하고 개성 있는 술이죠. 일본에도 발효 기간이 짧은 '도부로쿠(どぶろく)'나 '니고리슈(にごり酒)'는 있지만, 도수가 높고 생(生)으로는 유통이 잘 안 돼요."
―솔직히 막걸리는 일본의 사케에 비하면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지 않나요?
"우열(優劣)이 있는 게 아니라 각각 성격이 다른 술이죠. 사케가 숙성 기간을 필요로 하는 '카망베르' 치즈 같다면, 막걸리는 '모차렐라' 치즈에 비유할 수 있죠."
―카망베르와 모차렐라 치즈라…?
"막걸리는 원료의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어요. 요리로 치면 신선한 샐러드가 되지 않을까요. 사케는 쌀누룩을 쓰는데 막걸리는 밀누룩을 주로 써요. 밀누룩을 쓰면 산미(酸味)가 더 풍부해지죠. 사케가 달달하다면 막걸리는 좀 더 상큼한 맛이 나는 이유죠."
―막걸리를 높이 평가해주니 듣기는 좋군요. 만약 사케와 막걸리 중 하나만 택하라면 어느 쪽을 마시겠습니까?
"이는 술 좋아하는 사람을 이해 못 하는 질문입니다. 선생님은 오직 한 가지 술만 고집하세요? 장소와 기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죠. 저도 일본에 돌아가 일본 음식을 먹을 때면 사케를 찾아요. 하지만 삼겹살을 먹으면 '금정산 막걸리'가 마시고 싶어져요. 프랑스 요리인 에스카르고(달팽이요리)를 먹을 때면 와인을 마시겠지만, 골뱅이 무침을 먹으면 '백련막걸리'를 마시고 싶지요."
―무라오카씨가 최고로 꼽는 한국 막걸리 브랜드가 있나요?
"저는 만든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막걸리가 좋아요. 여성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100일 숙성 무첨가 찹쌀 막걸리 '자희향'과 투박한 인간미가 드러나는 '송명섭 막걸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미리 저와 통화할 때는 '주량이 막걸리 3잔, 약주 1잔, 전통 소주 1잔'이라고 했는데.
"공개적으로 그렇고. 주량은 비밀인데 말해야 하나요…, 사실 술고래예요. 막걸리는 앉은 자리에서 4통쯤 마셔요."
"저는 애피타이저(식전 음료)로 일본 맥주를 딱 한 잔 한 뒤 막걸리를 마셔요. 한국에 살면서 가장 불편한 게 뭔지 아세요? 음식점에서 저 혼자서 막걸리를 마시기가 힘들다는 거죠. 모음전을 시켜놓고 혼자 막걸리 통을 이렇게 흔들면 '애인과 헤어졌나''저 사람 자살하는 거 아니야' 하고 보니까 불편하죠."
―그건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일본에서는 혼자서 점심을 먹으면서 와인이나 생맥주를 시켜 마셔요."
―막걸리는 여성 혼자서 그렇게 하기에는 격이 떨어진다고들 여기죠.
"와인이나 사케처럼 막걸리가 대접을 받으려면 한국인들이 먼저 막걸리를 알고 존중해야 합니다. 막걸리가 싼 술이라고 하는데 세금이 덜 붙어 그렇지, 다른 술에 비해 원료비가 높아요. 그러니 가치가 있죠. 주스와 칵테일하거나 스무디를 해도 좋아요. 그런데 한국에 막걸리가 몇 종류나 되는지 아세요?"
―글쎄요….
"1000 종류 이상입니다. 물과 화학 첨가물을 전혀 안 넣고 국내산 쌀로 빚은 2만~3만원대 프리미엄 막걸리까지 있어요."
―막걸리마다 맛의 차이는 크게 없을 텐데요.
"한국분들이 다 이렇게 생각해요. 쌀을 얼마나 넣는지, 찹쌀인지 멥쌀인지, 떡누룩인지 흩임누룩인지, 숙성 기간이 얼마인지, 항아리 숙성인지 스테인리스 숙성인지, 물을 얼마나 넣는지 등으로 맛 차이는 도드라지게 납니다."
―도드라지게? 정말 감별이 되나요?
"그럼요. 한국의 막걸리는 지역색도 강해요. 양조장 출하 날짜를 맞추는 것도 막걸리 마시는 재미 중 하나예요. 막 출하된 것은 효모가 덜 발효돼 단맛이 강해요. 출하된 지 3~5일째가 적당해요."
―원래 혀의 감각이 예민한가요?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제가 일본 효고현 고베 출신입니다. 사케용 쌀인 '야마다니시키(山田錦)' 최고 등급이 생산되는 고향 마을에는 양조장이 많아요. 계절마다 다른 종류의 사케를 내놓지요. 그때마다 양조장을 다니며 맛보는 것이 성장기 제 삶의 일부였죠."
―부모님은 양조장을 도는 딸을 그냥 두고 봤나요?
"(웃음)돌아가신 어머니는 각종 요리에 능했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께 요리를 배웠어요. 그런 환경에서 자랐지만 대학을 졸업해서는 직장에 다녔어요. 캐나다에서 5년간 살면서 목재 수입 중개업도 했고요. 그러면서 '나이 서른이 돼도 요리에 대한 내 열정이 여전하면 요리 연구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서른이 됐을 때 요리 연구가로 돌아왔어요. 한국에 오기 전까지 개인 요리 교습과 강연, 잡지 기고, TV 출연 등을 했지요."
―한국에는 어떤 계기로 오게 됐습니까?
"2004년 일본에서 방영된 '대장금'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대장금이 궁중 음식 만드는 걸 담당했다가 귀양을 가고 나중에 여의사가 되는 얘기잖아요. 어머니가 '의식동원(醫食同源·의학과 음식은 같은 뿌리)'이라고 자주 말씀하셨는데, 바로 한국 드라마에서 나왔으니까요. 그 뒤 '허준' 드라마도 봤어요. 한국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녀는 2012년 한국에 왔다. 그때 46세였다. 서강대 한국어교육원 2년 과정을 졸업했다.
"제 목표는 허준의 '동의보감'을 읽는 것이었어요.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내용이었어요. 그래도 너무 읽고 싶어서 사전을 이용하면서 조금은 읽었어요."
―막걸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20여년 전 오사카에서 작은 병에 담긴 막걸리를 처음 맛봤어요. 상쾌한 입맛으로 기억돼요. 그때는 설마 한국에서 막걸리와 전통주에 대해 연구를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지요. 막걸리와 만난 것은 한국에 온 뒤였어요. 페이스북 친구가 '명예 막걸리 소믈리에 자격을 땄다'는 글을 올렸어요. 그걸 보고 '막걸리 체험교실'에 참가한 게 시작이었던 거죠."
―막상 한국인들도 잘 모르는 '막걸리 소믈리에'라는 게 있군요.
"명예 막걸리 소믈리에가 대단한 게 아니고 '막걸리 체험교실'을 하루 수강하면 기념으로 받아요. 그 뒤로 저는 전국의 막걸리 양조장과 시음 행사, 축제에 다니고, 서적 등을 읽으며 꾸준히 공부했어요. 작년에는 농업진흥청이 주최한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에서 입상했어요. 이건 정식 자격증입니다."
―어떻게 심사한 거죠?
"전통주는 막걸리, 약주, 전통 소주가 있어요. 이런 술의 역사와 발효법 등에 관한 필기시험을 쳐요. 그런 뒤 테이스팅(tasting)도 거칩니다. 어느 지방의 술이고, 어느 회사 제품인지, 도수는 얼마인지를 맞혀야 합니다."
―전통주 소믈리에의 역할은 뭔가요?
"일본인 대상으로 막걸리 강의를 하거나 음식과 잘 맞는 전통 술을 추천해주죠. 저는 술을 양조학보다 문화와 자연에 초점을 맞춰요. 가령 충남 서천의 '한산소곡주' 는 쌀의 풍미가 강하죠. 그 술은 서천 앞바다에서 잡힌 생아구 요리와 함께 즐겼을 때 가장 일품이었어요."
―현재 '일본인 명예 막걸리 소믈리에' 회장이라고 했나요?
"회원이 1200명인데 대부분 일본에 있어요."
―적지 않은 숫자인데, 일본인들은 어떻게 막걸리에 관심을 갖게 됐죠? 사실 한국의 막걸리 바람은 일본에서 역수입된 측면도 있어요.
"2005년쯤 일본에서 장동건씨를 모델로 한 막걸리 광고가 나왔어요. 그때 한류 팬들 사이에서 막걸리 붐이 생겼고, 일본으로 막걸리가 많이 수입됐어요. 그건 생(生)막걸리는 아니었어요. 한국을 다녀온 일본인들이 '생막걸리가 진짜 맛있다. 수입된 것과는 다르다'고 했어요."
―일본에서 막걸리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더군요.
"혐한(嫌韓)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보도하지만 제가 일본에 가보면 꼭 그렇진 않아요. 막걸리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치고 한국을 나쁘게 생각하는 이는 없을 거예요. '이렇게 맛있는 막걸리를 빚는 한국인은 나쁠 수 없다'는 거죠. 저는 막걸리를 많이 선전할 거예요. '한·일 수교 50년'을 계기로 사이가 더 좋아지도록 작은 힘을 보탤 거예요."
그녀는 한·일 양국 기업들의 거래 업무를 지원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것은 비즈니스 차원은 아니지요?
"제게 '이쪽으로 비즈니스 하면 부자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전통주 연구에는 돈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원봉사를 많이 해요. 한·일 관계를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됐으면 좋겠어요."
―설 연휴에는 무슨 계획을 잡아뒀나요?
"일본에는 설이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