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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 도전 김승진 선장 - [위성 전화 인터뷰]

해암도 2015. 2. 13. 06:55

배덮치는 높은 파도 아찔… 함께 날아든 오징어는 훌륭한 식재료


세월호 상처 치유 위해 220일간 약 4만 1000㎞ 바닷길'희망 항해'
반환점 '케이프 혼' 돌아가는 길… "자연에서 배운 것은 꾀와 지혜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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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첫 무기항ㆍ무정박ㆍ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 '희망 항해'를 이어가는 김승진 선장. 요트 갑판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 여유롭다. 지난해 11월 2일 피지 해협을 지나며 셀카로 담은 사진이다. /김승진 선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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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 높이는 7m, 풍속은 50노트(시속 92.6km). 여기에 짙은 안개까지 뿌려진 망망대해 위에 작은 요트 한 척이 떠 있다. 갑판 위로 쉴 새 없이 밀려 드는 바닷물을 퍼내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쯤, 커다란 파도가 배를 덮쳤다.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배는 순식간에 기울고 바닷물이 더욱 세차게 들이친다. 바다와 외로운 사투 끝에 저멀리 눈 앞에 나타난 커다란 봉우리 하나. '바다의 에베레스트' 케이프 혼이다.

지난해 10월 18일 당진 왜목항에서 바람의 힘만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요트 세계 일주에 나선 김승진(52) 선장이 이번 항해의 최대 고비를 넘긴 순간이었다.

"휴~, 아찔했어요. 파도가 제 키의 세 배도 넘었어요. 바람과 파도가 거칠어 '울부짖는 남위 50도'라는 별명이 있다던데, 괜히 붙은 이름이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이제 한국에 가까워지는 길만 남았습니다."

국내 최초로 항해 도중 항구에 들르거나 보급을 받지 않는 요트 세계 일주를 이어가는 김 선장. 지난 10일 어렵사리 위성 전화로 만난 그는 케이프 혼을 지날 때의 아찔한 순간을 제일 먼저 떠올렸다. 김승진 선장은 출항 107일 만인 지난 2일 칠레의 케이프 혼을 통과(소년한국일보 2015년 2월 5일자 보도)해 세계 일주의 반환점을 돌았다. 12일 현재 그는 남극 대륙과 남아메리카 사이 남대서양에서 항해 중이다.

한국과 일본에서 다큐멘터리 PD로 활동한 김 선장은 바다와 벅찬 힘겨루기를 할 때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바람이 워낙 세서 나중에 비디오를 확인해 보니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더라고요.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물방울 같아서 앞을 가늠할 수 없어요. 어느 날은 배를 밀어 주지 않다가도 어느 날은 파도와 바람이 거세죠."

김 선장은 인간은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함을 이번 여정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듯했다.

220일간, 약 4만 1000㎞의 바닷길을 밀고 나가는 세계 일주. 그는 왜 이 힘든 여정을 시작하게 됐을까? 요트를 유난히 좋아하는 김 선장은 10년 전부터 세계 일주 계획을 마음 속에 키워 왔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또렷해졌다고 했다.

"세월호 사고로, 바다에 등을 돌린 듯한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삶의 희망도 되찾아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김 선장의 이 같은 뜻을 이해한 당진시청과 동네 주민들이 힘이 되어 주었다. 지난 8월에는 해양수산부도 후원을 약속했고, 자원봉사자와 요트 동호회가 뭉쳐 항해 지원 팀이 꾸려졌다. 왜목항에 베이스 캠프를 차린 항해 지원 팀의 박주용 팀장 등이 지금도 매일 항로와 배의 위치를 위성 통신으로 전하고 있다.

또 김 선장은 항해 전 '발해 뗏목 탐사'로 이름을 알린 방의천 탐험가로부터 단독 항해를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이 덕분에 아파트 6층 높이인 17m의 돛대 꼭대기를 혼자 오르내리며 요트를 정비하는 일도 이젠 익숙하다고 했다. 여러 힘이 모인 여행의 이름은 '희망 항해'로 붙였다.

"파도가 높으면 뜻밖의 횡재를 하기도 해요. 날치나 오징어가 갑판 위로 넝쿨째 들어오거든요."

김승진 선장은 '희망'이란 말에 걸맞은 재미난 항해의 일상도 들려주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말려온 과일과 즉석 식품, 바다가 주는 선물을 모아 날마다 끼니(작은 사진 오른쪽)를 거르지 않는다고. 최근에는 무순과 메밀 씨앗을 페트병에 뿌려 키워 보기도 했단다.(왼쪽)

"3일 만에 쑥쑥 커서 새싹 비빔밥을 해 먹었어요. 전 딱 자연 체질인가 봅니다."

전화기 너머로 김 선장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밖에 옷은 바닷물로 빨아 빗물로 헹군다. 육지와 똑같은 요트 안의 화장실이지만 창문 밖에는 근사한 파도가 넘실댄다며 은근히 자랑까지 했다.

김 선장은 오는 3월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5월 24일께 왜목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후 일정을 묻자, "지금은 프랑스에서 만든 요트를 타고 있지만, 국산 요트를 타고 다시 떠나고 싶습니다."라는 뜻밖의 답을 했다.

"미지의 세계를 모험할 때 살아있는 기쁨을 느낀다."는 김승진 선장은 어린이들에게 "글로 배운 것은 지식이 되지만, 자연에서 배운 것은 꾀와 지혜가 됩니다. 밖에서 뛰어놀며 '체험 선생님'을 만나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허인혜 기자 hinhye@snhk.co.kr     입력시간 : 201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