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등반영웅 두사람 - ‘열 손가락’도 포기한 암벽 ‘아홉 손가락’으로 오르다

해암도 2015. 1. 16. 06:16


美요세미티 ‘엘캐피탠’ 맨손등반 첫 성공…
장비없이 19일만에 914m 암벽 올라

전기톱에 손가락 잃고도 한계 극복…
‘알카에다 인질’ 트라우마도 이겨내

끝없는 도전, 달콤한 성공 미국의 암벽 등반가인 토미 콜드웰(위)과 케빈 조기슨이 14일(현지 시간)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수직 암벽 ‘엘캐피탠’을 맨손으로 올랐다. 이 암벽 등반을 시작한 지 19일 만이다. 아래 사진은 토미 콜드웰이 등반을 마친 뒤 손가락에 약을 바르고 있는 모습. 콜드웰은 2001년 전기톱을 사용하다 왼손 검지를 잃었다. 요세미티=AP 뉴시스·사진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손가락 9개라는 몸의 장애와 알카에다 인질로까지 붙잡혔던 트라우마를 이기고, 온갖 등산 장비를 갖추고도 오르기 어렵다는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대한 수직 암벽 ‘엘캐피탠’을 맨손으로 오른 미국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36). 그는 동료 등반가 케빈 조기슨(30)과 함께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엘캐피탠 동남쪽 ‘돈월’을 맨손으로 오르기 시작해 19일 만인 1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정상에 올랐다고 AP 등 외신이 보도했다.

요세미티 공원 엘캐피탠은 해발 2308m의 높이로 등반 코스들이 보통 900m가 넘는다. 화강암이나 표면이 석회석처럼 물러 미끄럽고 낮에는 뜨거운 햇빛 때문에 손에 땀이 나 자칫 추락하기 십상인 코스다. 콜드웰은 “엘캐피탠은 춥고 바람이 불며 매우 건조해서 등반하기에 매우 열악한 조건을 가진 곳”이라고 평가했다. 낮에 쉬고 해가 떨어지고 나서야 바위를 붙잡고 기어오를 때도 많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물자수송팀과 영상팀의 도움을 받아 공중에 매달린 텐트에서 수면과 식사 등 생존에 필요한 일을 모두 해결하면서 914m 구간을 올랐다. 첫날에는 전체 32피치(전체 등반로 중 한 구간) 중 14피치까지 도달했다. 15피치가 고비였다. 콜드웰은 쉽게 15피치를 올랐지만 조기슨은 일주일 동안 열한 차례나 떨어지며 더 나아가지 못했다. 조기슨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바위를 잡았다가 손가락 끝에 심한 상처를 입어 이틀간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며 “9일에야 간신히 15번째 피치를 통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0년 도전했다가 3분의 1 지점에서 악천후로 포기한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은 2011년에는 조기슨이 등반 도중 떨어져 발목 골절상을 당하기도 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역경을 이기고 성공한 콜드웰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에게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세 살부터 교사이자 등산 가이드였던 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랐다. 열네 살 때는 스위스 마터호른과 프랑스 몽블랑도 등반했다. 2001년 집에서 전기톱을 사용하다 왼손 검지를 잃었는데도 등반을 쉬지 않았다. 오히려 손가락이 잘렸을 때 “봉합 수술을 하게 되면 등반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사 말에 붙였던 손가락을 다시 떼어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아내 베카는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에게 손가락 한 개가 없어졌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을 만들어 낸 기회였다. 그는 도전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콜드웰은 또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인질로 붙잡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경험까지 있다. 2000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암벽 등반을 하던 중 동료 3명과 함께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 이슬람 조직에 몇 주 동안 인질로 붙잡혔다가 감시병을 죽이고 탈출한 것. 하지만 이후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인질 사건의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가 겨우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14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콜드웰이 엘캐피탠의 정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몇 분 뒤 조기슨의 모습도 보였다.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며 감격을 나눴다. 먼저 정상에 올라와 있던 수많은 동료와 가족은 환호성을 질렀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입력 2015-01-16

  • 인간 한계 넘은 19일간의 '맨손 투혼'

        

   조선   입력 : 2015.01.16 

[콜드웰·조르게슨, 요세미티 914m 수직 암벽 등반 첫 성공]

3번 도전 끝에 정상 정복… 해 떨어진 후 집중 등반
잠은 협력팀의 공중텐트서, 식사는 통조림으로 해결

콜드웰은 왼손 검지 없어… 알카에다 인질 악몽도
"확신 갖고 끊임없이 노력… 그게 인생 살아가는 방법"

미국의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37)과 케빈 조르게슨(30)이 14일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계곡의 높이 914m 화강암벽 '엘 캐피탄'을 세계 최초로 맨손과 발만을 사용해 오르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7일 '엘 캐피탄'에서 가장 험난하다는 수직 암벽 '여명의 벽'에 첫 손을 뻗은 지 19일 만이었다.

조르게슨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여명의 벽' 정상에 오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확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했다"면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여명의 벽'을 찾아 언젠가 그 꿈을 이루는 데 이번 성공이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등반에 성공한 콜드웰은 "암벽을 오를 때 발아래로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도 느꼈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인생을 신나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37)이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계곡의 화강암벽‘엘 캐피탄’을 맨손으로 오르고 있다. 그는 스물셋이던 2001년 톱에 잘려 왼쪽 집게손가락이 없다(왼쪽 맨 위 사진). 왼쪽 가운데 사진은 콜드웰과 함께 등반한 케빈 조르게슨이 지난 5일 암벽의 돌출 부위를 잡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미국의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위 왼쪽)이 14일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계곡의 화강암벽‘엘 캐피탄’의 정상에 오른 뒤 양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같이 등반한 케빈 조르게슨(맨 아래)이 그의 뒤를 따라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고 있다. 전문 암벽등반 장비를 사용한 촬영팀이 이들을 곁에서 찍고 있다.
미국의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37)이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계곡의 화강암벽‘엘 캐피탄’을 맨손으로 오르고 있다. 그는 스물셋이던 2001년 톱에 잘려 왼쪽 집게손가락이 없다(왼쪽 맨 위 사진). 왼쪽 가운데 사진은 콜드웰과 함께 등반한 케빈 조르게슨이 지난 5일 암벽의 돌출 부위를 잡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미국의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위 왼쪽)이 14일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계곡의 화강암벽‘엘 캐피탄’의 정상에 오른 뒤 양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같이 등반한 케빈 조르게슨(맨 아래)이 그의 뒤를 따라 맨손으로 암벽을 오르고 있다. 전문 암벽등반 장비를 사용한 촬영팀이 이들을 곁에서 찍고 있다. /파타고니아닷컴·AP 뉴시스·AP 뉴시스
'여명의 벽' 등반에 성공하기까지 여러 차례 실패와 시련이 있었다. 콜드웰은 스물둘이던 2000년 키르기스스탄으로 등반을 갔다가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에 납치됐다. 수주간 감금생활을 하던 그는 감시하던 대원과 몸싸움을 벌여 가까스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이듬해엔 톱으로 탁자를 자르다가 왼쪽 검지를 잃는 사고를 당했다. 등반가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의사는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그는 "또 하나의 도전"으로 여기며 아내의 격려에 힘을 얻고 등반을 계속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조르게슨은 2002년까지 실내 인조 암벽 경기를 즐겼지만, '아홉 손가락'의 콜트웰을 알면서부터 시간제한 없이 자연의 암벽을 오르는 매력에 빠져들었다. 둘은 곧 단짝이 됐다.

이들은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맨손으로 오르는데 연이어 성공하며 인기를 누렸다. 인기가 절정에 달하던 2010년 둘은 "'여명의 벽'에 오르겠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리고 도전했다. 하지만 3분의 1도 제대로 못 올라가고 체력고갈과 악천후로 중도 포기했다. 이듬해 재도전했지만 조르게슨이 암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로프로 안전장치를 해놓아 목숨은 겨우 건졌지만, 심한 발목 골절상을 입었다.

둘은 포기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체력을 단련하고 훈련했다. 3년여가 흐른 지난달 27일 실패의 쓴맛을 알려 준 '여명의 벽' 앞에 다시 섰다. 둘은 온도가 올라가는 낮에는 손에서 땀이 나 돌을 짚을 때 미끄러질 위험이 커, 일몰 후 집중적으로 암벽을 올랐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암벽 돌출부에 손가락을 베면, 테이프로 상처 부위를 압박하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하루 이틀을 기다렸다. 잠은 협력팀이 공중에 설치한 텐트에서, 끼니는 주로 통조림으로 해결했다. 안전 로프가 있긴 했지만 고리못이 빠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다. 그러나 둘은 함께 격려하며 이를 극복했다.

조르게슨은 14일 '3수' 만에 '여명의 벽' 등반에 성공한 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여명의 벽은) 내 꿈을 그릴 수 있는 가장 큰 캔버스였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