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시한부 선고후 7년… 날 살린건 못난이 감귤”
“못난이
감귤이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감귤농장인 암자순농장 김순국 대표(59)의 인생은 한때 암흑이었다. 미국에서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던 그는 10년 전인 2004년 혈액암 진단을 받은 뒤 2007년 1년도 채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남은 인생을 고국의 따뜻한 땅에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듬해인 2008년 미국 생활을 접고
제주에 정착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죽음 앞에서 무력해질 것만 같아서 농사를 시작했어요. 특히 암 환자이기 때문에 화학비료는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무(無)농약으로 감귤을 재배하기로 했죠.”
어린 시절 대구에서 할아버지의 사과농장 일을 거들었고, 미국에서도
취미로 텃밭에 아보카도를 기르며 ‘농사를 조금은 안다’고 자부했지만, 친환경 농사는 다른 영역이었다. 농약을 쓰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잡초가
무성해 마을 사람들은 김 씨가 게으르다고 수군댔다.
농사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는 제주대와 농업기술원 등에서 친환경 농법을 배웠다. 시행착오 끝에 화학비료 대신 생선, 현미 등을 오랜 시간
발효시켜 만든 액비와 다른 밭에서 키운 작물로 만든 퇴비를 영양제 삼아 감귤을 수확했다.
“수확한 감귤은 일반 감귤보다 모양이
형편없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없던 밭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죽음의 공포로 덮였던 일상에 생명력을 싹틔워
주었죠.”
처음에는 판매를 위해 농사를 지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감귤을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하지만 친환경으로 길렀다는 입소문이 나자 여러 군데에서 판매 요청이 이어졌다.
그의 감귤 가격은 kg당 6000원으로 일반 감귤의 두 배에 이르지만,
대사관과 병원 등지로 팔려나간다. 또 감귤주스, 감귤잼 등 감귤 가공 사업도 벌이고 있다.
올해로 암 선고를 받은 지 꼬박
10년이 된 김 대표는 “남은 삶은 덤”이라며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생산된 감귤을 통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입력 201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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