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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원동의 지하 주차장 옆 스튜디오. 업계 전문가들이 최고의 상품 광고 사진가로 꼽는 임병호(49)를
만나기 위해 스튜디오를 들어섰을 때 그는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 있었다. “일하는 중인데... 일하면서 해도 되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조용히
포토샵 작업만 하는 줄 알았는데, 잠시 후 그는 스튜디오 안 조명이 세팅된 카메라 앞을 몇 번씩 오가면서 새로 나온 맥주 광고의 키(key)
이미지로 쓸 사진을 찍고 있었다. 맥주 캔 표면에 떨어지는 광선의 각도를 미세하게 이동해가며 사진을 몇 장씩 찍고 돌아와 모니터로 확인하는 것을
반복했다. 모든 것을 혼자 하고 있었다. 왜 어시스턴트가 없는지를 묻자 그는 그게 편하다고 했다. 널따란 스튜디오 한쪽 벽에 조명 장비와 모형
비행기들, 자신이 작업한 광고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1시간 반 정도 인터뷰하는 동안 광고주로부터 대여섯 번의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찍어서 보낸 사진을 처음엔 묵직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려 달라했고 나중엔 지금 찍은 것 보다 손가락 하나 옆으로 광선을 비껴 옮길
수 있겠냐는 주문이었다. 까다로웠다. 하지만 그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대로 아니면 사진가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콘셉트를 잡아가는 것이
프로 사진가의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열 번을 넘게 광선의 경로를 조정해가며 맞추기를 반복하자 잠시 후 모니터에선 확실히 다른 느낌의 사진이 떠
있었다.
그는 과거에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며 ‘가장 맛있어 보이는’ 맥주 거품을 만들기 위해 거품이 넘쳐흐르기 직전에 스트로보 동조 시간을
6000의 1초로 초고속 연속 촬영하며 수도 없이 찍었던 사례를 들었다. 하얀 거품을 황금색 맥주잔이 흰 모자를 쓴 것처럼 보이기 위해 플라스틱
링을 달아 두꺼운 거품을 오래 유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광고 아트디렉터로서 임씨와 10년 넘게 일해오고 있는 제일기획의 이기혁
차장은 그를 두고 “우리나라 최고의 제품 광고 사진가”라고 했다. 이차장은 그가 “다양한 소재도 얼마나 디테일하게 소재를 연구하고 제안하는지를
아는 작가”라며 “만일 어떤 신상품의 콘셉트(concept)를 요구하면 그는 독자적인 해석으로 새로운 표현을 제시한다. 한번은 대상이 렌터카
광고였는데 그것을 미니어처로 표현해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항상 빛에 대한 양감을 연구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진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01년도 이후 찍었던 주요 제품의 광고 사진 과정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14년째 모두 올리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사진은 장비 싸움이 아니다. 촬영 노하우를 꽁꽁 싸매고 있는 것보다 장비의 운영이나 조명의 팁은 서로 공유하고 나눌수록 서로 발전할 것이다.
우리가 경쟁해야 될 것은 그런 팁(tip)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나온 이미지를 통해 더 나은 사진, 더 독특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도록 서로 자극을
주면서 경쟁할수 있다. 그런 의미에선 내가 몸소 터득한 것을 많이 나눌수록 그게 되돌아오는 자극과 기쁨이 훨씬 컸다”고
했다.
다음은 사진가 임병호와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
- 미묘한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 위치에 따라
반사체가 작은 각도의 변화에도 담아내는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조금씩 조절해가는 것, 개인적으로 언제나 정면 컷이 제일 힘들다.
왜
광고주들은 CG(Computer Graphics)가 아닌 사진을 선호하나?
-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일부에선 광고 사진
분야도 조만간 사라질 것을 걱정하지만 여전히 사진은 사진으로서의 기능이 있다.
빛에 의해 만들어지는 계조와 색감, 투영되는 빛을 만들어
내는, 실제 촬영되는 실사의 느낌은 광고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사진의 공간감,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느낄 수 있는 아우라(Aura)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렵게 조명으로 빛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 요즘은 포토샵(Photoshop)으로 쉽게 바꿀 수 있지 않나?
- 인쇄 광고 시장이 힘들어
하는데, 대충 찍어서 모자라는 부분을 후(後)보정으로 꾸미는 시장은 대충 그렇게 흘러간다. 그런 시장에서는 이미 사진이 그래픽에 먹혔다고 볼
수도 있다. 많은 광고주들이 그런 쪽으로 넘어가서 일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후 보정 대신 실제적인 공간감과 음영의 느낌을
다르게 알고 자기 제품을 고급스럽게 가치를 두고 찾는 광고주들이 있다. 이미지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은 그런 CG와 사진의 차이를 분명히
안다.
광고사진계 선배로서 사진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들려줄 팁이 있다면?
- 사진을 좋아서 해야 한다. 나는 카메라가
좋았다. 사진보다 중3때 카트리지필름이 들어가는 당시 8만원 정도하는 카메라를 시작했다. 고등학교 사진반이 있었다. 대학 때 사진은 친한
친구들이 광고 사진 전공에 많았다
광고 사진에서 어중간한 시장은 급속도로 무너질 것이기 때문에 프로 사진가로 인정받기가 지금 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다. 더 전문화되고 프로로서 더 높은 수준이 요구될 것이다. 어쩌다가 사진을 잘 찍는 것이 아니라 실수하지 않고 꾸준히 안타를 치는
사람들이 프로다. 퀄러티의 일관성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왜 혼자 작업하나? 어시스턴트(보조작업자: Assistant)를 안 쓰는 이유는?
- 초기엔 시도했지만 일이 없을 때도 같이 있어야
해서 힘들었다. 도움을 받아야만 사진이 가능한 포토그래퍼가 아니라 사진을 위해 끝까지 혼자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용한 사물과의 대화, 같은 정물을 찍는 것이 내 적성에 맞았다. 팀으로 움직이고 빠른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 잡지나 패션 스타일 사진은 안 맞는
듯. 완벽하게 혼자 찍는 것이 맞는다. 대신에 홈페이지를 통해 내 사진을 노하우를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만족할만한 사진과 광고
매출은 비례하나?
- 결과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광고주가 만족했다는 피드백은 들어온다. 상품의 메인 이미지를 통해 인쇄, 옥외, TV CF로
쓰인다.
평균 수입은?
- 일당 5백만원, 한 제품에 3~5일 정도 걸린다. 하루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더 길어질 때도
있다.
사용하는 카메라는?
- 1986년 대학 2학년 때 당시로는 거금 320만원주고 아버지가 사준 지나P 스위스제
대형카메라를 샀다. 23년째 광고사진을 찍어오며 이것과 16년 된 후지 GX680을 번갈아 가면서 디지털 백을 달아 쓰고
있다.
수상 경력이 화려한데?
- 1992년도부터 사진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내 사진의 수많은 수상경력은 광고가 받은 것이다.
3백여 명 정회원이 있는 한국광고사진가협회 이사로 있지만 아마도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홈페이지 ‘광고와 사진이야기’를 통해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했던 공로를 인정해준 것 같다.
2008년 프랑스 깐느(Cannes) 국제광고제 본상은 홈플러스 매장을 실사처럼 찍어
지하철 잠실역의 기둥과 벽을 맵핑한 것, 지하철 스크린도어에도 활용됐다.
사실 수년전 발생한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이 업계에 타격이 컸다.
나 홀로 스튜디오들이 사라지고 뭉치는 분위기에 있다. 전반적으로 인쇄광고업계가 불황이었지만 난 다행히 아직까지 비슷했던 것
같다.
사진은 원래 정물이나 풍경처럼 가만히 있는 것들을 찍는 게 더 어렵다고 하는데?
- 가만히 있으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보이게 돼서 어렵다. 정적인 것에서 끌어내야하는 분량도 만만치 않다. 사물을 본다는 게 사물의 빛이 반사되어 오는 빛을 보는 것, 어떻게
반사되는지에 따라 사물이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빛’이다.
광고 사진이 어려운 이유는?
-
광고에서 사진이 끌고 가는 영역은 생각보다 좁다. 누구나 자신의 창작 능력을 가진 작가와 일하고 싶어 한다. 광고 사진은 내가 원하는 사진이
아닌 남이 원하는 사진을 찍은 일이기 때문에 더 어렵다. 그래서 항상 열린 생각이 중요하다. 삼성세탁기를 프랑스에 가서 찍어보고도 만족스럽지
않아 촬영 시안을 나에게 맡겨졌고, 테스트 촬영을 했고, 내 방식대로 한 부분으로 결정됐다.
시안과 실제 사진으로 나오는 것은 다른 것이
많다. 그럴 경우 여러 가지 창의적인 수단으로 계속 시도할 수밖에 없다. 광고 사진은 다양한 경험, 장비의 노하우 등이 필요하다.
가끔
광고주가 원하는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단 시도를 먼저 해야 한다. 나는 “그건 좀 이상하지 않을까요?” 라고 먼저 말하지
않는다. 광고주가 원하는, 아니 그보다 더 좋은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광고사진이다.
임병호 홈페이지 http://limphoto.com/


![[조선 Video] 촬영 방법을 모두 공개하는 최고의 광고사진가 임병호](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02/07/2015020701174_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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